매일신문

[김건표의 연극리뷰] 극단 바바서커스 <맥베스 리포트 쇼>"현실 정치를 환기하는 무대, 침팬지의 원시성과 권력의 욕망이 공존하는 혼종(混種)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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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극단 바바서커스, 맥베스 리포트 쇼.
극단 바바서커스, 맥베스 리포트 쇼.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셰익스피어(Shakespeare)의 <맥베스>만큼 국내에 널리 알려진 극문학도 드물다. 현시대로 소환되는 맥베스는 권력자를 풍자하는 캐릭터로, 현실 정치를 비판하는 서사로 변주되며 권력자의 폭력성과 욕망, 인간의 악한 민낯을 드러내는 비극을 상징하는 텍스트로 기능해 왔다. "《맥베스 리포트 쇼》의 세계는 혼종(hybrid)이다. 침팬지와 인간, 과거와 현재, 죽은 자와 산 자가 뒤섞여 움직이는, 경계가 해체된 공간이다. 배경은 실제 국가를 연상시키지만, 가상의 세계다." 신촌 연희예술극장에서 19일까지 공연되고 있는 이은진, 심재욱 연출의 <맥베스 리포트 쇼>(이은진 재창작)의 시공간 콘셉트다. 권력의 욕망과 그 작동 방식을 입체적으로 탐구하는 보고서 형식을 연극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극단 바바서커스, 맥베스 리포트 쇼.
극단 바바서커스, 맥베스 리포트 쇼.

◇ 한국 사회로 소환된 맥베스

맥베스는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한 비극적 권력의 서사를 다루고 있다. 스토리를 되돌아보면 이렇다.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 맥베스가 마녀들의 예언으로 왕이 될 운명을 믿게 되면서 그 욕망에 사로잡혀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맥베스는 권력을 향한 야망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덩컨 왕을 살해하고 왕위에 오르게 된다. 반란으로 절대 권력자에 올랐다고 표정이 바뀔 필요는 없다. 끝난 게 아니다. 비극의 시작이니까. 왕에 오른 뒤부터 서서히 죄의식과 불안감에 잠식되어 폭력성을 드러내게 된다. 끝없는 전쟁과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왕관 쟁탈전"은 국가가 피로 물들어 가는 균열의 과정을 드러내고, 권력을 지키기 위한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는 비극을 보여준다. 맥베스는 맥더프에 의해 제거되고, 맬컴이 왕위에 오르면서 국가의 질서가 회복되는 듯 보이지만 절대 권력자는 영원하지 않다. 맬컴과 맥베스, 그리고 권력자 주변을 맴도는 권력 쟁취는 인간의 욕망과 야망이 커질수록 왕관을 향한 쟁탈전은 반복되고, 독재자의 역사는 그렇게 피로 반복되어 왔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가 쓰인 1600년대 초, 스코틀랜드 왕이었던 제임스 6세의 시대적 정치사와 맞닿아 있는 이 작품에, 극단 바바서커스는 한 걸음 더 들어가 맥베스 사회를 침팬지의 원시성을 닮은 권력의 욕망이 공존하는 혼종(混種) 사회로 은유하고, 때로는 현실 정치를 풍자하는 정치인으로 패러디하여 '정치와 권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관객들이 동시대의 권력성을 사유하게 한다. 그런 만큼 <맥베스 리포트 쇼>는 권력과 정치적 욕망을 침팬지사회와 비유한 연구논문처럼 현재의 관점에서 재해석된 보고서이기도 하다.

