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김수용] 매점매석(買占賣惜)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 가
  • 가

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정부가 석유제품과 의료용품은 물론 석유화학 원료까지 매점매석 금지 대상으로 묶고, 몰수(沒收)·추징·과징금 검토에 나섰다. 대통령은 "매점매석은 망하는 길"이라고 경고했다. 중동전쟁 이후 정부가 통제하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불안'이다. 사람들은 '부족해질 것 같다'는 심리가 지배하는 순간부터 움직인다. 미국에서도 그랬다. 1973년 1차 오일쇼크 당시 석유 공급이 거의 끊겼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시장 공급은 크게 줄지 않았다. 그러나 시민들은 주유소마다 줄을 섰고, 기름이 반만 남아도 주유소로 향했다. 사재기가 시작되자 진짜 부족이 시작됐다. 닉슨 행정부는 가격 통제로 대응했지만 소비는 줄지 않고 주유소 공급만 움츠러들었고, 결국 자동차 번호판 홀짝제로 주유 날짜를 제한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자기실현적 부족'이라고 불렀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 정부는 생필품 가격을 강력하게 통제했다. 그러자 상인들은 물건을 창고에 숨겼고, 사람들은 돈보다 담배와 비누를 더 신뢰했다. 담배가 사실상 화폐 역할까지 했다. 도시민들은 양복과 시계를 들고 시골로 가서 감자와 바꿨다. 공식 경제는 멈췄고 암시장(暗市場)만 살아남았다. 그런데 1948년 경제장관 루트비히 에르하르트가 가격 통제를 대폭 풀자 전날까지 비었던 상점 진열대가 갑자기 채워졌다. 독일인들은 '상점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코로나19 시절 화장지 사재기도 비슷했다. 일본에선 "중국산 원료가 끊긴다"는 가짜 뉴스 하나로 화장지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하지만 일본 화장지 원료 대부분은 국산이었다. 공급이 아니라 공포가 문제였다.

한국 정부는 보세 창고 물품 반출을 독려하며,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선 쓰레기 종량제 봉투 사재기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중동전쟁이 몰고온 불안은 한국인의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위기 때 일정 부분 정부 개입은 불가피하다. 실제로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는 단기 물가 급등을 막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가격 통제는 늘 부작용을 동반했다. 가격을 오래 누르면 시장은 왜곡된다. 시장은 조용히 움츠렸다가 어느 순간 품절(品切)과 공급 축소로 반격한다. 역사 속에서 늘 경제를 뒤흔든 것은 부족이 아니라 부족이 닥칠 것이라는 공포였다.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청와대 간의 대법관 임명 문제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의 반헌법적 발상이라 비판하며, 대법관의 제청 권...
올해 2분기 동거 20년 이상의 황혼이혼 비중이 41.4%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며, 이혼 건수는 9373건으로 지난해보다 17% 증가했다....
2023년 한국의 고속도로 통행료 미납 차량 수가 37만4천대로 급증하며, 전체 미납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 소수의 상습 미납자들이 문제가...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