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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욱의 별별시선] 전라북도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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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욱 작가(전 숭실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작가·전 숭실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작가·전 숭실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전북특별자치도에서 동학농민혁명 참가자의 후손들에게 연 12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한 세기도 더 지난 132년 전 일을 소급해서 돈을 나눠주겠다니 도(道) 앞에 '특별'이니 '자치'같은 수사가 그냥 붙는 게 아닌 모양이다.

다 좋은데, 따져봐야 할 게 좀 있다. 독립유공자가 있으면 반대편에 친일인명사전이 있는 것처럼 동학혁명군도 홀로 보국안민(輔國安民)하면 어딘지 그림이 안 예쁘다. 이들을 짓밟은 반(反)민중 세력이 있어야 짝이 맞는다는 얘기다. 쉬울까.

명료한 케이스도 있다. 가령 학정의 대명사 고부(지금의 정읍) 군수 조병갑이다. 조선 말, 백성은 땅을 밭으로 삼고 관리는 백성을 밭으로 삼는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좋은 밭'으로 여겨진 땅이 아들을 낳아 호남에서 벼슬을 살 게 하는 게 최고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물산이 풍부했던 호남이다. 그 호남에서도 최대 곡창이자 곡물 집산지가 고부였으니 거기서 제일 먼저 민란이 터진 것은 당연한 일이겠다.

1893년 빈혈이 날 정도로 빨리고 털린 끝에 꼭지가 돈 전봉준 등이 고부 관아로 몰려가 진정서를 넣는다. 돌아온 답은 전원 투옥. 분위기가 흉흉해지자 전라감사는 조병갑을 익산 군수로 발령 낸다.

재미있는 것은 후임이 나서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조정에서는 한 달 새 다섯 명을 고부 군수로 임명했지만 하나같이 이 핑계 저 사연을 대며 자리를 고사했다. 갑자기 고부에 역병이라도 돌아서? 아니다. 좋은 밭을 남에게 넘겨주기 싫었던 조병갑이 그 자리로 컴백하려고 미리 사방으로 손을 써두었기 때문이다.

결국 조정은 다음 해 조병갑을 다시 고부 군수로 임명한다. 학정은 재연됐고 기어이 전봉준이 봉기한다. 고부를 접수한 전봉준의 세력은 급격하게 불어났고 임오군란 때 민비를 업고 뛴 홍계훈의 중앙군을 격파하는 등 잠시 위세를 떨치지만 우금치 전투에서 패배하면서 신화는 끝난다.

반면 조병갑은 이후에도 꽃길을 걸었다. 법무 민사국장(4품)을 거쳐 고등재판소 판사에 임명된 조병갑이 제일 먼저 손 본 것은 동학 교주 최시형이었다. 최종심에서 최시형에게 교수형을 평결하는 것으로 조병갑은 앙금을 풀었다.

전봉준의 동지이자 전라좌도 동학군 사령관이었던 김개남은 이웃의 신고로 체포되어 목이 잘린다. 밀고자 임병찬은 당연히 죽일 놈이고 단죄의 대상이 되어야 맞는데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오묘해진다. 대가로 임실 군수를 제수 받았지만 임병찬은 이를 사양한다. 보상이 시시해서가 아니다. 그는 성리학적 국가 질서 사수가 골수에 박힌 유림이었다.

왕실의 보전을 위해 임병찬은 김개남을 친구에 앞서 역적으로 여겨 고발했던 것이다. 이후는 더 점입가경이다. 한반도를 향한 일본의 발톱이 드러나자 임병찬은 '무려' 의병을 준비한다. 을사늑약 직후 최익현이 의병을 모으자 그는 바로 대열에 합류했고 군량 확보와 군사훈련까지 도맡았다.

결국 최익현과 함께 체포된 임병찬은 대마도에 유배되지만 해배(解配) 후 회개는커녕 전국적인 항일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그리고 또 다시 일제에 검거되어 고초 끝에 1916년 사망한다. 자, 이 임병찬은 대체 어떻게 볼 것인가. 인민의 배반자이자 독립유공자라는 두 개의 타이틀을 동시에 달아줄 것인가.

임병찬뿐이 아니다. 안중근의 아버지 안태훈은 동학을 토벌했다. 그러면서도 동학군 김구를 숨겨줬다. 선악이 불분명하고 온통 뒤죽박죽이었던 당시를 전북특별자치도는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예산도 문제다. 6·25 참전유공자에 대한 보훈수당 지급액은 광역지자체 중 최하위다. 재정 자립도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꼴찌다. 자립도 못하는 처지에 역사 소환 포퓰리즘이라는 이 어이없는 아이디어를 대체 어떤 인간이 냈는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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