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나 구치소에 들어가면 세상과 단절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면회를 하고 편지를 주고받는다. 변호사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밖으로 전하기도 한다. 반대로 바깥의 지지자들이 수용자의 처우를 걱정하며 민원을 쏟아내기도 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많은 '옥중 뉴스'를 만들어내는 두 사람을 꼽자면 김건희 씨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있다.
김건희 씨를 둘러싸고는 불과 19일 동안 건강·처우 관련 민원 961건이 구치소에 몰렸고, 이화영 전 부지사는 16개월 동안 454차례 접견했다.
인기 드라마 제목을 빌리자면, 두 사람 모두 꽤 '화제만발 감빵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김건희, 19일간 민원 961건…밖에서 구치소로 몰렸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14일까지 19일 동안 서울남부구치소에는 김건희 씨의 건강 상태와 처우 등을 묻는 민원이 모두 961건 접수됐다.
지난 5월 관련 민원이 3건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두 달여 만에 폭증한 것이다.
민원 급증 시기는 김건희 씨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법정 증언과 맞물렸다.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김건희 씨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 항소심 법정에서 김건희 씨가 "하루 종일 누워만 있어야 하고 식사를 거의 하지 않아 일어설 기력도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반면 구치소 내부 보고서에는 김건희 씨가 어지럼증을 호소해 수액 처치를 받은 적은 있지만, 구치소가 제공하는 단체식은 선택적으로 먹고 영치금으로 구매한 식품도 취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의겸 의원은 대규모 민원으로 교정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향후 석방이나 특혜의 명분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건희 씨의 경우 여느 정치인 내지는 유명인들과 반대로, 옥중에서 밖으로 메시지를 내보낸다기보다, 바깥의 관심과 지지가 구치소 안으로 밀려드는 형태에 가깝다.
◆이화영은 반대…16개월간 접견 454번
이화영 전 부지사는 방향이 정반대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화영 전 부지사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6월부터 올해 9월까지 16개월 동안 모두 454차례 외부 접견을 했다.
일반 접견 81건, 변호인 접견 353건, 장소변경접견 20건이었다.
단순 계산하면 하루 평균 한 차례에 가까운 수준이다.
장소변경접견은 가림막 등 접촉 차단 시설이 없는 별도 장소에서 이뤄지는 접견이다. 흔히 '특별면회'라고도 불리지만, 신체적·사회적 약자를 위한 경우뿐 아니라 변호인과 민감한 내용을 논의하는 데 활용되기도 해 횟수 자체만으로 특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같은 기간 서신도 172차례 주고받았다. 발신 21건, 수신 151건이다.
최근에는 접견과 변호인을 통한 메시지가 정치적 의미까지 띠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이화영 전 부지사를 면회한 뒤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며 '조작기소 특검'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어 김광민 변호사는 이화영 전 부지사가 청와대에 가석방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매우 화가 나 있는 상태"라고 공개적으로 전했다.
김건희 씨가 바깥의 관심을 안으로 끌어들이는 쪽이라면, 이화영 전 부지사는 접견과 서신, 변호인을 통해 안의 메시지를 밖으로 밀어내는 쪽에 가깝다.
◆박근혜는 편지 한 장…김대중·만델라는 수백 통
수감 중에도 바깥 정치와 사회에 계속 영향을 미친 사례는 과거에도 적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직접 쓴 옥중서신을 공개했다. "기존 거대 야당 중심으로 힘을 합쳐달라"는 내용은 당시 보수진영 통합과 선거 전략을 둘러싼 정치권의 큰 이슈가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은 성격이 달랐다. 가족에게 보낸 안부와 독서 기록, 민주주의와 정치에 대한 생각 등이 쌓였고 훗날 한 정치인의 사상과 시대를 보여주는 역사적 기록이 됐다.
해외에서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27년간 투옥된 동안 가족과 동료, 정부 관계자 등에게 수많은 편지를 보냈고, 훗날 이 기록들은 그의 정치적·역사적 유산을 보여주는 자료가 됐다.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역시 수감 중 변호인들을 통해 외부와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그의 정치적 입장은 2024년 2월 사망 전까지 SNS를 통해 계속 확산됐다.
누군가는 편지 한 장으로 선거판에 영향을 미쳤고, 누군가의 편지는 수십 년 뒤 역사 기록이 됐다. 또 누군가는 변호인과 면회를 통해 감옥 밖 정치와 연결됐다. 감옥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계속 이어질 인류의 한 소통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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