관객들은 맥베스의 주요 서사를 따라가면서도, 버라이어티한 하이브리드 정치 쇼처럼 전개되기도 하고, 리포트 형식의 장면 구성과 퍼포먼스적 장치들이 교차하면서 권력의 작동 방식을 낯설게 드러내는 이중적 구조를 형성한다. 이런 식이다. 무대는 현재인지 과거인지, 혹은 침팬지가 살아가는 통제된 우리(欄檻)가 동물 세계의 서열과 욕망이 충돌하는 폐쇄된 사회 구조를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현실 정치를 비추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배우들은 극중 인물로 분하면서도 역할에서 분화되어 직접 말을 건네거나 장면을 리포트 형식의 해설 방식으로 개입하며, 극과 현실의 경계를 흔들어 놓기도 하는 방식을 취한다. 권력이 작동하는 실험실 같은 공간을 긴밀하게 바라보게 하면서도, 막간극에서는 무대가 열린 공간으로 전환되어 관객들과 배우들이 '당신이 최고 권력자가 된다면?'이라는 주제로 그룹별 토론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연출적 장치는 현실 정치 혹은 권력자에 대한 주관적 사유를 확장하며, <맥베스 리포트 쇼>를 통해 관객들은 현실 정치와 권력의 은밀한 시간을 사유하고 판단하게 된다.

맥베스와 인간 권력의 욕망을 침팬지 집단의 사회로 의인화하고, 아시바 구조의 무대 위에 얹어 권력의 치열한 생존성을 드러내는 연출적 아이디어와 맥베스 서사를 맥베스가 파멸에 이르기까지 리포트 형식으로 전환한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원작의 살점은 유지하면서도 집권 권력을 트럼프에 비유하기도 하고, 덩컨 왕을 변기통에서 살해한 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맥베스 처의 불안함을 연기하는 배우의 감각도 시각적으로 효과를 보여준다. 또한 에르메스 뇌물을 받는 맥베스 처는 현실 정치의 부패성과 권력을 양분화한 김 여사 이미지를 현재시간으로 환기하는 극 중 장면에서는 웃음도 터지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자유롭게 담기기도 한다. 맥베스 쇼의 관객은 입장부터 음료수를 마실 수 있고, 카메라로 모든 장면을 담을 수 있게, 마치 쇼 녹화장 같은 분위기를 형성한다.

극단 바바서커스, 맥베스 리포트 쇼.
극단 바바서커스, 맥베스 리포트 쇼.

◇ 권력과 정치, 인간과 침팬지가 공존하는 혼종(混種) 사회

무대로 구현된 맥베스 사회는 혼종의 사회(공간)이다. 침팬지(동물)와 인간 욕망 경계가 무너지고, 생존의 본능과 권력의 욕망이 뒤섞여 그 세계를 가늠할 수 없는 인간이 침팬지화된 세상이다. 공연장 입구부터 침팬지화된 맥베스의 보고회장 같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마녀 역할로 분한 세 명의 배우(최주현, 심안나, 장환석)가 의상을 한 채 관객들을 안내하기도 하고, 무대 안쪽에서는 군복을 형상화한 의상을 입고 침팬지로 의인화된 배우들이 관객을 향해 원시적인 소리를 내며 신호를 보내기도 하고, 집단끼리 그루밍을 하며 무대는 아시바로 형태화된 침팬지 우리의 구조이다. 마치 관객은 동물원 침팬지 우리나 돌고래 쇼를 바라보고 있는듯한 착시를 주기도 하면서 <맥베스 리포트 쇼>의 무대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진 인간과 침팬지, 권력과 욕망, 연극적인 판타지와 환영(마녀와 서사적 장치), 현실사회의 정치 쇼를 방불케 하는 정치 논평 유튜브 채널과 매스미디어를 결합한 하이브리드의 혼종 사회이다.

그 옆에는 드럼통이 놓여있고, 시공간의 배경은 원작을 전복한 가상의 세계이다. 원작에 등장하는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지명은 스캇랜드, 잉그란드, 노웨이 등으로 변형되고 인간과 98.2%의 유전자를 공유하는 침팬지 권력 서열 사회는 곧 인간과 유사한 욕망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전환된다. 프롤로그부터 이 연극은 침팬지사회의 절대 권력자인 '알파메일'의 권력 서열, 거래, 특권의 투쟁을 인간으로 의인화해 집단화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런 만큼 이 작품에 등장하는 극 중 인물들은 때로는 인간으로 보이면서도 침팬지의 소리를 내기도 하고 덩컨 왕(박성민 분)의 경우에는 노쇠한 침팬지의 모습이다. 1막부터 노르웨이와 전쟁을 하는 무대다.

