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만료일이 5개월 28일 남은 여행객이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에서 발권을 거부당했다.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실제 사례다. 이틀 차이로 '잔여 유효기간 6개월' 요건에 걸린 것이다.
올해 추석은 9월 25일 금요일이다. 연휴를 앞두고 급하게 항공권을 잡은 여행객이라면 여권 뒤쪽 유효기간을 먼저 봐야 한다. 만료일이 남아 있어도 나라마다 '몇 개월 이상 남아야 한다'는 기준이 따로 있어서다.
공항에서 당일 받는 긴급여권이 있지만 만능은 아니다. 전자칩이 없는 비전자 단수여권이라 아예 받아주지 않는 나라가 있다.
◆ 3월부터 5만원으로 오른 수수료, 1회 왕복만 가능
외교부는 지난 3월 1일 시행된 여권법 시행령 개정으로 긴급여권 발급 수수료를 4만8000원에서 5만원으로 올렸다. 국제교류기여금을 포함한 일반 신청 기준 납부액은 5만3000원이다.
친족 사망이나 위독 등 인도적 사유를 증빙하면 1만7000원으로 줄어든다. 현장에서 증빙이 어려우면 일반 수수료를 낸 뒤 6개월 안에 서류를 제출해 차액 3만3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감면액은 창구에 따라 갈려, 국외 공관에서 친족 사망이나 중대한 질병을 증빙할 때는 2만원이 적용된다.
이 여권은 유효기간 1년 이내의 비전자 단수여권이다. 한 번 나가고 한 번 들어오는 1회 왕복에만 쓸 수 있고 재사용이 안 된다. 일반 전자여권처럼 여러 차례 출입국하는 용도가 아니다.
발급 절차도 일반 여권보다 까다롭다. 외교부는 당일 발급 신청자에게 왜 급하게 여권이 필요한지 적은 신청 사유서를 반드시 내도록 하고 있다. 사유서 내용이 부실하면 접수 단계에서 시간이 더 걸린다.
◆ 신청 사유 91%가 '유효기간 부족·분실' 부주의
제도의 취지는 긴급 상황 대응이지만 실제 신청은 다르다. 외교부 여권행정분과위원회 안건 자료를 보면 인천공항 긴급여권 신청 사유 가운데 단순 부주의가 91%를 차지했다. 유효기간 부족이 58%, 분실이 33%였다. 2019년 9월 기준 통계다.
외교부는 인도적 위기 대응 제도에 단순 부주의·관광 목적 신청이 몰리면서 여권 공신력이 떨어지고 행정 낭비가 생긴다는 지적을 자료에서 밝힌 바 있다.
발급이 아예 막히는 경우도 있다. 여권을 1년 안에 2회, 또는 5년 안에 3회 이상 분실한 이력이 있으면 당일 발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단순 관광이나 일정 착오는 심사 과정에서 반려될 수 있고, 이때 항공권 취소 수수료는 본인이 물어야 한다.
◆ T1은 공휴일 휴무, T2는 365일 운영
인천공항 여권민원센터는 제1터미널 3층 출국장 G~H 사이, 제2터미널 2층 정부종합행정센터에 있다. 두 곳 모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차이는 휴무다. 제1터미널은 주말에는 운영하지만 법정공휴일에는 쉰다. 제2터미널은 연중무휴 365일 정상 운영한다. 김해공항 국제선 확충터미널에서도 연중무휴로 당일 발급 창구가 돌아간다.
접수부터 발급까지 통상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이 걸린다. 신청이 몰리면 2시간까지 늘어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항공기 출발 3~4시간 전 도착을 권하고 있다.
◆ 미국은 ESTA 탑승 불가, 베트남은 무비자 제외
외교부는 비전자여권 국가별 인정 현황 고시를 지난 6월 9일 개정했다. 이 고시를 보면 미국은 전자여권을 전제로 한 전자여행허가(ESTA) 무비자 입국에 비전자 긴급여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정식 비자가 없으면 탑승 자체가 막힌다.
베트남도 긴급 단수여권 소지자를 무비자 적용에서 제외한다. 유효한 비자가 없으면 원칙적으로 입국이 불가하다. 인천공항에서 긴급여권을 받은 베트남행 승객이 '현지 입국 거부 시 책임은 승객 본인에게 있다'는 서약서에 서명한 뒤 수속을 밟은 사례도 있다.
입국이 허용되는 나라라도 안심하기 어렵다. 국토교통부 항공보안과는 경유국의 환승 비자 규정이나 항공사 자체 탑승 기준에 걸려 출발이 차단될 수 있다고 안내한다. 입국 심사관 재량으로 최종 거부되면 항공료와 숙박비 손실은 여행객이 전액 감수해야 한다.
이 고시는 수시로 바뀐다. 외교부는 네덜란드 등 각국의 비전자여권 인정 여부 변경 사항을 반영해 내용을 갱신하고 있다. 출발 전 최신본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 태국·대만 6개월, 솅겐 3개월, 일본은 체류기간
잔여 유효기간 기준은 나라별로 갈린다. 태국·싱가포르·대만·인도네시아 등 주요 동남아 여행지는 입국일 기준 6개월 이상을 요구한다. 기준에 못 미치면 출발지 공항에서 발권부터 거부된다.
유럽 솅겐 협정 가입국은 솅겐 지역 출국 예정일로부터 3개월 이상이면 된다. 다만 솅겐 지역 안에서 제3국으로 나갈 때 해당 국가 기준이 적용된다. 헝가리에서 제3국행 항공기를 타려던 한국인 여행객이 방문 예정국의 6개월 요건을 채우지 못해 현지 공항에서 출국을 거부당한 사례가 외교부 해외안전여행에 올라와 있다.
일본은 별도의 6개월 규정을 두지 않는다. 체류 예정 기간 동안 여권이 유효하면 원칙적으로 입국을 허용한다.
외교부는 만료로 인한 출국 거부를 줄이기 위해 유효기간 만료 6개월 전 알림 문자를 보내는 사전 통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수신에 동의한 사람에게만 발송되므로, 문자를 못 받았다면 여권 유효기간과 방문국 요건을 직접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인천공항은 24일부터 출국 수요가 몰리면서 공항 여권민원센터 대기 시간도 길어질 것으로 보고 대비에 들어갔다.





































댓글 많은 뉴스
"北은 적, 그런데 '주적'은 아니다?"…강신철·강선영, 한 글자 '主' 놓고 청문회 설전
강신철, 장남 '7억 상가' 매입 논란에 "30살 아들, 일일이 간섭 어려워"
장동혁, 이재명 대통령 탄핵 예고…김승원 청문보고서 채택에 맹공
李대통령 "농사 못 지으면 농지 뺏는다? 진실 아냐"…농지조사 반발에 "개혁 반대자 힘 세"
李대통령 지지율 35.9%…또 최저, 전 연령 부정 우세, 잘하는 분야 '없음' 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