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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출 호황에도 중동發 '경기 하방' 위협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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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8일 '경제동향 6월호' 발표
고유가 여파, 물가·고용·생산 전방위 파급

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지난 3월 우리나라가 국제 교역에서 54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경상수지는 373억3천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 종전 최대인 지난 2월의 231억9천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었고,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긴 35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사진은 8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지난 3월 우리나라가 국제 교역에서 54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경상수지는 373억3천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 종전 최대인 지난 2월의 231억9천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었고,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긴 35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사진은 8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반도체 수출 호황을 발판 삼아 완만한 개선세를 이어가던 한국 경제에 중동 전쟁발 하방 위험이 실물 전반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발표한 '경제동향 6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중동 전쟁에 따른 경기 하방 위험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호황을 중심으로 완만한 개선세는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경기 회복세'라는 표현에서 한층 신중해진 진단이다.

수출은 여전히 견조했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53.2% 늘었다. 일평균 금액 기준으로 반도체는 182.5%, 컴퓨터는 309.8% 각각 증가하며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호조에 힘입어 정보통신기술(ICT) 품목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4월 전산업생산도 서비스업(3.5%)과 반도체(13.0%)를 중심으로 2.4% 늘었다.

그러나 고유가 충격이 일부 생산과 수출 물량, 물가, 고용 지표에서 동시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KDI는 "원유 공급 차질로 석유정제 생산과 석유제품 수출물량이 감소하는 등 중동 전쟁의 부정적 영향이 일부 가시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3월 지표에서는 영향이 뚜렷하지 않다고 봤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판단이다.

물가가 가장 강한 경보음을 울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4월(2.6%)보다 0.5%포인트(p) 높아지며 3%대에 진입했다. 특히 근원물가 상승률이 2.2%에서 2.5%로 올라선 점이 주목된다. 항공료 등 유가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의 가격이 오르면서 고유가 영향이 에너지를 넘어 일부 서비스 품목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KDI는 기대인플레이션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용에도 이상 신호가 켜졌다. 4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은 7만4천명으로 전월(20만6천명)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운수·창고업 취업자 증가 폭이 둔화됐고, 도소매업·숙박·음식점업 등 서비스업 임시직 감소 폭도 커졌다. KDI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 개선세가 조정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건설투자 부진도 이어졌다. 4월 건설기성은 5.5% 감소하며 전월(-5.8%)에 이어 내림세를 지속했다. 건설비용을 반영하는 건설기성 디플레이터가 2월 2.1%에서 4월 4.6%로 빠르게 오르고 있어 향후 회복도 제약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금융시장은 전반적인 안정세 속에 긴장감이 높아졌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5월 말 3.73%로 전월 말(3.60%)보다 올랐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은 지난달 말 8,476.2를 기록하며 AI 투자 기대에 힘입어 급등세를 이어갔으나, 5월 월평균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68.8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가 상승과 극단적 변동성이 공존하는 불안정한 강세장이다.

KDI는 "중동 지역의 긴장이 이어지며 대외 통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반도체를 제외한 부문을 중심으로 투자 여건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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