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도 1위 및 전국 최상위권 수준의 재정자립도를 보인 성남시 수장 신상진 시장이 "이번 기회에 경기도를 없애는 건 어떨까?"라고 물으며 일종의 '경기도 무쓸모론'을 제기했다.
현재 재정 비상 상황인 경기도와 상관 없이 성남시정을 펼치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읽히는데, 이같은 상황은 경기도내 재정이 여유 있는 다른 기초자치단체들도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엔 국민의힘 소속 신상진 시장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경기도지사에 대한 견제 구도가 더해지는 모습이다.
◆도비 10%에 시·군이 90%?…신상진 "권한만 가진 경기도 왜 필요한가"
신상진 시장은 9일 오후 6시 45분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경기도가 최근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도비 매칭 비율을 상한 30%까지 낮추고, 나머지 70%를 시·군에 부담시키겠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에 따라 성남시와 화성시, 용인시 등 일부 자치단체에는 사업비를 경기도는 10%, 시에는 90%까지 부담시키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지난 3일 31개 시·군에 2027년 본예산 편성 방침을 설명하며 시·군 보조사업 가운데 도비 보조율이 30%를 넘는 사업은 원칙적으로 최대 30%까지만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기존 도비 부담 비율이 40~50% 이상이던 사업도 시·군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신상진 시장은 도비 지원 축소를 단순한 재정 문제를 넘어 광역자치단체인 '도(道)'의 존재 이유에 대한 문제 제기로 확대했다.
신상진 시장은 "2025년 경기도 지방세를 보면 도세와 31개 시·군세가 사실상 50대 50으로 각각 절반 정도씩 차지하고 있다"며 "세금은 시·군이 상당 부분 걷고 주민생활과 직결된 행정도 시·군이 담당하는데, 이제 도가 추진하는 사업의 비용마저 대부분 시·군에 부담시키겠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실제 경기도의 2025년 지방세 징수액 29조8천45억원 가운데 도세는 15조3천615억원으로 51.5%, 31개 시·군세는 14조4천431억원으로 48.5%를 차지했다.
그러면서 신상진 시장은 "과연 조선시대에도 있었던 '도'라는 중간 행정단계를 지금과 같은 형태로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대안으로는 현재의 광역·기초자치단체 2단계 구조를 단순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신상진 시장은 "권한은 도가 갖고 비용과 책임은 시·군에 떠넘기는 구조라면 차라리 대한민국 행정체계를 중앙정부와 '권역별로 통합한 기초지자체(전국 약 50개 정도)' 중심으로 단순화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남시는 이같은 주장을 제기할 만한 재정 여력을 갖춘 지자체이기도 하다. 2025년 당초예산 기준 성남시 재정자립도는 53.7%로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전국 157개 시·군 가운데서도 가장 높았다.
페이스북 글 말미에서 신상진 시장은 "이번 '도비 지원 비율 10%·30%·50%' 논란을 단순한 예산 분담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지방행정체제를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없애고 성남·수원·용인·고양·화성 등 '광역시급 기초지자체'…법적으로 가능할까
신상진 시장의 제안처럼 아예 경기도를 없애는 게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법적으로 불가능한 상상은 아니다.
다만 경기도를 없앤 뒤 성남시·수원시·용인시·고양시·화성시 등 몸집이 큰 기초자치단체들을 지금과 같은 '시' 신분으로 중앙정부 바로 아래 두는 것은 현행 지방자치법 체계상 어렵다. 실제 추진하려면 이들을 광역시·특별자치시 같은 광역자치단체로 독립시키거나 새로운 형태의 지방자치단체를 만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도시 규모만 보면 낯선 상상도 아니다. 수원·고양·용인·화성은 이미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에 적용되는 '특례시'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이들을 여전히 기초지자체로 두면서도 행정·재정 운영에 추가 특례를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올해에는 수원·고양·용인·화성·창원 등 5개 특례시의 권한을 확대하는 특별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즉 경기도 안에서도 이미 광역시에 버금가는 규모와 별도 특례를 가진 도시들이 여럿 존재하는 셈이다. 최근 특별자치도 전환과 광역 행정통합처럼 지방행정체제를 크게 손보는 사례까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경기도 폐지' 역시 법 개정을 전제로 하면 제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영역이다.
다만 실제로 추진하려면 광역교통·소방·도시계획·재정조정 등 지금 경기도가 맡고 있는 기능을 어느 지방정부가 넘겨받을지부터 다시 설계하는 과정을 면멸히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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