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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권 확대 요구 전국 소송전…버스업계 "정부 지원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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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등 8개 권역서 차별구제 소송…"시외·고속버스 사실상 이용 불가"
업계 "리프트 설치·좌석 감소로 손실 막대…정부 지원 확대해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로터리 버스정류장에서 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 전면 개정을 촉구하며 출근길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로터리 버스정류장에서 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 전면 개정을 촉구하며 출근길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관련해 시외버스업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버스 도입을 요구하는 등 장애인단체의 이동권 보장과 관련한 소송과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운수업계는 휠체어석 차량 개조비와 좌석 감소에 따른 손실을 민간이 감당하기 어렵다며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전국 곳곳 휠체어석 소송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이달 1일 서울에서 시외·고속버스 휠체어 탑승을 요구하는 버스 탑승 시위를 재개했다. 전장연은 2005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정 이후 지하철 엘리베이터와 저상버스는 확대됐지만, 시외·고속버스는 여전히 장애인 이동권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고 주장한다.

지역에서도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4월 20일 동대구복합환승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에 본사를 둔 버스회사와 터미널 운영사를 상대로 장애인 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장애인단체는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시외·고속버스 모델이 이미 개발됐고 국토교통부도 관련 예산을 편성했지만, 운수업체들이 좌석 감소에 따른 수익 악화를 이유로 도입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한다.

관련 소송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구·경북에서도 동대구터미널 운영사 등을 상대로 교통약자 13명이 소송을 제기해 1심이 진행 중이다. 서울·경기·강원·전북·전남·경남·부산에서도 같은 취지의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단체가 문제 삼는 것은 이동수단 선택권이다. 현재 휠체어 이용자가 정기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외·고속버스 노선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지역의 한 휠체어 장애인 A씨는 "시외로 이동하려면 KTX 등 철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지만 모든 지역에 철도망이 갖춰진 것은 아니다"며 "철도가 닿지 않는 지역으로 가려면 시외·고속버스에도 휠체어 좌석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권 보장은 공감, 비용은 누가?"

장애인단체 등의 주장과 달리 실제 고속버스 휠체어석 이용률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휠체어 탑승 버스 도입이 민간 운수업체의 자발적인 참여에만 기대서는 확산이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는 2019년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한 시외·고속버스 10대를 도입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한 바 있다. 올해도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시외·고속버스와 전세버스 도입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모두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범사업 차량은 수익성 악화와 잦은 고장 등을 이유로 이미 2023년 운행이 중단됐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편성된 관련 예산도 신청 업체가 없어 모두 불용 처리됐다.

업계는 시범사업 과정에서 장애인단체가 주장하는 것과 같이 '이동권의 보장'보다는 오히려 리프트 유지·보수비와 승무원 업무 증가, 낮은 이용률 등의 문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한다. 부수적으로 리프트 설치 부위에서 소음과 외부 바람이 발생하고 차량 내부 냉난방 효율도 떨어지는 등 일반 승객의 이동 편의도 크게 해친 것으로도 조사됐다.

실제 이용 실적도 저조했다. 시범운행 기간 휠체어 탑승 인원 80명 가운데 45명은 체험단이었고 실제 이용객은 35명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비싼 개조비용을 들여서 휠체어석을 마련하더라도 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없어 '무용지물'이 되기 심산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고상버스에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하는 개조 비용은 차량 1대당 약 4천만원이다. 일반 고속버스 한대가 1억원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차값의 절반에 가까운 비용이 드는 셈이다.

휠체어 공간을 확보하면 일반 좌석도 줄어들어 일반 승객의 운임비도 손실이 된다. 국토부는 우등버스 기준 매출이 약 15%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버스업계는 손실 규모가 더 크다고 주장한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휠체어 좌석 2석을 설치하면 우등버스 28석 가운데 9석, 일반버스 45석 가운데 최대 12석이 줄어든다. 개조비와 유지비, 좌석 감소에 따른 영업 손실까지 더하면 민간 운수업체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서울∼부산 노선에서 휠체어 탑승 가능 차량 1대를 운행할 경우 차량 사용기간 동안 평균 5억1천만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이에 업계는 정부에 ▷휠체어 탑승 설비를 갖춘 완성차 보급 확대 ▷신규 차량 구입 시 대당 4천만원의 추가 비용 지원 ▷좌석 감소에 따른 영업 손실과 유지·운영비 보전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 고속버스업계 관계자는 "저상버스는 차량 구입에 9천만원가량의 보조금이 지원되지만 시외·고속버스는 개조비 일부만 지원하는 수준"이라며 "좌석 감소에 따른 영업 손실과 운영비까지 함께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이동권은 반드시 보장해야 할 기본권이지만, 지속 가능한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적 비용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홍정열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교통수단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형평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교통약자의 이동권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다만 기존 시외·고속버스를 개조하는 방식은 예산과 안전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정부와 운수업계, 장애인단체가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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