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았지만 국가를 위해 희생한 영웅들의 삶은 여전히 고단하다.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아온 이들은 고령화와 생활고, 의료·돌봄 문제에 직면해 있다. 참전 세대가 빠르게 사라지는 가운데 보훈에 대한 사회적 관심마저 옅어지면서 국가유공자 예우 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25 한국전쟁 이듬해 설립된 상이군경회는 전쟁·군 복무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국가유공자들을 위한 국내 대표 보훈단체다. 회원들의 재활과 자립을 지원하고 보훈 문화 확산 활동을 펼치고 있다.
8일 대구상이군경회에 따르면 지역에만 4천969명의 회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 회원은 3천969명으로 전체의 약 80%를 차지한다. 한국전쟁과 월남전 참전 세대의 고령화로 회원 수는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고령화·생활고 이중고…관심도 함께 줄어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함께 옅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참전 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추모 분위기가 있었지만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보훈에 대한 인식이 크게 낮아졌다는 것이다.
월남전에 참전했다는 70대 A씨는 "예전에는 상이군경회가 어떤 단체인지 대부분 알고 있었지만 요즘은 젊은 세대는 물론 공무원들조차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현충일마저 단순한 휴일로 인식되는 분위기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회원들이 가장 크게 호소하는 문제는 건강과 생계다. 전쟁과 군 복무 과정에서 입은 부상은 고령화와 함께 더욱 악화되고 있다. 만성 통증과 장애 후유증, 이동 불편은 물론 경제활동 단절로 인한 생활고까지 겹친 경우가 많다.
대구상이군경회는 회원의 40~50%가량이 차상위계층 수준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유공자라는 명예와 실제 생활 수준 사이의 괴리가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도 크다. 참전 후 수십년이 지났음에도 악몽과 수면장애‧불안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신청주의 지원체계로 적절한 치료는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전장에 나섰다가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영웅들이지만, 이들을 위한 복지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구지역 상이군경들을 위한 전용 복지시설은 남구 영대병원 네거리 인근에 위치한 상이군경복지회관이 사실상 유일하다.
특히 목욕시설은 의족이나 의수를 사용하는 회원들에게 필수 공간으로 꼽힌다. 장애 특성상 일반 목욕탕 이용에 불편을 겪거나 타인의 시선 때문에 이용을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 2회 운영되는 목욕탕에는 하루 200~400명의 회원이 몰리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시설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참전세대 이후 준비해야…보훈체계 개편 목소리
상이군경회는 앞으로 가장 시급한 과제로 참전 세대가 사라진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25전쟁 참전 상이군경들이 고령으로 잇따라 세상을 떠나는 만큼 향후에는 군 복무 중 부상을 입은 공상군경을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해 2세대, 3세대로 보훈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환 상이군경회 대구시지부장은 "참전 세대가 줄어드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지만, 나라를 지키겠다는 숭고한 정신을 지우지 않는 것은 살아남은 우리들의 몫"이라며 "참전 세대가 사라지고 국내 공상군경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10년 뒤를 대비하기 위해 체제 전환을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우리나라가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 참전용사와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와 복지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기관이 다원화돼 있어 예우 체계의 일관성 부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노기호 군산대 법학과 교수가 지난해 펴낸 '한국과 미국의 보훈제도에 관한 비교 연구'에 따르면 미국은 국가보훈처(VA)를 중심으로 의료·교육·주거·재정 지원을 통합 제공하는 단일화된 보훈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책의 중복성과 예우 체계의 일관성 부족, 수혜자 간 형평성 문제 등이 과제로 지적된다.
노 교수는 해당 연구를 통해 "미국과 같은 단일 창구 방식의 보훈 행정 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제도 개선 방향은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는 보훈철학과 정책적 목표 재정립을 바탕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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