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백나무 향이 고향 냄새 같아요"
지난달 14일 대구 달서목재체험관 2층 목재 체험실. 안으로 들어서자 '콩닥콩닥, 뚝딱뚝딱' 망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앞치마를 두른 외국인 근로자들이 나무 조각을 맞추고 못을 박으며 전통 다과상을 만들고 있었다. 서툰 솜씨였지만 표정만큼은 진지했다. 완성된 다과상을 두 손으로 번쩍 들어 올리는 순간,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 편백 다과상에 담긴 '한국의 정'
외국인 주민의 지역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마련한 한국 역사·문화 체험 프로그램 '러브 인 달서'(Love in Dalseo) 행사가 열렸다. 인도네시아·네팔·캄보디아·미얀마·베트남·방글라데시 등 6개국 출신 외국인 근로자 23명이 참여했다. 성서산업단지 제조업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다. 평일에는 자동차 부품 공장과 의류업체, 열처리 공장에서 일하지만 이날만큼은 모두 목수가 됐다.
이날 목공 체험은 편백나무로 만드는 전통 다과상이었다. 노병일(45) 목재교육전문가의 안내에 따라 참가자들은 테이블 위에 놓인 편백나무 재료를 조립하고 장구 망치와 못, 목공 풀로 이음 작업을 했다. 나뭇결 방향으로 사포를 문질러 표면을 다듬고, 마지막으로 자연에서 추출한 천연오일로 마감재를 도포했다. 손끝으로 나무를 느끼는 과정은 말이 필요 없었다.
◆ "월급 대부분은 고향으로"… 성서공단 외국인들의 삶
대구에 온 지 4년째인 미얀마 출신 쩌쩌아웅(32) 씨의 사연은 뭉클했다. 성서공단 의류업체에서 일하는 그는 월급 250만 원 중 200만 원을 고향 부모님에게 송금한다. 나머지 50만 원으로 생활을 꾸린다. "미얀마 대졸 초임이 월 30만 원 수준이에요. 여기서 번 돈으로 고향에 집도 사고 땅도 샀어요." 그의 얼굴에 뿌듯함이 번졌다. 그는 또 "고향에는 결혼을 약속한 여자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요. 더 열심히 일해 돈 많이 벌어서 행복하게 같이 살 거예요"라며 웃었다.
캄보디아 출신 초지와(33) 씨는 대구에 온 지 13년째다. 성서산단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일한다. 완성된 다과상을 어루만지던 그가 조용히 말했다. "편백나무 향이 고향 냄새 같아요. 이 냄새를 맡으니까 갑자기 어머니 생각이 나더라고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웃으며 덧붙였다. "대구 사람들은 친절하고 착해요. 어려울 때 도움을 많이 줬어요." 그는 주말마다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통역 봉사를 하며 후배 이주민들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네팔 출신 파우델(33) 씨는 대구에 온 지 2년이 됐다. "네팔에도 다과상이 있는데 모서리 턱이 없이 평평해요. 한국 것은 모양이 더 정교하고 예쁘네요." 그는 주말이면 친구들과 돼지국밥과 순대국밥을 먹으러 나간다. "삼겹살도 좋아해요. 한국 음식이 이제 더 친숙해요." 라고 말했다.
대구에 온 지 10년째인 인도네시아 출신 드리완디(40) 씨는 성서산단 열처리 업체에서 일한다. "인도네시아에도 나무가 많고 다과상이 있는데, 한국 것보다 훨씬 무거워요." 10년의 세월이 쌓인 눈으로 다과상을 바라보는 그의 손길이 능숙했다.
◆ 긴급구호비부터 가이드북까지…"달서구는 우리 동네"
'러브 인 달서'는 달서구가 2014년부터 해마다 운영해온 프로그램이다. 외국인 주민이 지역 문화를 직접 몸으로 익히고, 지역 사회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10년 넘게 이어온 만큼 내용도 해마다 한층 다듬어졌다.
현재 달서구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만2천595명이다. 이들 없이는 지역 제조업 현장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만큼 달서구 산업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역할은 크다. 숫자가 늘어난 만큼 이들의 정착을 돕는 행정 수요도 함께 커지고 있다.
달서구는 단순한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긴급 상황에 처한 외국인 주민에게 긴급구호비를 지원하고, 생활 정보를 여러 언어로 번역해 제공한다. '슬기로운 달서생활' 가이드북은 낯선 땅에서 일상을 꾸려가야 하는 이주민에게 실질적인 길잡이가 된다.
교류 행사도 연중 이어진다. 달서 다문화축제, 이웃나라 문화체험, 한글 백일장, 행복한 명절 보내기까지. 언어도, 음식도, 문화도 다른 사람들이 같은 동네에서 이웃으로 살아가기 위한 공통분모를 만드는 작업이다.
김덕환 대구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장은 "타국에서 가족과 떨어져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회적 고립감을 덜어주는 데 문화 행사가 큰 역할을 한다"며 "앞으로도 이들이 대구에서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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