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수행평가 말하기 시간, 자리에 앉아 조잘조잘 떠들어대더니 나와서는 무엇이 그리 부끄러운지 단 한마디도 시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꽤 많다. 자기 자리에서 고작 몇 걸음 앞으로 나왔을 뿐인데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도 모르고 계속해서 말을 더듬는다. 분명히 인당 2분 말하기 수행 평가를 한다고 예고했건만 1분도 채 못 채우고는 '어떡하면 좋으냐'는 표정으로 교사인 나를 바라본다. 놀라운 것은 성적이 좋고 쓰기 평가를 잘한 학생들의 경우도 말하기 평가는 어렵게 느낄 수가 있다는 것이다.
◆말하기 능력을 키우는 방법
말하기가 두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다. 대중 앞에서 말해 본 경험이 너무 부족해서일 수도 있고 자신의 말하기 내용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 대중 앞에서 공식적 말하기를 반복해서 해 보는 경험을 쌓는 것만으로도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후자의 경우는 아주 쉽고 단순한 내용을 암기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점차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을 발표하도록 말하기 난이도를 순차적으로 조정해 주는 게 좋다.
중학교 1학년 국어 수행평가 말하기 시간, 어떤 여학생이 걸어 나와서는 한마디도 못 하고 울먹이고만 있다. 나도 적잖이 당황했고 마음 한편이 불편했다. 나는 그 아이를 3년 연속으로 가르쳤다. 아이는 생각했을 것이다. '저 국어 선생님을 만나면 꼼짝없이 말하기 평가를 해야 하는구나'하고. 그 아이는 놀랍게도 갈수록 나아졌다. 두 번째 말하기 평가 때는 울지 않았고 세 번째 말하기 평가 때는 더듬거리면서도 뭐라도 말하려고 했고 네 번째 때는 1분 가까이 말했다. 중학교 3학년 말하기 평가 때 만난 그 아이는 실수한 순간에 수줍은 듯 웃어 보이는 여유까지 보여줬다.
나는 그 아이를 통해 배웠다. 계속해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말하기 실력이 향상될 수 있음을, 그리고 지금 당장 즉각적으로 나아지지 않는다고 해도 서서히 말하기 실력이 향상될 수 있음을.
그 이후로는 나도 교사로서의 심리적 여유가 생겼다. 말하기 평가 때 또다시 울먹이는 학생을 만나도 당황하거나 불편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저 아이가 분명히 다음 해, 또 그다음 해에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AI 시대에 꼭 길러야 할 능력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울먹이는 학생이 있는데도 굳이 말하기 평가를 지속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운 내용을 가장 잘 흡수한 최고의 형태가 말하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를 모두 아울러 '언어 기능'이라고 하는데 이 중 가장 쉬운 것은 단연 듣기다. 다음으로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형태가 읽기이며 그보다 어려운 것이 쓰기다. 잘 쓰는 아이들도 말하기를 어려워하는 것을 보면 역시 가장 어려운 것은 말하기다. 자신이 배운 내용을 자기 말로 정리해 대중 앞에서 다시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지식은 자신의 것이 된다.
연말에 학생들로부터 1년 동안 수업한 방식에 대해 피드백을 해달라고 하면 학생들은 스스로 발표한 내용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며, 말하기를 할수록 자신감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해 준다. 나 역시 같은 내용을 가지고 여러 반에 들어가서 수업을 하다보면 점점 수업 내용이 매끄러워지며 나의 말로 아주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강의식 수업의 경우 여러 번 수업하면서 학습 내용을 가장 잘 익히게 되는 건 교사다. 자기 말로 설명하는 게 역시 최고의 학습 방법인 것이다.
학생들에게 시선 처리, 목소리 크기 등 비언어와 반언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훈련을 시키고 여러 번 대중 앞에서 공식적 말하기를 하도록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우리 아이들을 자신감 있고 유능한 학습자로 길러낼 수 있다.
지식이 쏟아지는 인공지능(AI) 시대, 자신의 생각과 내면화된 지식을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 꼭 길러야 할 귀중한 능력이다.
교실전달자(중학교 교사, 조운목 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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