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은 통상 호재로 통하지만 카카오만큼은 선뜻 그렇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회사가 저질러온 분할의 업보 탓이다. 미국 시장이라면 호재로 읽힐 일이 카카오는 급락으로 반응한 건 그동안 쌓인 불신 문제다."
"카카오X를 지주회사로 전환할 계획이 없다고 하지만 존속법인이 투자와 자회사 관리를 맡는 구조 자체가 결국 지주사로 가는 수순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신설법인 카카오AI는 수익화가 검증되지 않은 사업이라 앞으로 자금이 계속 들어가야 하는데 추가 상장이나 유상증자를 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분할 자체보다 분할 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가 더 불안하다."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지배구조 개편 카드를 꺼냈습니다. 회사를 카카오톡·인공지능(AI)에 집중하는 신설법인 카카오AI와 금융·콘텐츠·모빌리티 계열사를 거느린 존속법인 카카오X로 나누는 인적분할입니다. 그런데 개인 투자자들의 반응은 기대가 아니라 냉소에 가깝습니다.
인적분할은 원래 개미에게 나쁘지 않은 이벤트로 통합니다. 신설회사 지분을 기존 주주에게 지분율대로 나눠주기 때문에 물적분할처럼 주주가 성장 과실에서 배제될 일이 없습니다. 카카오도 이 점을 강조했습니다. 기존 주주는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 카카오AI 0.36 카카오X 0.64 비율로 두 회사 주식을 모두 받습니다. 지분율 변화도 없습니다.
명분도 갖췄습니다. 카카오에 따르면 이달 국내외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부분합산가치평가(SOTP) 컨센서스 평균 기준 카카오그룹 자산의 잠재가치는 34조2000억원입니다. 반면 최근 3개월 평균 시가총액은 16조8000억원에 그칩니다. 보유 자산 가치의 절반도 평가받지 못하는 이른바 복합기업 할인을 걷어내겠다는 것입니다. 카카오는 여기에 두나무 지분 매각 차익을 활용한 3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까지 주주환원책으로 함께 내놨습니다.
그런데도 시장은 싸늘했습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분할을 발표한 21일 카카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49% 내린 3만5800원에 마감했습니다. 장중에는 13%대까지 급락했습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 약 1조2800억원이 증발한 셈입니다. 올해 카카오가 장중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한 것은 지난 3월 4일 이후 처음입니다. 이날 외국인은 523억원 기관은 453억원어치를 팔아치웠습니다. 우선주를 뺀 순매도 상위 4위에 나란히 오른 규모입니다. 주주 친화적이라는 인적분할에 주주환원책까지 담았음에도 큰손들이 먼저 발을 뺐습니다.
투자자들이 등을 돌린 것은 인적분할이라는 방식 때문이 아니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문제는 그 인적분할을 다름 아닌 카카오가 한다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시장이 분할이라는 단어에 반사적으로 위험 회피 심리를 드러낸 배경에는 카카오가 쌓아온 쪼개기 상장 잔혹사가 있습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단일 플랫폼 안에서 자란 카카오게임즈(2020년) 카카오뱅크(2021년) 카카오페이(2021년) 등 알짜 사업부를 줄줄이 별도 상장시키며 문어발식 상장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의 스톡옵션 대량 매도 사태와 창업주 사법 리스크까지 터졌습니다. 알짜가 빠져나간 모회사는 껍데기만 남아 주가가 곤두박질쳤고 카카오를 믿었던 개인 투자자들의 계좌는 녹아내렸습니다. 2021년 액면분할 후 한때 17만원을 넘봤던 주가가 3만5000원대까지 주저앉은 이유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의 반응은 냉정합니다. 한 투자자는 "카카오 인적분할로 이렇게 떨어지는 건 과매도 같긴 한데 떨어진 주가가 지금 회사가치보다 현저하게 낮으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며 "살아온 과정의 업보"라고 비틀어 말했습니다. 지금의 저평가를 만든 것이 다름 아닌 카카오 자신이라는 것입니다. 자기 손으로 알짜를 떼어내 복합기업 할인을 자초해 놓고 이번엔 다시 쪼개서 그 할인을 해소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그동안 보여준 게 있으니 뭘 하든 안 좋게 보일 수밖에 없다는 학습효과가 실망 매물의 밑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분할 비율도 불안을 키웠습니다. AI라는 성장 스토리를 쥔 알짜 카카오AI의 비율은 36.5%에 불과하고 여러 계열사를 떠안은 카카오X가 63.5%에 달합니다. 카카오는 매출이나 성장성이 아니라 6월 말 순자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비율을 산정했다고 설명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무거운 쪽이 존속법인이라는 구도가 편치 않습니다.
증권가의 시선도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발표 사흘 만에 카카오 보고서를 낸 증권사 11곳 가운데 하나증권, 키움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다올투자증권 등 5곳이 목표주가를 하향했습니다. 키움증권은 11만원에서 7만원으로 36.4% 낮춰 하향 폭이 가장 컸고 메리츠증권은 5만2000원에서 3만7000원으로 내렸습니다.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은 투자의견마저 매수(Buy)에서 보유(Hold)로 낮췄습니다.
우려는 크게 두 축입니다. 먼저 존속법인 카카오X에 새로 붙을 지주회사 할인입니다. 복합기업 할인을 줄이겠다며 회사를 쪼갰지만 정작 카카오X가 순수 지주회사에 가까워지면서 또 다른 할인율이 적용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삼성증권은 카카오X가 영업가치보다 보유 지분 가치가 기업가치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순수 지주회사에 가까운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자회사 순자산가치(NAV)가 명확해진 긍정적 효과보다 할인율 상승의 부정적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했는데요. 카카오X에 지주회사 할인율 30%를 적용해 기업가치를 10조8000억원으로 평가하면서 할인율이 50%까지 높아지면 카카오 전체 적정주가가 3만3000원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신설법인 카카오AI의 수익화 불확실성입니다. 카카오AI는 5000만명이 쓰는 카카오톡을 에이전틱 AI 비서로 바꿔 2030년 매출 6조원을 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는 회의론이 큽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에이전틱 커머스 등 AI 수익화 전략이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자의 공감을 얻을 새로운 사업 전략이 증명될 때까지 보수적 접근이 유효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카카오AI의 AI 성장 스토리는 2028년부터 숫자로 증명될 전망이라며 단기간에는 상장 자회사의 가치 상승을 제외하면 리레이팅 요인이 부재해 보수적인 접근을 권고한다고 밝혔습니다.
내부 반발도 변수입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분할 발표 당일 성명을 내고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회사는 쪼개도 지금까지의 경영실패와 구성원에 대한 책임까지 쪼갤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노조는 오는 26일 판교역 광장에서 공동교섭 선포식과 카카오뱅크 연속 파업 결의대회를 예고했습니다.
결국 이번 분할이 저평가를 풀지 아니면 또 다른 할인만 남길지는 카카오가 숫자로 증명해야 할 몫입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분할 이후 합산 기업가치는 카카오AI의 리레이팅 폭과 카카오X의 디레이팅 폭 간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현시점에서는 카카오X의 할인 확대 가능성은 비교적 가시적인 반면 카카오AI의 AI 프리미엄 확보 여부는 사업 성과에 좌우되는 불확실한 변수"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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