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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대성의 헬기 이야기] 독도, 감정이 아니라 전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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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대성 전 육군 헬기부대 대장, 정치학 박사
하대성 전 육군 헬기부대 대장, 정치학 박사

필자는 30년간의 군 조종사 생활 내내 독도 상공을 한 번도 날아본 적이 없다. 울릉도에서 독도까지는 헬기로 약 87km, 왕복 1시간 안팎이면 충분히 닿는 거리다. 그러나 그 짧은 하늘길은 조종사에게 쉽게 열리지 않는다. 위급 상황이 아니면 승인도 나지 않고, 독도 헬리포트에 기체가 정기적으로 내리는 일도 거의 없다.

우리는 독도가 우리 땅임을 강조해 왔지만, 그 상공을 상시적으로 확보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말과 행동 사이에는 분명한 괴리가 존재한다.그 사이 독도와 동해의 하늘은 더욱 분주해졌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는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를 넘나들고, 러시아 조기 경보기는 독도 영공을 침범한 전례까지 남겼다. 해상과 수중에서도 양국의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대응은 제한적이다. 본토에서 출격한 전투기는 연료와 거리의 한계로 오래 머물지 못한다. 결국 필요한 순간, 기수를 돌려야 하는 현실이 반복된다. 영유권은 주장으로 가능하지만, 통제는 지속 가능한 존재로 증명된다.

독도 문제는 단순히 영토의 선을 긋는 문제가 아니다. 한일 관계의 가장 예민한 뇌관이자, 한미일 삼각관계의 균열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지점이다. 우리가 독도 문제를 민족 감정이나 국내 정치적 도구로만 소비할 때 상황은 오히려 악화된다. 과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논란 당시 미국이 보였던 강한 반발을 기억해야 한다.

독도가 감정의 뇌관이 되어 삼각관계 전체를 흔드는 순간, 역설적으로 독도 안보는 가장 취약해진다. 동맹의 틀 안에서 독도가 분쟁의 씨앗이 아니라, 안보의 견고한 보루임을 보여줘야 한다.

◇울릉도 유무인 복합비행기지 구축

이제 독도 수호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감정의 호소를 멈추고, '공역의 24시간 실질적 장악'이라는 전략적 접근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핵심 대안이 바로 울릉도 '유무인 복합비행기지' 구축이다.

2027년 완공하는 울릉도 비행장은 유무인 복합운용 체계를 구축할 기반이 된다. 이미 일본은 난세이 제도를 따라 자위대 기지를 확장하며 동해와 동중국해를 잇는 감시망을 촘촘히 엮고 있다. 울릉도를 비워둔 시간만큼, 동해 공역의 정보 주도권은 조용히 넘어가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기술도 예산도 아닌 정책 결단이다.

중앙정부와 군, 경북·울릉도가 인프라, 운용, 정보 공유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 합의하는 것, 그 선택이 독도 안보의 수준을 결정한다.무인항공기(UAV)는 전천후 독도의 하늘을 지킬 수 있다. 울릉도에서 무인기가 초계비행을 하고, 유사시 유인 전력이 즉각 대응하는 복합 체계를 갖추는 것은 독도 수호의 차원을 바꿀 것이다.

이는 단순히 무기 하나를 더 배치하는 문제가 아니다. 24시간 독도 상공을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주변국에게는 가장 강력한 억제력이 된다. 비워 둔 하늘은 언젠가 반드시 누군가 채운다. 우리가 그 공간을 기술과 전략으로 채우지 않는다면, 그 빈틈은 타자의 의지로 메워질 뿐이다.

◇정보 비대칭 뒤집어야 동맹의 판을 주도

한미일 안보 협력이 강화될수록 우리의 역할은 더 분명해져야 한다. 미국과 일본이 동해에서의 연합 작전을 논할 때, 우리가 독도와 울릉도를 잇는 완벽한 공역 감시망을 갖추고 있다면 우리의 목소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동해 안보의 핵심 정보를 우리가 쥐고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대등한 파트너로서 동맹의 판을 주도할 수 있다.

결국 독도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패는 동맹 안에서 '없어지면 곤란한 나라'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제공하는 정보와 정비 능력, 그리고 공역 장악력이 미국과 파트너들에게 필수적인 가치가 될 때, 독도에 대한 우리의 주권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견고한 사실이 된다.

헬기 조종사가 비행 전 기상과 연료를 점검하듯, 우리도 독도를 바라보는 시각을 점검해야 한다. 뜨거운 감정은 가슴에 묻고, 차가운 전략을 머리에 채워야 한다. 독도 하늘을 일상으로 만드는 힘, 24시간 깨어 있는 무인기의 엔진음이 동해를 가득 채울 때 우리 영토의 안보는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비행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이며, 안보는 감정이 아니라 전략이다. 우리가 날지 않는 하늘은 우리 땅이 아니다.

하대성 전 육군 헬기부대 대장,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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