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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으로 둔갑한 불법 사채…협박·고소까지 추심 수법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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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 대금 지급받고, 고율의 이자로 변제
불법 추심으로 극단 선택에 이르는 경우도
"피해 사실 알리면서 경각심 갖게끔 도와줘야"

대구경찰청 전경. 매일신문DB
대구경찰청 전경. 매일신문DB

대구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해 급전이 필요해 온라인 상품권 거래 카페에서 한 업자와 거래를 맺었다. 업자가 A씨 계좌로 130만원을 송금하면, A씨는 일정 기간 뒤 백화점 상품권 190만원어치를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겉으로는 상품권을 사고파는 거래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고리대금의 불법 사채였다. 사채업자는 변제가 늦어지자 A씨의 가족과 지인들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하는 등 불법 추심까지 벌였다.

최근 상품권 예약 판매를 미끼로 고리의 이자를 뜯어내는 변종 불법 사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가 연이율 60%를 넘는 이른바 '상품권 예약 판매' 방식의 고리대금을 불법 사금융으로 규정하고 단속에 나섰지만, 생소한 범죄 수법으로 피해를 입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신종 불법사금융 '상품권 사채'

최근 경찰의 불법 사금융 단속이 강화되면서 '상품권 예약 판매'가 신종 사채 수법으로 암암리에 퍼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상품권 사채는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사채업자와 상품권 매매 계약을 맺은 뒤, 업자로부터 상품권 대금을 선지급받고, 이후 원금에 고율의 이자를 더한 금액을 상품권으로 갚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겉으로는 정상적인 상품권 거래를 가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고리의 이자를 수취하는 불법 사채와 다를 바 없다는 게 수사기관의 설명이다. 그간 업자들은 상품권 거래는 단순 매매라는 입장을 폈지만, 경찰은 이 같은 허점을 이용한 상품권 사채가 온라인상에서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추심 방식도 과거와는 달라졌다. 기존에는 피해자에게 나체 사진을 요구하거나 이를 유포하겠다는 협박 등 직접적인 추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보내주기로 한 상품권을 받지 못했다'며 피해자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는 방식이다.

◆ 추심에 극단 선택까지

상품권 사채로 말미암아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에 이르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1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B씨는 생전 채권·채무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중 상품권 사채를 이용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고리의 이자가 붙어 불어난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자 또 다른 상품권 사채를 통해 기존 빚을 갚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사채업자로부터 수십 차례에 걸친 욕설과 협박성 전화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B씨가 지인에게 "상품권 업체의 추심 때문에 삶이 너무 힘들다"는 취지의 말을 남긴 점 등을 토대로 상품권 사채 이용 과정과 사망 간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정부도 상품권 예약 판매 수법의 고리대금을 불법 사금융으로 보고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국무총리실은 '불법 사금융 근절을 위한 범정부 TF' 회의를 열고 상품권 사채 피해자에게도 일반 불법 사금융 피해자와 동일하게 '원스톱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연리 60% 초과 대부 계약에 대해선 '무효 확인서' 발급과 함께 업자에 정부 개입 사실을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상품권 사채가 새로운 유형의 불법 사금융인 만큼 드러난 피해보다 실제 규모가 훨씬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백화점 상품권 관련 피해 신고는 6건이다. 다만 피해자 상당수가 정상적인 거래로 오인해 신고하지 않는 경우를 포함하면 범죄 건수가 크게 불어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상품권 사채는 최근 등장한 신종 범죄로, 경제 상황이 어려울수록 더욱 교묘한 방식으로 서민들에게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며 "범죄 수법과 피해 사례를 쇼츠 등 짧은 영상 콘텐츠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린다면 시민들의 경각심을 높여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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