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할부지!"
지난 6일 오전 7시 30분쯤 경산의 한 공동주택. 베란다 창문 너머로 이상민 청도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장을 발견한 우성이(가명) 얼굴에는 금세 웃음이 번졌다. 작은 손을 흔들던 아이는 현관문이 열리기도 전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매일 아침 자신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경찰 할부지'를 기다렸기 때문이다.
부모의 방치 속에 생사의 기로에 놓였던 우성이는 3년 전 이 과장(경정)의 옷깃을 잡고 병원으로 향했다. 누구도 아이의 보호자가 되어주지 못했던 순간, 이 과장은 처음 본 우성이의 할아버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로부터 우성이의 하루에는 늘 이 과장이 함께한다. 생일에는 우성이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잊지 않도록 매년 맞춤형 케이크도 준비한다. 비록 혈육으로 맺어지진 않았지만 이 과장에게 우성이는 '하늘에서 내려준 손주'나 다름없다.
◆ 경찰이 피해 아동의 할아버지가 된 사연은
둘의 인연은 2023년 3월 시작됐다. 당시 경산경찰서 범죄예방질서계장으로 근무하던 이 과장은 '아기 울음소리가 계속 들린다'는 112 신고를 받고 현장을 찾았다.
당시 생후 1개월을 갓 넘긴 우성이는 모친이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여서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된 상태였다.
"분유는 뻑뻑해서 먹을 수 없는 상태였고, 친모는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 상황이라 아이를 돌볼 여력이 안되는 것 같았습니다."
친모의 방치 정황은 112 신고 이전에도 포착됐다. 우성이가 이른둥이로 태어나 인큐베이터로 옮겨졌음에도 병원을 찾지 않았다. 의료진으로부터 민원 전화까지 접한 이 과장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분리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분리조치를 위해선 친권자의 양육이 어렵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있어야 했다. 이 과장은 일곱 번이나 문전박대를 당한 끝에 친모를 설득해 병원에 데려갈 수 있었다. 이후 '영유아를 양육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소견을 토대로 우성이는 칠곡의 한 위탁가정에서 생활하게 됐다.
그러나 안도는 잠시였다. '엄마가 아이를 보고 싶어 한다'는 이유로 지자체가 우성이의 원가정 복귀를 결정한 것.
친모에게 돌아간 지 하루 반나절 만에 우성이의 울음소리는 다시 경찰서까지 울려 퍼졌다. 현장에 도착한 이 과장은 창문 틈 사이로 에어컨 바람을 정면으로 맞고 있는 우성이를 발견했다. 차가운 바람에 노출된 아이의 얼굴은 혈색이 사라진 채 호흡조차 힘겨워 보였고, 강제 개방 끝에 구조에 성공했다.
이 과장은 갈 곳이 없었던 우성이를 집으로 데려와 일주일간 씻기고 돌봤다. 동시에 아이를 맡아줄 아동복지시설 '그룹홈'을 찾기 위해 지자체 공무원들과 함께 뛰어다녔다.
하지만 생후 2개월 신생아를 맡겠다는 곳은 없었다. 갓난아기였던 탓에 위험부담이 크고 자칫 우성이에게만 집중할 경우 다른 아이들의 돌봄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였다.
그 순간 이 과장은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우성이의 할아버지가 되어 아이의 모든 부분을 돌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선생님들께서 부담이 없도록 우성이를 책임지고 양육할 테니 함께 키워보자고 했습니다. 절대로 '나 몰라라'하지 않겠다고 확실하게 말씀드리자 시설에서 우성이를 받아줬습니다."
◆ "제가 조금 덜 쓰면, 우성이는 더 많은 걸 해볼 수 있으니까"
약속은 말로 끝나지 않았다.
이 과장은 친부모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응급상황에서도 보호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적 절차까지 미리 준비했다. 언제 아이가 아플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룹홈 교사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어린이집도 직접 수소문했다. 생후 두 달 된 우성이를 받아줄 어린이집을 찾기 위해 곳곳에 전화를 걸면서 움직였다.
우성이가 아프면 병원도 가장 먼저 달려갔다. 퇴근 후 병실을 찾아 밤새 아이의 곁을 지킨 뒤 출근한 날도 적지 않았다.
"경찰은 원래 밤을 새우는 일에 익숙하죠. 병원에서 하루를 보낸다고 해서 근무에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아이 혼자 병실에 있는 게 더 마음에 걸렸어요."
개인 연차도 자진 반납했다. 그의 휴가는 우성이가 입원하거나 병원 진료를 받는 날로 제한된다. 매일 아침 우성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기 위해 저녁 약속도 없앴다.
주말이면 4~5시간씩 우성이와 시간을 보낸다.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장난감을 함께 고르며 평범한 하루를 만들어준다. 휴대전화 사진첩에도 어느덧 우성이와 함께한 추억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여느 아이들이 한 번쯤 해보는 경험을 우성이도 해봤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입니다. 언젠가는 우성이가 '나도 사랑받으면서 자랐다'고 기억해 준다면 충분합니다."
끝으로 이 과장은 공직자들이 절차에만 얽매이기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의 시간이 소요되는 순간, 보호가 필요한 이들의 목숨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에 빠른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경찰이든 소방이든, 행정공무원이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면 국민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법‧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다면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우리의 일이 아닐까요. 제가 특별해서 한 일이 아니라 누구라도 의지만 있다면 빠르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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