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6개 상급종합병원과 4개 의과대학, 첨단의료복합단지를 품은 명실상부한 '메디시티'다. 그러나 훌륭한 인프라 이면에는 수도권 환자 유출, 필수의료 과부하, 파편화된 의료 데이터라는 뼈아픈 한계가 공존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AI·BIO 메디시티대구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민복기 대구광역시 의사회장에게 차기 대구시장이 주목해야 할 위기 진단과 해법을 들어봤다.
-현재 대구 의료 생태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풍요 속의 빈곤'이다. 대구는 세계적인 병원 밀집도를 자랑하지만, 여기서 쏟아지는 매년 500만 건 이상의 귀중한 임상 데이터들이 각 병원의 서버에 단절된 채 잠들어 있다. 더 시급한 것은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의 붕괴 위기'다. 인구가 급증한 서남부권의 응급·분만 인프라는 부족하고, 지역 종합병원으로 가야 할 환자들이 대학병원으로 쏠리며 정작 중증 환자가 치료받지 못하는 과부하가 발생하고 있다. 지금 산업 구조를 혁신하고 의료 전달 체계를 재건하지 않으면 메디시티 대구의 미래는 없다"
-차기 시장이 가장 먼저 실행해야 할 의료 산업분야 과제는.
"가장 시급한 건 6개 대형병원의 데이터를 하나로 묶는 'HDAP(헬스케어 데이터 얼라이언스 플랫폼)' 구축이다.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다. 이 플랫폼만 제대로 돌아가면 전 세계 AI 기업과 신약 개발사들이 대구로 몰려올 것이다. 자연스럽게 투자가 붙고 일자리가 생기는 '의료 데이터 경제'가 완성될 수 있다"
-연구개발(R&D)을 넘어 실제 제조와 생산 기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그렇다. 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가 R&D 중심이다 보니 거대 앵커기업 유치에 한계가 있었다. 차기 시장은 동구 안심 지역에 대규모 '초신산업(바이오·의료특화) 국가 클러스터'를 조속히 조성해야 한다. 동시에 현행 첨단의료단지법을 개정해 소규모 생산시설 허용 범위를 디지털 헬스, AI, 체외진단 시약 등으로 대폭 확대해야 한다. 대구에서 연구하고 대구에서 즉각 시제품을 생산해 상용화하는 '원스톱 제조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양질의 청년 일자리가 창출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백지화 위기에 놓인 혁신도시 지하철 3호선 연장 사업도 반드시 재추진되어야 한다"
-로봇 산업이나 치의학 분야와의 시너지는 어떻게 보시나.
"대구의 6개 대형병원을 '글로벌 의료 로봇 테스트베드'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수술·재활 로봇을 지역 병원이 선도적으로 도입해 실증하면, 병원은 단순한 소비처가 아닌 혁신 기술의 '생산기지'가 된다. 또 전국 최대 규모의 치과 의료기기 기업이 밀집한 대구에 '국립치의학연구원'을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 '의료기술시험연수원' 역시 연간 10만 명의 해외 의료진이 대구의 첨단 의료기기를 경험하고 자국으로 돌아가 수입하게 만드는 강력한 B2B 수출 전진기지가 될 것이다"
-'응급실 뺑뺑이' 같은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할 대책은.
"시민의 생명이 최우선이다. 서남부권(달서구, 달성군) 인구가 대구의 40%를 차지함에도 권역응급센터는 중·남구에 쏠려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 등을 활용해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중증 모자의료센터를 추가 지정하여 지리적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 아울러 '스마트 응급환자 분류 이송시스템'을 고도화해 중증 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고, 대학병원으로의 쏠림을 막기 위해 대구의료원 및 2차 종합병원 간의 튼튼한 진료 연계 네트워크를 대구시가 주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예산 삭감으로 위축된 의료관광을 부활시킬 복안은.
"현재 의료관광 예산이 85%나 급감해 생태계가 무너질 위기다. 예산을 최소 40억 원 이상으로 정상화하고 해외 마케팅을 재개해야 한다. 전략의 체질 개선도 시급하다. 강남식 미용·성형을 답습할 것이 아니라, 대구의 대형병원 데이터와 로봇수술을 앞세운 '중증·난치성 질환 치료 허브'로 차별화해야 한다. 여기에 수성구의 뷰티·스파, 팔공산의 치유 인프라와 경주, 안동, 포항 등 경북 지역을 묶은 '웰니스 메디컬 클러스터'를 조성해 외국인 환자가 장기 체류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차기 시장 후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남겨달라.
"지금까지의 메디시티 대구가 병원을 짓고 인프라를 모으는 '1.0 시대'였다면, 이제는 직역 간의 벽을 허물고 데이터를 연결해 '경제적 가치 창출과 완벽한 시민 보건의료망'을 동시에 이루는 '2.0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이 제안은 붕괴해 가는 지방의료를 살리고 대구의 미래 50년을 담보할 보건의료산업계의 치열한 고민이다. 차기 시장 후보들께서는 파격적인 규제 철폐와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 제안들을 최우선 공약으로 채택해 주시길 바란다. 대구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진정한 글로벌 AI 바이오 메디시티대구로 도약할 수 있도록 앞장서 주시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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