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월 연속으로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이던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9월 들어 주춤하고 있다. 국내 증시가 조정을 거듭하면서 코스피·코스닥 등 국내 지수와 반도체 관련 ETF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에 나선 모습이다. 반면 미국 증시를 추종하는 ETF와 미국 주식 직접투자에는 여전히 자금이 유입되면서 투자 무게중심이 국내에서 해외로 이동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이달 1일부터 전날까지 국내 상장 ETF를 163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지난 2023년 12월 725억원을 순매도한 이후 지난달까지 32개월 연속 이어졌던 월간 순매수 행진이 이달 들어서 멈춘 셈이다.
개인의 ETF 매수 강도는 이미 지난달부터 크게 약해졌다. 개인은 지난 8월 국내 ETF를 2조375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올해 들어 가장 적은 규모이자 지난해 8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 7월 8조7867억원의 약 4분의 1에 불과하며 역대 최대였던 6월 24조6720억원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근 매도세는 국내 증시와 반도체 관련 상품에 집중됐다. 최근 1주일간 개인 순매도 상위 ETF를 보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레버리지'가 59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KODEX 200(370억원) ▲KODEX 코스닥150(332억원)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315억원) ▲KODEX 반도체레버리지(289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265억원)' ▲TIGER 반도체TOP10(24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 주식형 ETF의 순자산 감소세도 두드러진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ETF 순자산은 지난 6월 말 248조4414억원에서 8월 말 200조7426억원으로 47조6988억원(19.2%)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ETF는 144조638억원에서 132조1570억원으로 11조9068억원(8.3%) 줄어드는 데 그쳤다. 국내 주식형의 감소율이 해외 주식형의 두 배를 웃돈 셈이다.
미국 증시를 향한 개인투자자의 관심은 여전히 높았다. 최근 1주일 개인 ETF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TIGER 미국S&P500이 1167억원으로 2위에 올랐고 ▲KODEX 미국나스닥100(618억원) ▲KODEX 미국S&P500(611억원) ▲TIGER 미국나스닥100(420억원)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276억원) 등도 포함됐다.
미국 주식 직접투자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 자료를 집계한 결과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8월부터 9월 4일까지 미국 주식을 약 25억달러 순매수했다. 8월 한 달 약 19억6000만달러에 이어 9월 1~4일에도 약 5억4000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최근 한 달간 미국 시장 종목별 순매수 상위권에도 미국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대거 포진했다. 뱅가드 S&P500 ETF가 약 2억3162만달러 순매수됐고 인베스코 나스닥100 ETF는 1억9085만달러, 프로셰어즈 울트라 QQQ는 1억7053만달러, 인베스코 QQQ는 1억3874만달러가 각각 순매수했다.
시장에서는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가 팬데믹 이후 크게 늘어났으며 지난해 개인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가 약 325억달러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올해는 국내 증시의 상대적 강세로 유입 규모가 줄었지만 현재 속도가 이어질 경우 연간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은 247억4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미국, 한국 등 주요 국가와 반도체 업종의 가시적인 이익 개선세가 계속되면서 주식 성과가 여전히 가장 좋은 환경"이라면서도 "리스크 관리를 위한 배당 스타일과 자산배분"을 권고했다.
실제 미국 증시는 국내 증시보다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 8월 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일제히 상승했다. 9월 들어서도 지난 4일까지 S&P500은 0.42%, 나스닥종합은 0.52%, 다우존스30은 0.43% 올랐다.
다만, 글로벌 ETF 시장 전체로 보면 위험자산 선호가 다소 약해지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1주일간 미국 주식 ETF에서는 9억달러가 빠져나간 반면 채권 ETF에는 49억달러가 유입됐다. 지역별로도 미국 주식 ETF에서 19억달러가 유출됐으며 S&P500과 나스닥100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갔다. 반면 고배당 스타일과 소형 가치주에는 자금이 유입됐다.
최근에는 국내 ETF 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의 경계심리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변동성을 헤지할 수 있는 커버드콜과 금리 상승 구간에서 방어력이 높은 보험 ETF에는 자금이 유입된 반면 AI·반도체 등 성장 테마에서는 대체로 자금이 빠져나갔다.
장치영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ETF 시장에서도 경계심리가 높아진 모습이 관찰된다"며 "변동성을 헤지할 수 있는 커버드콜 ETF와 금리 상승 구간에서 방어력이 높은 보험이 자금 유입 강도 상위권에 위치한 반면, 금리 민감도가 높은 성장 스타일인 AI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 테마 ETF는 대체로 자금이 유출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최근 개인의 순매도 전환을 ETF 시장의 장기 성장세가 꺾인 신호로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퇴직연금의 실적배당형 자산 비중이 늘면서 ETF가 장기 자금을 흡수하는 주요 투자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수진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ETF 투자금액이 3년 연속 100%대 증가율을 보이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ETF는 자산군별 다양한 라인업을 갖고 있어 투자자 성향에 따른 분산 투자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李대통령 '서울 민심'이 흔들린다…'매우 잘함' 서울이 TK 밑으로 [시사뒷담]
정부 '광주 군공항 이전'만 따로 협의하려 하자…美 "기존 협정이 우선"
[단독] "카페서 알게 됐다"던 김승원…양수진 '로테이션빠' 변호했다
"보고 싶어서 눈물나"…한동훈, 김승원 '우연히' 주장에 녹취록 공개
대구경북신공항 장기화…이전지역은 재난지역과 다름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