맥베스(신유승 분)와 뱅쿠오(임휘진 분)가 전쟁 영웅이 되어 스캇랜드로 돌아오고 반란 수괴자는 맥도날드다. 맥베스의 미래를 예언하는 침팬지 몸을 한 마녀들의 등장에서 새의 부리는 전령사로, 때로는 왕관으로 형상화되어 마녀들은 맥베스가 코더 영주가 될 것을 예언하고 스캇랜드는 덩컨의 아들 맬컴에게 대물림되면서 절대 통치권자인 왕관을 차지하기 위한 권력투쟁이 시작된다. 이어지는 무대는 인버니스에서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방문한 덩컨과의 연회 장면으로, 덩컨과 레이디 맥베스(김어진 분)의 격정적인 춤 사이로 1막 5장으로 이어지면서 변기통에서 레이디 맥베스에 의해 살해되는 장면과 긴박한 시간은 마치 침팬지사회의 권력투쟁과 다름없는 동물 세계의 모습들이 형상화된다. 극단 바바서커스다운 극 중 장면은 덩컨 왕의 시해 후 이어지는 왕권 교체 대관식 장면인데 현실 정치를 패러디하는 연출의 감각이 돋보인다.

극단 바바서커스, 맥베스 리포트 쇼.
극단 바바서커스, 맥베스 리포트 쇼.

맥베스는 MSG(Make Skat land Great)가 새겨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연상하게 하는 슬로건과 이미지로 풍자되는데 맥베스의 연설문은 이렇다. "지금부터 우린 동맹이란 미명하에 우리를 갈아먹는 국가들에게 유례없는 강력한 관세를 부과한다.(중략) 국경을 바로 세우고 장벽을 높이 쌓는다. 내부로부터 불안 또한 강력히 대응한다. 생브랑사스코, 뉴욘크, 바싱톤, 로스안헬로스, 이 도시들은 안전하지 않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관세와 장벽을 높이고 동맹국에도 청구서를 보내며 이민자 정책을 강화하는 트럼프식 강력한 정치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맬컴을 축출하고 덩컨에서 맥베스로 정권 교체되는 스캇랜드의 대관식과 덩컨 왕의 죽음을 파헤치는 기자회견장은 그야말로 야만과 인간, 권력의 욕망이 교차하는 세계다. 왕관을 차지해 절대 권력을 향한 피눈물도 없는 알파메일의 원시사회와 다름없으면서도 레이디 맥베스는 영락없는 한국 사회 김 여사로 패러디된다.

원시적인 권력의 게임은 맥베스가 왕관을 차지한 뒤 벌이는 뱅쿠오와 맬컴 사이의 권력 쟁탈전이다. 이때부터 맥베스와 레이디의 불안감은 극대화되고 그 불안은 폭력성으로 전이된다. 뱅쿠오를 경계하는 맥베스, 스캇랜드 영토를 되찾겠다는 맬컴과 추종 세력들 사이에 권력투쟁의 2라운드가 시작된다. 오히려 반란을 두려워하는 맥베스보다 더 사악한 레이디 맥베스, 그리고 죽은 자들의 환영에 시달리는 맥베스 사이로 무대는 권력구조를 진단하는 유튜브 정치 쇼의 현장으로 전환되어 패널들은 권력구조와 맥베스의 미래 권력을 진단하는 예언자로 분하게 된다. 마치 한국 사회 정치 유튜브를 보는 것처럼 희화화되고 맥베스는 전쟁을 선포하면서 무대는 잉그란드로 망명 중인 맬컴과 맥더프가 패널로 출연해 전쟁 선포 후 스캇랜드의 전쟁 상황을 생중계하는 뉴스 라이브가 쇼처럼 진행되고 맬컴과 맥더프가 손을 잡고 스캇랜드 정부군은 반란으로 독재자 맥베스 정권을 무너뜨리고 왕권을 재탈환한 맬컴 시대마저도 또 다른 반란으로 정권이 무너지고 맥베스는 침팬지가 되어간다.

