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의 역할이 환자를 진료하는 데서 새로운 치료법과 의료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다. 진료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를 연구하고, 이를 신약·의료기기·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로 발전시켜 다시 환자 치료에 적용하는 '연구중심병원'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특히 연구인력과 대규모 국가 연구개발(R&D)이 수도권 대형병원에 집중된 상황에서 지역 연구중심병원은 지역 의료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으로 꼽힌다. 지역에서 축적된 임상 경험과 환자 데이터를 연구와 기술개발로 연결해야 지역 환자도 수도권에 가지 않고 최신 의료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중정 계명대 동산의료원 연구처장은 "진료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연구해 특허와 지식재산권으로 만들고, 이를 기술화·사업화해 다시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이 연구중심병원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연구 성과가 실제 의료현장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더 중요한 연구중심병원
정부는 병원의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연구 성과를 환자 치료와 의료산업으로 연결하기 위해 연구중심병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13년 지정제로 시작해 지난해 인증제로 전환됐으며, 30개 신청 의료기관 가운데 21곳이 1기 연구중심병원으로 인증됐다. 대구에서는 기존 경북대병원과 함께 계명대 동산병원이 신규 인증을 받았다.
연구중심병원의 핵심은 논문을 많이 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의료진의 아이디어가 연구를 거쳐 특허와 기술개발, 기술이전·창업으로 이어지고 최종적으로 새로운 의료기술로 환자에게 돌아오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최근 대형 국가 R&D는 개별 연구자나 병원 하나가 수행하기보다 여러 진료과와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컨소시엄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 수도권 대형병원에 비해 연구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 병원으로서는 공동연구 네트워크 구축이 더욱 중요하다.
이 처장은 "큰 국가과제는 여러 병원과 다양한 분야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며 "대규모 연구가 수도권 빅5 병원 중심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지역 병원도 연구자 그룹과 공동연구 네트워크를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료데이터 연구 역시 지역 연구중심병원의 중요한 역할이다. 병원이 보유한 임상데이터를 활용하면 지역의 고령화와 만성질환 등 특성에 맞는 질병 예측·예방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이는 중증·필수의료를 지역 안에서 해결하는 지역완결형 의료의 기반으로도 연결된다.
◆논문 대경권 1위…AI·예측 연구로 확대
동산의료원이 내세우는 성과 중 하나는 연구역량의 성장이다. 대학알리미 공시 기준 계명대 의과대학의 전임교원 1인당 SCI급·SCOPUS 논문 실적은 0.5623건으로 대구·경북 의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사업에서도 상·하반기 각각 12개씩 모두 24개 과제가 정부 지원을 받게 됐다.
연구 영역도 질병 발생 이후 치료에서 예측과 조기진단, 일상생활 관리로 넓어지고 있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의 간암 진행 과정,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조기진단 바이오마커를 비롯해 미숙아 만성폐질환 예후와 심근 섬유화를 예측하는 AI 연구 등이 진행되고 있다. 중년 여성의 건강한 노화를 돕는 디지털 프로그램과 노인 만성질환자의 자가관리를 지원하는 생성형 AI 챗봇 연구도 대표적이다.
특히 병원에 축적된 전자의무기록(EMR)과 공통데이터모델(CDM)을 활용한 연구가 확대되고 있다. 서로 다른 병원의 데이터를 표준화해 대규모로 분석하면 질병 발생과 예후를 예측하고 조기 개입이나 치료방법 결정에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 청진기·뇌경색 예측…연구를 의료기기로
연구 결과를 실제 의료기기로 연결하는 사업화도 성과로 꼽힌다. 심장내과 김인철 교수와 의용공학과 웨이췬 교수가 참여한 교원창업기업 클레어오디언스는 멀티모달 스마트 청진 시스템 'MUST'를 개발하고 있다. 심혈관질환 환자의 생체신호를 심장초음파·심전도·의무기록 등과 결합해 분석하는 기술로, 2027년 상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식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경과 홍정호 교수가 창업한 바이오링크의 'BL-NeuroCast'는 MRI와 임상데이터를 분석해 뇌경색 환자의 조기 신경학적 악화 위험도를 제시하는 의료기기로 지난 7월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이 처장은 "진료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특허가 되고 기술로 발전해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결국 환자가 최신 의료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연구중심병원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동산의료원은 앞으로 암과 심뇌혈관질환, 고위험 산모·태아 등 3개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연구인력과 기술사업화 지원 인프라를 강화할 계획이다.
































댓글 많은 뉴스
한동훈, 李 "농사 못 지으면 농지 뺏는다? 진실 아냐"에 재반박…"농민마저 비판세력 몰아"
李 해명에도 여전한 농지 전수조사 불신…밑바닥엔 불안·불통·불일치 [금주의 이슈]
조갑제 "민주당, 한동훈 제명 협박으로 망하는 길…'더불어망할당' 선택"
선관위 '아빠 찬스' 의혹 임용 취소자들, 불복소송서 줄줄이 '승소'
'안하무인' 판사님... 누가 그들을 '천룡인'으로 만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