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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공간 하나둘 없어져 아쉬워…추억 안고 사라지는 만촌초 문방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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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처음 운영한 이후 25년만에 폐업
주인 아쉬움에 손편지 "아이들 잘 자라길"

대구 만촌초 앞 대성문구사 사진. 대성문구사 제공
대구 만촌초 앞 대성문구사 사진. 대성문구사 제공

"친구들과 만남의 장소였는데…."

대구 수성구 만촌동 만촌초등학교 정문. 20여 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문방구 '대성문구사'가 지난 27일 문을 닫았다. 만촌초를 다니던 학생, 학부모,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던 문방구가 폐업하면서 이들의 추억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주인 이긍호(69) 씨는 교육 업계에서 일하다 25년 전 문방구를 시작했다. 시간이 흐른 만큼 호칭도 '아저씨'에서 '할아버지로' 변했다. 다이소 등 대형 업체와 온라인 업체로 문구 상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단골 손님들의 방문으로 근근이 이어왔다. 그러다 최근 건강 악화 등 개인적인 이유가 겹치고 상가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자 문을 닫기로 했다.

인수자를 알아봤으나 여의치 않아 결국 정들었던 간판과 가게 내부를 모두 철거했다. 폐점을 앞둔 문방구는 일부 품목에 50% 할인 판매를 했다. 남은 문구 상품 대부분은 지역 교회, 자원봉사단체 등에 기부했다.

이 씨는 아이들이 문방구에 와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특히 어린 시절 가게를 이용하던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다시 찾아왔을 땐 기분이 묘했다.

그는 "한부모 가정으로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종종 돌봐주고 문제지도 나눠준 적이 있다"며 "몇 년 전 직장인이 되어 찾아와 감사하다며 한사코 거부해도 현금을 주고 갔다"고 말했다. 이어 "만촌초에 다니던 아이가 커서 결혼을 하고 낳은 아이가 다시 만촌초에 다니는 경우도 있었다"고 웃었다.

대구 만촌동 대성문구사 주인이 남긴 손편지. 대성문구사 제공
대구 만촌동 대성문구사 주인이 남긴 손편지. 대성문구사 제공
대구 만촌초 앞 대성문구사 주인 이긍호 씨가 단골 학생에게 카네이션을 받은 모습. 대성문구사 제공
대구 만촌초 앞 대성문구사 주인 이긍호 씨가 단골 학생에게 카네이션을 받은 모습. 대성문구사 제공

이 씨는 문을 닫기 전 '마지막 인사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큰 도화지에 손편지를 써서 입구에 붙여뒀다. 편지에는 "2002년 3월 5일 시작해서 오늘까지 문구사를 이용해 주신 고객님, 학생 여러분 고맙습니다", "아쉽지만 이 자리에 (아이들을 위한) 더 좋은 업체가 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문방구를 자주 이용했던 학생, 학부모, 주민들은 추억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는 분위기다.

만촌초 졸업생 홍유리(16) 양은 "아저씨께 감사한 기억, 죄송한 기억…. 이 문구점에 대한 추억들이 가득한데 정말 아쉽다"며 "아이들에게 상냥한 어른으로 계셔줘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지역 학부모 커뮤니티에도 소식이 알려지며 "여기 아직도 있었군요. 국민학교 시절 자주 갔었는데" "작년에 오성고 앞 문구점이 없어질 때도 아이들이 많이 슬퍼했다" "학교 앞 문구점이 점점 없어지며 추억이 사라지는 기분"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씨는 아이들을 아끼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며 문방구와의 작별 인사를 남겼다.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부모가 '문방구에 가자'고 하면 따라나설 정도로 아이들과의 관계가 좋았어요. 아이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하나둘씩 사라져 아쉬운 마음입니다. 아이들이 잘 자라길 바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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