전쟁 상황을 생중계한 앵커의 대사가 의미심장하다. "한때는 스스로 신의 대리인을 자처했고, 한때는 점괘와 주술에 취해 왕관을 움켜쥔 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간 개인의 권력엔 한계가 있었고(중략) 차우셰스쿠, 카다피, 후세인, 캄보디아의 폴 포트, 뒤발리에, 히틀러, 무솔리니, 밀로셰비치, 그 밖의 이 지구 6대륙 곳곳의 이름 모를 수많은 독재자까지." 절대 권력을 좇는 인간, 그 권력을 쟁취하고자 하는 사람, 그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독재자 그리고 추종 세력들은 침팬지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과 영원한 절대 권력의 알파메일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맥베스 리포트 쇼>의 보고서가 전하는 메시지다.

극단 바바서커스, 맥베스 리포트 쇼.
극단 바바서커스, 맥베스 리포트 쇼.

◇ 권력과 욕망의 실험, 혼종(混種)의 정치극

맥베스와 맬컴의 권력투쟁 욕망은 광화문의 현재성과 현실 정치를 환기할 정도로, 한 목사의 연설 장면은 맥베스 시대 권력의 욕망과 정치화가 곧 현재의 시간으로 전환하는 연출의 설정이다. 극 중 장면화되는 놀이적 타이밍 사이에서 권력의 욕망과 그 욕망을 유지하기 위해 되풀이되는 쿠데타와 절대 권력자의 정치적 야망은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두고 반복되고 있는 현재의 시간임을 시각화하는 장면은 설득력이 크다. 맥베스가 전쟁을 선포한 이후에는 관객들이 그룹으로 나뉘어 '내가 권력을 가지게 되면 무엇을 할 것인지'라는 주제로 토론의 시간도 마련되는데 20여 분을 할애하면서 매우 교육 연극적인 상황으로 전환된다.

대체로 '전쟁과 평화, 불평등한 세상을 없애겠다.', '국민 모두에게 동일한 집 한 채씩 무상으로 나누어주는 복지를 추구하겠다'라는 관객들도 있었다. <맥베스 리포트 쇼>는 바바서커스의 강점인 놀이성과 배우들의 피지컬적인 에너지가 극 전반을 이끌어가고 배우들은 침팬지의 움직임을 연상시키는 신체 언어와 집단적 리듬을 통해 권력의 서열 구조를 몸으로 구현한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장면은 연극적 놀이처럼 맥베스 시대를 학술적 다큐와 예능, 연극성을 섞은 쇼처럼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고 바바서커스 연극답다. <맥베스>의 권력 서사는 인간의 정치적 욕망의 본능과 현재의 정치적 생존 문제로 치환해 '맥베스' 권력의 '리포트 쇼'라는 형식으로 110분을 원스톱으로 달리는 것이 장점이다. 전공자들이 보면 '연극형식의 전환' 관점에서는 좋을 듯하다. 추천하는 연극이다. 19일까지 연희예술극장.

