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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57>당당한 성찰적 눈동자, 수염의 정교한 사실성 '이채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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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작가 모름,
작가 모름, '이채(李采) 초상', 1802년(추정), 비단에 색, 99.2×58㎝,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1802년(추정) 58세의 화천(華泉) 이채(1745~1820)를 그린 '이채 초상'은 명작이 즐비한 조선의 초상화 중에서도 아름다운 작품이다. 첫눈을 사로잡는 것은 정면을 응시하는 당당하면서도 성찰적인 눈동자, 흰색이 다된 콧수염 턱수염의 정교한 사실성, 이목구비의 빈틈없는 묘사, 안정감 있는 평정한 모습 등이다. 명작 초상화는 주인공이 지닌 심신(心身)의 고유성에 화가의 실력이 더해졌을 때 탄생하는 것 같다.

이어서 얼굴보다 큰 투명한 검은빛 모자가 풍기는 권위, 곧은 선(襈)을 검은 천으로 옷깃에 댄 희고 풍성한 겉옷의 흑백이 대비되는 엄정한 품위, 가슴께에 맨 띠의 매듭이 풀리지 않도록 그 위에 묶어 고정시킨 알록달록한 끈의 장식성 등이 눈에 들어오면서 주인공의 위의(威儀)가 존경의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얼굴 좌우에 이 사람이 누구인가를 주인공 스스로 설명한 글과 지인 두 분의 글이 있다.

초상화는 주인공이 모델로서 관찰의 대상이 되는 동시에 자신의 의지를 반영하며 개입하는 그림이다. 이채 선생은 정면상을 선택했고 반신상으로 그리게 했다. 정자의 관(冠)을 썼고 주자의 심의(深衣)를 입었다고 하며 의관으로 중국 송나라 정자(程子), 주자(朱子)와 같은 무리임을 표상했다. 심의는 '주자가례'에 모양과 치수를 정해 놓았다. 종교 집단도 아닌데 모자 하나, 겉옷 하나까지 자신들만의 것을 주장한 성리학이다.

순정(醇正)과 반신수덕(反身脩德)의 이념을 지닌 성리학자들은 초상화에 까다로웠다. 송시열과 함께 양송(兩宋)으로 불렸던 동춘당(同春堂) 송준길은 초상화 남기기를 거부했다. 명재(明齋) 윤증도 거부했으나 제자들이 화가를 몰래 잠입시켜 가까스로 스승의 모습을 남길 수 있었다.

터럭 한 올이라도 틀리면 그 사람이 아니라는 '일호불사(一毫不似) 편시타인(便是他人)'의 일호불사론, 초상화는 모름지기 정신을 전해야 한다는 전신사조(傳神寫照)론, 마음까지 그려내야 한다는 사심(寫心)론 등의 초상화론이 화가를 압박했다.

'이채 초상'에 있는 3편의 화상찬(畵像贊)은 글을 지은 사람, 글씨를 쓴 사람 6명을 모두 알 수 있지만, 끝내 알 수 없는 것은 이 초상화를 그린 화가다. 지금 이토록 우리의 눈을 매혹하는 화가의 솜씨는 필요했지만 그의 이름을 기록할 필요는 느끼지는 못했다니 아이러니하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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