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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할 만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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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사랑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항상 잘 만들고 잘 부르는 음악 남매 AKMU의 2026년 앨범을 들어보셨나요? '기쁨 뒤에 슬픔이 오는 건 아름다운 마음이야. 쫓아내지 말고 품어주어라. 아주 예쁜 돌이 된단다'로 시작하는 이 곡은 우울함에 빠진 동생을 향한 오빠의 위로입니다. 얼핏 담담해 보이지만 사실 오빠 역시 누구보다 두렵고도 간절했을 것입니다. 어두운 구덩이 속 동생의 손을 놓지 않기 위해 힘껏 버텨낸 뒤 마침내 햇살 아래 선 동생을 바라보는 오빠의 안도감은 동생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을 겁니다. 오빠 자신도 이제야 비로소 숨을 쉬는 것이었을 테니까요.

◆ 사람에 대한 탐구와 긍정

'인생박물관'의 표지

이 간절한 위로의 목소리는 소설 '인생박물관'(김동식 지음)의 문장들과도 닮아 있습니다. 김동식 작가는 십 년 넘게 주물 공장에서 노동하며 오직 머릿속 상상력만으로 천 개에 가까운 이야기를 썼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으로 10권이 넘는 단행본을 출간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대체로 기괴하고 서늘합니다. 공포 이야기 게시판을 통해 데뷔한 작가답게 알고 보면 무서운 이야기, 그중에서 사람이 가장 무섭다는 이야기를 써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생박물관은 더 놀랍습니다. 작가는 이 책을 "내가 인간을 사랑하기 위해 탐구한 글들"이라고 고백합니다. 공포스러운 현실에서도 희망은 피어나고 그 희망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내면에 깃든 선한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삭막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사람'이라는 존재가 여전히 우리가 기댈 마지막 보루임을 이야기합니다.

수록작 중 '천사의 변장'은 빚더미에 앉아 자살을 결심한 한 청년이 마지막으로 바다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서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죽으러 가는 길에 자꾸만 귀찮고 사소한 일들이 끼어듭니다. 짐을 든 노인을 돕고 길을 잃은 아이를 챙기느라 결국 자살하러 갈 시간을 놓쳐버린 청년은 비로소 깨닫습니다. 자신의 발걸음을 붙잡았던 그 번거로운 이웃들이 사실은 자신을 살리기 위해 신이 보낸 '천사의 변장'이었음을 말입니다. 청년은 그다지 선한 사람이 아닙니다. 빚에 쫓겨 도망치고 삶을 포기하려 하는 무책임하고 나약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운 순간에도 본능적으로 남을 돕는 선한 마음, 그리고 그 손길을 기다리는 세상의 다정함이 결국 한 생명을 다시 살게 합니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절망의 끝에서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거창한 기적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작은 온기라고 말합니다. "이토록 따뜻한 마음을 가진 당신을 내가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작가의 시선은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천사는 완벽한 성자가 아니라 자신의 절망조차 뒤로하고 타인에게 손을 내미는 그 나약한 청년의 뒷모습에 숨어 있었던 것이지요.

◆ 삶의 뿌리를 지탱하는 내면의 미덕

'아름다운 가치 사전'의 표지

하지만 이러한 '사람에 대한 사랑'은 사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기적이 아닙니다. 그것은 일상 속에서 아주 작고 사소한 마음의 습관들을 성실히 쌓아온 결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며 읽기 좋은 책 '아름다운 가치 사전'(채인선 지음)을 소개합니다. 이 책은 '배려', '정직', '용기'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나 쉽게 내뱉는 단어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새롭게 정의합니다. '나도 알고 있지만 친구가 설명하는 것을 잘 듣고 있는 것'은 어떤 가치를 설명하는 것일까요? 바로 겸손입니다. 겸손은 또한 자기가 무엇을 더 노력해야 하는지 아는 것, 자기가 가진 것을 남에게 내보이며 으스대지 않는 것이기도 합니다. 배려는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가만히 살펴보는 것'입니다. 거창한 희생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살피는 다정한 시선이 배려의 시작이라는 것이지요.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아름다운 가치들은 당장의 나 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다른 사람과 나의 나중을 염두에 두는 것이기에 우리를 더욱 사람답게 합니다. 배려와 정직 같은 아름다운 가치들은 대단한 인격자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기댈 마지막 보루가 되어주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으며 때로 나약하고 흔들립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서로를 향해 손을 뻗는 존재입니다. 기쁨과 슬픔을 있는 그대로 품어내고, 때로는 타인을 위해 자신의 걸음을 늦출 줄 아는 이 따뜻한 사람들을 우리가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은 어쩌면 이 험한 세상 속에서도 여전히 '사람은 사랑할 만한 존재'라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 그 자체일지도 모릅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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