극단 바바서커스, 맥베스 리포트 쇼.
극단 바바서커스, 맥베스 리포트 쇼.

|미니 인터뷰 (이은진, 심재욱 공동연출)

극단 바바서커스는 그동안 독창적인 형식의 무대를 선보여 왔는데, <댓글부대>, <아는 사람 되기>, <세익스피어 여인숙>, <코믹 환상극 코> 등이 그렇다. 가면의 극성과 섬세한 움직임, 오브제, 신체언어를 활용한 작품을 발표해오면서 무대와 극을 시각화하는 연출 형식과 표현을 보여주고 있다. 바바서커스만의 표현은 서커스적인 강렬한 색채, 그로테스크한 무대와 의상, 이미지, 가면과 오브제가 극의 서사를 완충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는 무대에서 줄 타는 곡예사처럼 표현되는 바바서커스의 극단의 방향처럼 바바서커스만의 연극성을 발견해 작품으로 수용되는 서사는 동시대의 사회, 정치적인 문제를 재현적으로 구조화된 무대나 형식, 배우의 표현 형식을 탈피하기도 하고, 서커스적 양식을 작품에 융합하면서도 때로는 포스트드라마적 무대로 시각화 하면서도, 서사를 바바서커스만의 형식으로 구조화해 연극적인 형식을 유지하는 것도 바바서커스만의 차별화된 작품 세계를 보여오고 있다. 특히 <아는 사람 되기>(2023)는 이념 논쟁의 한복판에서 좌, 우로 갈라져 있는 한국 사회를 화해와 통합을 이룰 수 없는 이방인들만 살아가는 낯선 풍경의 사회로 환기시키며, 정전 70주년의 한국 사회를 되돌아보게 한 공연이다. <맥베스 리포트 쇼>는 개발만 2년에 걸쳐 완성된 작업이다. 45분 분량의 움직임극에서 출발해 3막 구성의 장편극으로 확장된 작품이다. 희곡 각색은 물론, 한국 사회의 '맥베스'를 동시대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권력의 심리학』 등 10여 권의 참고서와 5편의 다큐멘터리, 3편의 영화, 그리고 다양한 움직임 연구를 거쳤다.

─맥베스의 권력의 욕망과 시대성을 원시적 혼종화로 비유한 이유는.

" 이 작품은 <침팬지 폴리틱스(프란스 드 발)>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됐다. 침팬지 역시 권력, 연합, 배신과 같은 정치적 행동을 수행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리서치를 이어가며, 인간 사회의 권력 욕망이 문명 이전의 본능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받았습니다. 우리 안의 뿌리 깊은 DNA로 자리 잡고 있음을요. 그래서 이 작품은 '권력'을 현대적이면서도 동시에 원시적인 충동이 뒤섞인 상태로 표현하고자 했어요."

─ 침팬지사회를 지배한 알파메일(대장)과 권력자는 동일하다는 건가.

"우선, 인간을 침팬지로 비유한 것은 동물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어요. 침팬지사회에는 협력과 균형을 통해 공동체를 유지하는 '현명한 알파'도 존재합니다. 반대로 힘으로만 지배하는 '폭군형 알파'는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파국을 맞는 경우도 많습니다. 맥베스를 특정 인물이 아닌, 동시대 독재자들의 성질이 혼합된 존재로 그리고자 했어요.. 최근 몇 년간 국내외 정치 상황을 보면서, 국가의 리더들이 보이는 행태가 때로는 놀랍도록 노골적이고 원시적으로 느껴졌고, 솔직히 기가 막히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감각 속에서, '권력이 인간의 이성보다는 훨씬 더 본능적인 층위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을 하게 됐습니다. 원작의 맥베스가 지니고 있던 죄의식이나 비극적 영웅 서사를 덜어내고, 도덕적 내면이 제거된 채 권력만을 집요하게 욕망하는 존재로 재구성된 겁니다. 맥베스의 결말을 허울뿐인 왕관을 핥아대는 '폭군형 알파메일'의 모습으로 그리게 됐습니다."

이은진.
이은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리포트 형식의 쇼 적으로 각색한 이유는.

"이 작품을 비극이 아닌 블랙코미디를 선택하면서, '권력에 대한 보고서'처럼 구성하고자 했어요. 제4의 벽을 허물고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건내고 싶었고, 장면과 형식을 '통해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감각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결국 인간의 권력욕이 지닌 과잉된 에너지와 욕망의 리듬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방식이 '쇼'라고 판단한겁니다."

