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가 '쿠마 포비아(熊 + Phobia, 곰 공포증)'에 빠졌다. 규슈와 오키나와 등 남서지역을 제외한 전역이 곰 출몰 위험에 노출돼 있다. 산에서 사람을 공격하는 건 예사다. 민가로 내려와 어슬렁거리는 모습에 주민들이 기함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일본 환경성이 집계한 곰 출몰 건수는 역대 최다 수준이다. 주민들은 자구책 마련에 들어갔고 정부도 곰 사냥이라는 특단의 조처에 착수했다.
덩치가 큰 곰이 사람을 공격할 거라는 건 선입견이다. 교도통신은 지난 6일 논에서 홀로 일을 하던 48세의 농민이 곰의 습격을 받은 사건을 전하면서 곰의 몸길이가 1m 정도였다고 묘사했다. 어린아이보다 작지만 40대 남성을 충분히 공격할 만큼 위협적이다. 이 남성은 얼굴과 팔을 심하게 다쳐 피투성이가 된 채 약국에서 응급조치를 받았고, 이후 닥터헬기로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수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겨울잠을 앞둔 곰이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도심으로 진출하는 것도 어색한 장면이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는 홋카이도의 중심인 삿포로 도심에서 먹이를 구하는 모습이 보였을 정도다. 곰 개체 수 증가와 도토리 흉작이 잦은 곰 출몰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먹이 부족 현상이 곰을 인간의 영역으로 몰아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곰은 언제, 어디서든 마주칠 수 있는 공포의 대상이다. 지난해 4월∼올해 3월 일본 환경성이 집계한 곰 출몰 건수는 5만776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023년도(2만4천348건)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일본 동북부 산지인 아키타, 이와테, 미야기 등이 출몰 건수 상위 지역으로 꼽혔다. 포획·사살된 곰도 1만4천720마리로 전년도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인간의 피해도 적잖다. 아사히신문은 지난해 곰의 공격으로 사망한 사람이 13명이었고, 총 사상자는 237명이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쯤 되자 곰 퇴치 자구책이 필요할 정도가 됐다. 곰 퇴치 스프레이는 등산객에게 호신 도구가 된 지 오래고, 농가에서는 로봇 등 기계도 판매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 등은 13일 한 기계 부품 가공업체가 생산한 늑대 모양 로봇 구매 주문이 올 들어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판매량이 예년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는 설명도 붙었다. 동물이 접근하면 적외선 센서가 이를 감지해 작동하는 로봇이다. 50가지가 넘는 소음과 눈 부분에 설치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곰의 접근을 위협한다.
일본 정부도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민가가 가까운, 곰의 은신처가 될 수 있는 수풀 지역을 없애는 건 약과다. 사냥 면허 보유자를 곰 사살 담당 공무원으로 임용하는 대책을 추진했다. '거버먼트 헌터(Government Hunter)' 체계를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전직 경찰관·자위관에게도 사냥 면허 취득을 권장했다. 환경론자들의 반대 목소리가 일부 있지만 '사람이 먼저'라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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