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20일 결승전 연장 후반 터진 페란 토레스의 결승골로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를 1대 0으로 꺾었다. 스페인의 우승 비결은 두 가지로 '안정감'과 '전술'이다. 높은 점유율과 강한 압박에 철벽(鐵壁) 수비까지 더한 스페인 특유의 축구가 빛을 발했다. 스페인은 전후반 90분 동안 메시의 아르헨티나에 단 하나의 슈팅도 허용하지 않았다. 연장 후반 12분에야 상대의 첫 슈팅이 나왔고, 연장까지 120분 동안 2개가 다였다. 이번 대회 8경기에서 내준 점수도 단 1점. 1실점은 월드컵 최소 실점 우승 신기록이다.
이러한 압도적인 안정감과 전술의 중심엔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이 있다. 유로 2024에 이어 월드컵 우승까지 스페인의 메이저 38경기 무패 행진을 이끌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리더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유로 2024 당시 16세 소년이던 라민 야말을 과감히 중용하는 등 청소년 대표팀부터 차근차근 다져온 유망주들을 하나의 정교한 시스템 속에 녹여냈고, 개인이 아닌 조직력의 극대화를 이뤄냈다. 제대로 된 선수 발굴과 육성, 안정적인 조직력, 뛰어난 전술까지. 이는 모두 감독 리더십의 발로(發露)다. 요란한 구호나 과시적인 언행 없이, 묵묵히 결과로 증명했다. 졸전 끝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한국 대표팀 감독과는 정확하게 대척점을 이룬다.
리더십 부재 심각성의 정점은 한국의 정치다. 경제, 문화 등 많은 분야에서 역사상 최고의 위상을 떨치고 있지만 정치만은 '고(故) 이건희 회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류(四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은 실용 외교를 펼친다는데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는 냉담하고 한미 동맹은 더 위태로워졌다. 중국과 러시아가 연일 북한과 최고 수준의 밀착을 과시하는데도 견제는커녕 오히려 거꾸로 "용납할 수 없다"는 핀잔이나 듣고 있다. 미국과의 불안한 관계도 주미 대사의 이례적인 귀국과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참석 등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정당 지도자들은 사실상 리더십 파탄 상태다. 국가적 비전이나 미래 세대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모든 힘을 쏟아도 부족할 마당에 진영 논리에 갇혀 파당(派黨) 정치에 여념이 없다. 여당은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폐쇄성과 구태의연한 계파 정치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진보 정당이라면서 혁신·개방은커녕 청년 정치인이나 새로운 인재들이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봉쇄하려 하는 등 구태의연한 주류 정치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줬다. 국민의힘의 리더십 불안정성과 전술 부재는 말할 것도 없다. 리더십 한계로 탄핵 사태 이후 당내 갈등을 아직 봉합하지 못하고 있다. 조직력이 아닌 개인 플레이가 판을 치다 보니 팀은 오합지졸이 됐고, 장기적인 대안이나 비전을 제시할 능력은 상실했다. 당 대표는 당 정상화는 뒷전이고 장외에서 '부정선거 주장' 등 자기 정치에 빠져 있다.
스페인이 전후반·연장 120분 동안 아르헨티나에 내준 슈팅은 단 2개, 실점은 0. 반면 우리 정치가 국민에게 내주고 있는 실점은 셀 수조차 없을 정도다. 리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좋은 리더를 만들지 않으면 조직은 하루아침에 망가질 수도 있다. 철저한 인재 발굴과 육성, 배타적 견제가 아닌 과감한 개방, 그리고 예측 가능한 시스템이 뒷받침될 때 안정감 있고 전술에 능한 리더가 나올 수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데 라 푸엔테 감독이 우리에게 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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