─맥베스의 집권을 트럼프와, 레이디 맥베스가 에르메스 선물을 받는 극 중 장면에서는 김 여사를 떠올릴 정도로 패러디했는데.

"작품을 쓸 때, 독재자들에 대한 리서치를 했습니다. 공통적으로 발견한 점 중에, 대중연설을 통한 선동과 권력의 사유화가 있었는데요, 특히 권력자의 가족이나 주변 인물들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부패 구조에 연루되는 양상도 반복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작품 속 패러디는 이러한 구조를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대표적인 인물들을 선택한것이지요."

─ 맥베스와 맬컴의 권력 투쟁을 보여주는 극 중 장면에서는 유트브, TV정치쇼처럼 패널들이 등장해 정치비평을 하는 것처럼 보여주었는데, 이 과정이 현실정치가 느껴졌는데.

"현대 사회에서 유튜브와 같은 미디어는 여론 형성의 핵심 장치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마녀들을 맥베스의 권력욕을 증폭시키는 유튜버적 존재로 설정했고, 맬컴과 맥더프 역시 대중 앞에서 자신을 정당화해야 하는 인물로 재구성했습니다."

─ 맥베스의 부인이 변기통에서 덩컨을 살해하는 원작과 다른 장면의 특별한 의도는.

"권력의 정점이 가장 은밀하고 본능적인 공간에서 무너지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배설의 장소라는 설정은 권력의 위선과 인간의 본능을 동시에 드러내며, 블랙코미디적 효과를 강화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심재욱
심재욱

─ 맬컴 시대 이전에 무대가 전환된다. 관객이 그룹으로 나뉘어 권력을 가지게 되면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주제토론 후 의견발표도 했는데.

" '권력'이 특정 지도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로 확장되기를 바랬다.. 관객이 직접 선택하고 발화하는 과정을 통해, 이 작품이 단순한 폭군의 몰락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로 남기를 바랬습니다. 좀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민주주의의 힘은 우리 하나하나가 주권자로서의 역량을 발휘할 때 생기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 극단 바바서커스의 장점은.

"극단은 창작을 중심에 두고, 긴 시간의 리서치와 워크숍을 통해 작품을 개발해 나가는 방식을 지향합니다. 구성원 모두가 이 과정을 존중하며 집요하게 밀고 나가는 것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또한 배우의 신체, 오브제, 공간을 결합해 서사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대사 중심의 재현이 아닌 '이미지와 움직임'으로 의미를 생성하는 연극적 언어를 탐구해왔습니다. 이러한 축적된 작업 방식이 결과적으로 저희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공동연출인데, 작품개발이 어떻게 이루어졌나.

"연습을 항상 함께 참여하면서 많은 의견을 주고받으며 발전시키기에 딱 잘라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이은진은 극작과 큰 선을, 심재욱은 장면의 상황에 따른 연기 스타일과 디테일을 담당하는 편입니다. 저희는 가차 없이 의견을 주고받는 편입니다.(웃음)"

─ 앞으로 계획은,

" 올해부터 저희는 기존 창작 중심의 작업을 확장해서 다양한 제작 방식을 바탕으로 기존에 만나지 못했던 관객층을 만나는 시도를 합니다. 7월에는 해외 라이선스 작품 <컴업펀스>를 통해 상업적 제작 시스템을 경험하고, 극단 내부 인력과 외부 배우들이 함께하는 새로운 협업 구조를 시도할 예정입니다. 12월에는 작년부터 개발해온 청소년극을 정식 공연으로 선보입니다. 영유아극 개발을 위한 리서치와 워크숍, 내부 발표도 병행할 계획입니다. 연말에는 차기 창작극 개발을 위한 리서치도 들어갑니다. 작년부터 신입단원을 모집하면서 새로운 인력들이 충원되고 있습니다. 그 힘을 받아 극단의 창작세계와 제작 방식을 확장해 나가고자 합니다. "

심재욱, 이은진
심재욱, 이은진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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