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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핫플레이스] 충남 서천-바다와 숲, 그리고 '작은 지구'를 잇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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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숲에 펼쳐진 보랏빛 맥문동 꽃밭
세계자연유산 서천갯벌 보는 스카이워크
AR 도슨트 따라 찾는 '기후변화의 신호'
국내에서 오직 이곳에서만, 코모도왕도마뱀

약 70년 전 조성된 소나무 숲에 서천군이 맥문동을 식재하고, 해안을 따라 약 1.5㎞의 산책로를 조성해 충남 서천의 대표적인 산림휴양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서천군 제공
약 70년 전 조성된 소나무 숲에 서천군이 맥문동을 식재하고, 해안을 따라 약 1.5㎞의 산책로를 조성해 충남 서천의 대표적인 산림휴양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서천군 제공

충남 서천은 바다와 숲, 생태를 한 번에 즐기기에 좋다. 송림 해변에서 바닷바람과 소나무 숲을 즐겼다면 국립생태원에서는 여행의 시선을 지구 전체로 넓혀볼 수 있다. 열대에서 극지까지 이어지는 에코리움을 걷고, 현미경으로 작은 씨앗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AR 도슨트를 따라 기후변화의 신호를 찾아보는 여행이다.

전시관을 나와 다시 서천의 숲과 습지를 바라보면 우리가 사는 자연도 조금은 다르게 보인다.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생물과 작은 씨앗 하나까지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생태계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장항 송림자연휴양림… 바람 막던 숲, 사람 품는 쉼터 되다

한여름 무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 걷기 좋은 이 시기에 꼭 가봐야 할 명소가 있다. 충남 서천의 장항 송림자연휴양림이다. 이곳은 처음부터 관광을 위해 만들어진 숲이 아니다. 시작은 195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장항농고(현 장항공고) 학생들이 거센 바닷바람과 모래날림을 막기 위해 해안가에 2년생 곰솔을 심었고, 어린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면서 오늘날 송림의 기반이 됐다.

7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는 27만여㎡ 규모의 숲에 약 1만2천 그루의 곰솔이 자라고 있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약 1.5㎞의 산책로는 서천의 대표적인 산림 휴양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서천군은 숲 안쪽에 길이 236m, 높이 15m의 스카이워크를 만들어 서해바다와 세계자연유산인 서천갯벌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서천군 제공
서천군은 숲 안쪽에 길이 236m, 높이 15m의 스카이워크를 만들어 서해바다와 세계자연유산인 서천갯벌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서천군 제공

특히 이 숲은 역사적·문화적 가치도 인정받고 있다. 장항 송림 산림욕장 권역은 2019년 산림청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됐고 2021년에는 자연휴양림으로 지정됐다. 바람과 모래를 막기 위해 사람들이 심기 시작한 묘목들이 70년 뒤 보존해야 할 산림문화자산이자 사람들을 품는 공간으로 변한 셈이다.

장항 송림자연휴양림의 가장 큰 매력은 한자리에서 숲과 바다를 연이어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숲에서는 곰솔이 만든 짙은 그늘과 솔향을 느낄 수 있고, 산책로를 따라 조금만 이동하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서천갯벌과 드넓은 서해가 시야에 들어온다.

이맘때 장항 송림자연휴양림을 찾는 사람이 많은 데는 이유가 있다. 소나무 아래 맥문동 꽃 때문이다. 맥문동 꽃이 피어 숲을 보랏빛으로 채우는 모습이 절경이다. 장항 송림에 식재된 맥문동은 약 600만 본이다. 전국 최대 규모의 맥문동 군락이다.

여름의 끝자락이 되면 짙은 갈색 곰솔 줄기 사이로 보랏빛 꽃대가 일제히 올라온다. 숲 바닥이 마치 보랏빛 융단을 펼쳐놓은 듯하다. 맥문동은 반그늘에서도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나무 아래에서도 잘 자란다. 길고 짙은 녹색의 잎 사이에서 작은 자줏빛 꽃이 촘촘하게 피어난다. 곧게 뻗은 소나무와 낮게 피어난 맥문동이 서로 대비되면서 장항 송림만의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서천군은 2024년부터 휴양림 인근에 조성된 복합문화공간
서천군은 2024년부터 휴양림 인근에 조성된 복합문화공간 '송림동화'에서 다양한 문화 예술행사를 개최한다. 서천군 제공

