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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100주년] 점점 작아지는 사투리의 목소리… "지역의 언어문화 유산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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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 방언 사용 22.5%→21.4%… 20·30대 사용률은 10%대
"지역 정체성과 국어사 연구 자산 사라진다"
경연대회부터 애니메이션까지 전승 노력 이어져

지난 2024년 대구 남구 앞산전망대를 찾은 한 시민이 미디어보드를 이용해 대구 사투리 퀴즈를 풀고 있다.
지난 2024년 대구 남구 앞산전망대를 찾은 한 시민이 미디어보드를 이용해 대구 사투리 퀴즈를 풀고 있다. '여 쫌 널짜주이소', '대반 마 뽀사뿌라' 등 다양한 대구 사투리를 퀴즈로 풀 수 있는 미디어보드는 대구시가 앞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설치했다. 매일신문 DB.

지역의 역사와 정서를 담아낸 유산인 방언이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방언 사용이 줄면서 세대가 거듭될수록 방언의 명맥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가운데 방언을 지키기 위한 각양각색의 노력이 눈길을 끌고 있다.

◆ 방언 이용률 점점 줄어

지난해 발표된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0년과 비교했을 때 방언 이용 비율이 줄어들었다. 평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로 경상 방언을 뽑은 이는 22.5%에서 21.4%로 소폭 감소했다. 반면 '표준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하는 국민이 지난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표준어와 지역 방언의 바람직한 사용 방식에 대해 물었을 때, '지역 방언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지양하는 인식'이 적잖았다. 조사 결과 '때와 장소에 따라 구분해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25.9%로 가장 높고, '기본적으로 표준어를 사용하고 지역 방언은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가 23.7%로 뒤를 이었다. 4명 중 1명은 공식 석상 등에서 의식적으로 방언 사용을 꺼린다는 의미다.

특히 젊은 층의 방언 이용률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20대 중 표준어 사용한다는 비율은 68.2%, 30대는 64.4%로 치솟았다. 이에 반해 경상 방언을 사용한다는 20대와 30대는 각각 16%, 17%에 불과했다. 특히 젊은 세대가 지역어 사용을 줄이면서, 세대가 바뀔수록 방언 사용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어의 사용 기반이 약해지면서 일부 지역어는 이미 소멸을 코앞에 두고 있다. 제주어는 2010년 12월 유네스코가 분류한 소멸위기 언어 가운데 4단계인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로 분류됐다. 유네스코는 5단계를 이미 '소멸한 언어'로 분류하고 있어, 제주어는 소멸위기 언어 가운데서도 가장 위험한 단계에 속한다.

◆ "방언 의미 깊어"

전문가들은 방언을 단순히 지역에서 주로 사용하는 언어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고어의 흔적과 지역의 정서가 집약된 '언어 문화재'로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덕호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사단법인 국어문화원연합회장)는 "방언 속에는 고어의 흔적과 지역 고유의 문화적 바탕이 보존돼 있다"며 "또 방언을 이용하는 이들끼리 소속감을 느끼는 등 방언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 중구의 골목 이름으로도 남은 사투리 '야시'가 대표적인 예다. '야시'는 여우를 뜻하는 말로, 중세 국어에서 반치음이 소멸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반면 경상 방언에는 반치음의 흔적이 'ㅅ' 발음으로 남아 있어, 옛 우리말의 발음과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단서가 된다.

김 교수는 "지역어가 소멸한다는 것은 국어사 연구의 귀중한 자산이자 지역의 정체성이 함께 사라진다는 의미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억양과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온라인 음성 데이터베이스(DB)나 지역 방언 사전을 구축하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원오 대표는 대구 지역의 문화와 사투리를 담은 애니메이션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대구툰 인스타그램 갈무리.
'제16회 합천사투리 말하기 대회'에서 금상을 차지한 대병중학교(권유경, 원종민, 이지유)팀이 사투리 공연을 펼치고 있다. 합천군 제공.

◆ "방언 지키자" 움직임

이 가운데 사투리를 지키고 다음 세대로 이어가기 위한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사투리를 활용한 경연대회를 열어 지역의 역사와 문화, 정서를 함께 알리고 사투리 전승을 꾀하는 사례가 눈에 띈다.

안동에서는 지난해 12월 '안동 사투리 경연대회'가 열렸다. 올해로 14회째를 맞은 대회로, 참가자들은 안동의 문화와 구전 설화를 사투리로 풀어낸 공연을 선보였다.

이날 대상 수상작은 홀로 세 아들을 키운 어머니의 사연을 연극으로 꾸몄다. 무대에 오른 할머니가 익숙한 안동 사투리로 대사를 이어갈 때마다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할매요, 이거 마카다 얼마요(할머니, 이게 다 얼마인가요?)", "워매 비싼껴, 안동에 큰 불이 나가 땅이 배추를 숭가놓는겨(어머 비싸다, 안동에 불이 나서 땅에서 배추가 나지 않나요?)" 등 대사도 표준어 해설 없이 그대로 전달됐다.

방언의 전승 대상으로 꼽히는 젊은 세대가 직접 참여하는 대회도 마련됐다. 경남 합천에서는 지난달 29일 '제16회 합천사투리 말하기 대회'가 열렸다. 초·중·고등학생 9팀이 합천의 사투리와 지역 이야기를 주제로 경연을 펼쳤다. 학생들이 직접 사투리를 말하고 익히도록 해, 지역 유산을 직접 후대에 전승하려는 취지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원오 대표는 대구 지역의 문화와 사투리를 담은 애니메이션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대구툰 인스타그램 갈무리.

개인 단위에서 사투리 관련 콘텐츠를 제작해, 방언을 보존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원오 로컬커넥트 대표는 '대구툰'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다. 워효와 리미라는 캐릭터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우리하다(얼얼하다)', '뻐뜩하면(걸핏하면)'과 같은 사투리가 등장한다. 사투리의 뜻을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대화 맥락에서 그 뜻이 자연스럽게 이해되도록 대본과 스토리를 직접 짜고 있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동네 이야기를 그리는 유머 만화로 시작했지만, 고향을 떠난 분들이 고향 말에 크게 공감해 주면서 점차 인기를 얻게 됐다"며 "'내가 모르면 가짜 사투리'라며 사투리 이용자들조차 서로의 표현을 인정하지 않는 반응을 보면서, 이대로 두면 사투리가 진짜 사라지겠다는 위기감이 들어 사투리를 더 깊이 다루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이 공식적인 자리나 전달력이 필요할 때 표준어를 쓰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다만 사투리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지역 어르신들의 삶이 녹아 있는 표현이고, 우리말을 한층 풍성하게 만드는 말이라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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