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을 다녀가는 외국인 사이에 '필수 아이템'이 된 가방이 있다. 국내 H&B(헬스앤뷰티) 브랜드 CJ올리브영 '타폴린백'이다. 물건을 담기 위한 쇼핑백이 브랜드를 상징하는 굿즈(기획상품)이자 여행 기념품으로 진화한 셈이다.
올리브영에 앞서 미국 대형마트 '트레이더 조'(Trader Joe's)는 장바구니 용도로 판매한 '캔버스백'으로 열풍을 일으켰다. 해외여행 중에는 현지인 일상을 경험하고, 자국에서는 해외여행 경험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는 것으로 해석된다.
◆쇼핑백이 여행 기념품으로
올리브영 타폴린백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새로운 기념품으로 자리 잡았다. 올리브영 타폴린백은 출시 약 1년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78만개를 돌파했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1월 서울 4개 매장에서 타폴린백 시범 판매를 시작했고, 같은 해 8월 판매 매장을 130여곳으로 확대했다. 현재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전국 150여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 가방은 가볍고 내구성이 강한 방수 원단 타폴린(Tarpaulin)으로 제작한 쇼핑백이다. 소비자가 구매한 물건을 담아가도록 만든 것이지만 관광객에게는 올리브영 방문을 '인증'하는 기념품이 됐다. 타폴린백 가격은 개당 3천원으로, 올리브영이 타폴린백으로 올린 매출만 53억4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관광객에게 이 가방은 단순한 쇼핑백이 아니라 '한국에서 올리브영 쇼핑을 했다'는 경험을 기념하는 여행 기념품으로 소비된다. 유통업계는 과거 여행지에서 지역 특산품을 구매하던 것에서 벗어나 현지인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사용하는 경험 자체를 소비하는 문화가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크기가 넉넉한 데다 가벼워 여행 중 활용도가 높다는 점도 장점이다. 올리브영은 타폴린백 인기에 힘입어 올해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데일리 토트백 2종'과 '아이코닉 숄더백 3종'을 출시하기도 했다. 올리브영은 이에 더해서 K-뷰티 쇼핑 기념품이 될 만한 다양한 굿즈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가방 출시 때마다 '오픈런'
쇼핑백이 브랜드 굿즈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미국의 트레이더 조 역할이 컸다. 트레이더 조가 지난 2024년 재사용할 수 있는 장바구니 용도로 출시한 캔버스백이 선풍적 인기를 끈 것이다. 캔버스백은 면직물 중 하나인 캔버스(Canvas)로 만든 가방으로, 국내에서 흔히 '에코백'으로 부르는 것과 같은 재질이다.
트레이더 조 캔버스백은 빨간색·남색 등 색깔을 사용해 단순하고 깔끔하게 만들어진다. 가방 앞면 가운데 트레이더 조 로고가 박혀 있는 게 특징이다. 처음 출시한 당시 현지에서는 이 가방을 사려는 이들로 '오픈런'(개장 시간에 맞춰 매장으로 질주하는 행위)이 이어졌고, 온라인 중고 사이트에서 정가(2.99달러)를 크게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트레이더 조 토트백이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열풍'은 이어졌다. 지난해 4월 새로운 색상의 '트레이더 조 미니 파스텔 토트백' 제품과 당해 10월 핼러윈 시즌 맞이 한정판 '미니 캔버스 토트백'을 내놓은 때도 품절 행렬이 벌어졌다. 지난 6월 한정판으로 내놓은 '스트라이프 패턴(줄무늬) 미니 토트백' 또한 출시 직후 '품절 대란'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도 인기다. 일본에선 중고 트레이더 조 가방값이 한때 정가의 200배 수준까지 치솟기도 했다. 미국 대학생 분위기를 선호하는 일본 인플루언서를 시작으로 소셜미디어로 사진을 접하는 일반인까지 유행이 확산했다는 설명이다. 국내 플랫폼에서 트레이더 조 가방 중고거래 가격은 정가의 2~5배 수준인 1만~2만원대로 형성돼 있다.
트레이더 조는 처음 장바구니 용도로 가방을 판매했으나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패션 아이템'으로 소비되면서 성격이 달라졌다. 트레이더 조는 60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유통 체인으로, 합리적인 가격과 다양한 레토르트 식품(간편 식품) 등으로 인해 미국 대학생들 이용도가 높은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이미지 표현 수단으로 작용"
시장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이들 쇼핑백에 열광하는 이유로 희소성을 지목한다. 구하기 어려울수록 소유하고 싶은 심리를 자극한다는 의미다. 트레이더 조 가방은 미국 현지의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야만 구매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는 판매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마저도 일부 매장에서 한정 판매하는 탓에 한 번 동나면 다시 구하기 어렵다. 특정한 시기에 매번 다른 디자인으로 판매하는 방식이 수집 욕구를 자극한다는 풀이도 나온다.
최근 패션 흐름도 한몫을 했다. '꾸민 듯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추구하는 이른바 '놈코어 룩'(Norm-core look·평범하면서도 센스있는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고가의 화려한 가방보다 소박하지만 '힙'(Hip·유행에 밝다는 뜻)한 것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트레이더 조 가방에 대해 '해외 트렌드와 문화에 밝은 사람'이라는 이미지와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됐다고 평가했다. 포브스는 "쉽게 가질 수 없다는 점이 젊은 세대 소유욕을 자극했다"며 "돈이 있어도 미국 매장에 직접 가야만 살 수 있다는 조건이 3달러짜리 가방에 명품 같은 상징성을 부여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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