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팬스타의 내빙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PANSTAR ACRO)'가 부산신항에서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섰다. 총톤수 3만 5,708톤, 적재 능력 2,758TEU인 이 선박은 939TEU의 화물을 싣고 북동항로를 따라 첫 기항지인 영국의 펠릭스토우항을 향해 출항했으며, 같은 항로를 따라 10월 5일 부산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번 운항은 한국 해운기업 최초로 북극항로를 이용한 컨테이너 운송 가능성을 검증한다는 점에서 의미와 기대가 크다.
2025년 기준 북극항로 이용 물동량은 약 3,800만 톤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국제 통과운송 물동량은 320만 톤으로 전체의 8.4%를 차지한다. 주요 화물은 북유럽에서 아시아로 운송되는 LNG, 원유, 석유제품, 벌크화물 등이다. 현재 국제 컨테이너 운송은 중국계 선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 항만과 러시아 아르한겔스크항 간의 셔틀 운송과 닝보·저우산항과 영국의 펠릭스토우항을 잇는 직항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국제 컨테이너 물동량은 2024년 1만 7,400TEU에서 2025년 직항 서비스의 영향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운송이 가능하다는 사실만으로 상업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북극항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운항의 연속성과 정시성이다. 일부 쇄빙기능을 갖춘 특수 LNG선은 연중 운항이 가능하지만, 내빙 성능만 갖춘 컨테이너선은 통상 7월부터 11월까지 연간 5개월가량만 운항할 수 있다. 운항이 가능한 해빙기에도 짙은 안개와 유빙, 극심한 폭풍 등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 여건으로 인해 정시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운항 네트워크와 비용 구조 역시 과제다. 선사들은 출발지와 최종 목적지를 잇는 항만 네트워크를 통해 적취율과 수익성을 높인다. 반면 북극항로는 유럽행 직항 화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만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투입 선박의 규모 제한, 내빙선 건조 비용, 쇄빙선 이용료 등의 고비용 구조는 운송거리 단축의 이점을 상쇄할 수 있다. 여기에 러시아의 통제권이 강한 항로라는 점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도 상존한다.
글로벌 선사들도 북극항로 활용에 신중한 입장이다. 머스크(Maersk)는 2018년 3,600TEU급 내빙 컨테이너선을 투입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항까지 시범 운항했다. 그러나 시범 운항 직후 "북극항로는 기존 네트워크를 대체할 상업적 대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나이키(Nike) 등 일부 글로벌 화주들도 환경 보호를 이유로 북극항로 운송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렇다고 북극항로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북극해 인근에서 생산되는 철광석, LNG, 나프타 등을 포항과 여수 지역으로 운송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쇄빙 기능을 갖춘 대형 LNG선은 북극권에서 생산된 LNG를 유럽과 아시아로 운송하고 있다. 이는 북극항로가 당장 글로벌 컨테이너선의 대체 항로로 자리 잡기는 어렵더라도, 에너지와 핵심 광물의 운송로로는 상당한 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중국·일본은 북극항로를 활용해 호르무즈 해협에 집중된 에너지 수입 경로를 다변화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
한국의 대응은 이러한 현실에 기반해야 한다. 이번 시범운항을 통해 운항 기술을 축적하는 동시에 항해 기간, 결빙 상태, 항만 체류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쇄빙선 이용료를 포함한 총 운항 비용을 수에즈운하 이용 시와 면밀히 비교해야 한다. 결로와 한파에 따른 화물 손상·변형 가능성을 점검해 포장, 보관, 적재 기준을 마련하고 화물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
글로벌 환적항만인 부산항과 북방물류 거점인 영일만항을 북극항로의 운항 여건에 맞춰 연계·활용하는 탄력적 대응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노르웨이 북부와 베링해협 인근의 항만 개발 동향을 주시하고, 이들 항만과의 셔틀 서비스망 구축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특히 유럽행 직항 화물을 확보하려면 일본 항만과의 전략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북극의 해빙 현상만으로 북극항로가 상업항로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국제적 안전 통항 규범이 마련되고 안전성·정시성·경제성의 장벽을 넘어야 비로소 상업항로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장기간 축적해 온 북극 정보와 기술 역량이 국가적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기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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