맥문동 꽃만 보고 돌아서기에는 아쉽다. 즐길 거리는 더 있다. 숲 안쪽에는 '장항 스카이워크'가 있다. 길이 236m, 높이 15m의 스카이워크를 걸으면 발 아래로 소나무 숲을 내려다볼 수 있다. 끝으로 갈수록 시야가 열리면서 서해와 너른 갯벌이 한눈에 펼쳐진다. 숲속을 걸을 때와는 또 다른 높이에서 해안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2024년 문을 연 '송림동화'도 있다. 장항 송림자연휴양림 인근에 조성된 복합문화공간이다. 연면적 2천㎡ 규모로 전시실과 다목적 프로그램실, 카페, 소회의실 등을 갖추고 있다. 전시, 미디어아트, 각종 체험 프로그램 등이 마련돼 있다. 인근의 국립해양생물자원관까지 연계하면 자연과 생태, 문화 체험을 하루에 함께 즐길 수 있다.

◆초가을 서천에서 만나는 '작은 지구(地球)', 국립생태원

충남 서천에서 자연을 만나는 방법은 다양하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송림 사이를 걷는 시간이 있다면, 조금만 발걸음을 옮겨 지구 곳곳의 생태계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여행도 가능하다. 서천군 마서면에 자리한 국립생태원의 랜드마크인 에코리움은 ▷열대관 ▷사막관 ▷지중해관 ▷온대관 ▷극지관 등 세계 5대 기후대를 재현한 생태 전시 공간이다.

충남 서천에 있는 국립생태원 전경. 국립생태원 제공
충남 서천에 있는 국립생태원 전경. 국립생태원 제공

문 하나를 지날 때마다 온도와 습도, 식생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생물이 달라진다. 여행의 시작점인 열대관에 들어서면 후텁지근한 공기와 함께 높이 솟은 열대식물이 방문객을 맞는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열대우림을 재현한 공간이다. 울창한 식생 사이를 걸으며 열대우림의 생태환경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열대관을 지나면 풍경은 극적으로 달라진다. 건조한 환경에 적응한 선인장과 다육식물이 자리한 사막관, 향긋한 허브와 올리브나무 등을 만날 수 있는 지중해관, 우리에게 익숙한 사계절의 자연을 담은 온대관이 차례로 이어진다.

여행의 끝은 극지다. 한반도의 개마고원을 시작으로 타이가와 툰드라, 북극을 지나 남극에 이르는 생태환경의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펭귄도 만날 수 있다. 서로 다른 기후대를 차례로 경험하다 보면 기후가 생물의 모습과 생존 방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국립생태원 극지관에 펭권들이 한가롭게 놀고 있는 모습. 국립생태원 제공
국립생태원 극지관에 펭권들이 한가롭게 놀고 있는 모습. 국립생태원 제공

10일부터는 5대 기후대를 조금 색다르게 여행하는 새로운 전시도 관람객을 맞는다. AR 도슨트와 함께 에코리움의 5대 기후대를 탐험하며 곳곳에 숨어 있는 기후변화의 신호를 발견하는 참여형 전시다. 관람객은 기후위기 시계에서 출발해 열대, 사막, 지중해, 온대, 극지 기후대를 차례로 여행한다. 각 기후대의 대표 동식물과 생태계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살펴보며 기후위기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된다.

특히 AR 콘텐츠를 활용해 관람객이 직접 생물을 찾아보고 기후변화의 신호를 발견할 수 있도록 했다. 5대 기후대를 모두 탐험한 뒤에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립생태원의 노력도 만나볼 수 있다. 실제 동식물이 살아가는 에코리움 공간과 디지털 콘텐츠를 결합해 어린이에게는 하나의 탐험이 되고, 어른에게는 익숙했던 전시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된다.

9월 넷째 주 이후에는 국립생태원에서 또 하나의 특별한 생물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도마뱀으로 알려진 '코모도왕도마뱀'이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코모도왕도마뱀을 국내에서 전시하는 곳은 국립생태원이 유일하다. 자연적인 식재와 바위 배치 등을 통해 서식 환경을 구현하고, 수족관 전시 기법을 적용해 관람객이 생물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국립생태원 인근에 있는 생태 습지. 국립생태원 제공
국립생태원 인근에 있는 생태 습지. 국립생태원 제공

국립생태원의 매력은 야외 공간에도 있다. 우리나라의 숲과 습지 등 다양한 생태환경을 만날 수 있다. 계절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식물과 습지의 생물, 곳곳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전시관에서 보았던 '생태계'라는 단어가 눈앞의 풍경으로 바뀐다.

대전일보 최병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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