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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100주년] "숫처녀 가고 먹방 온다" 시대상 반영하며 점점 늘어나는 한글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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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미디어 표현 품고 고정관념 덜어내
답정너·내로남불 등 신조어도 일상 정착
"자연스러운 변화… 충분히 살펴 등재"

국어사전 관련 이미지. 클립아트 코리아.
국어사전 관련 이미지. 클립아트 코리아.

우리말을 담아내는 사전이 시대 변화에 맞춰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낯설었던 신조어와 미디어 관련 표현이 새로운 표제어로 속속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기존 단어의 뜻풀이에서도 시대에 맞지 않는 표현은 사라지고 있다.

최근 3년간 여러 사전에 새롭게 추가된 표제어를 살펴보면 이러한 변화가 두드러진다. 특히 올해는 미디어와 관련된 표현이 대거 사전에 실렸다. 유튜브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K팝 등 미디어 콘텐츠 소비가 일상화된 데 따른 것이다.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해외 학습자들이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표현을 사전에 담아낼 필요성도 커졌다.

음식을 먹는 방송을 뜻하는 '먹방', 한 번에 여러 회차의 콘텐츠를 몰아보는 행태를 뜻하는 '정주행', 결말이나 내용을 미리 알려주는 '스포하다',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를 뜻하는 '최애' 등이 새 표제어로 추가됐다.

사회 변화 역시 국어사전의 표제어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해에는 '쪽방촌'과 '구도심' 등이 새로운 어휘로 등재됐다. 주거 환경과 도시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현실을 보여주는 단어들이다.

2024년에는 '초미세먼지', '확진자' 등 환경과 감염병 관련 표현도 새롭게 표제어가 됐다. 당시 사회가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었는지가 새로운 단어의 등재 과정에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 고정관념 걷어내

기존 단어의 뜻풀이도 시대에 맞게 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접두사 '숫-'이다. '더럽혀지지 않아 깨끗한'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숫-'의 용례에서 '숫처녀'와 '숫총각'이 삭제됐다. 대신 '숫눈', '숫사람' 등 특정 성별이나 순결 관념에 기대지 않는 표현으로 교체됐다.

'연분홍'의 용례도 바뀌었다. 기존에는 "연분홍 치마를 입은 지수는 무척 여성스러워 보였다"는 문장이 제시됐지만, 현재는 "지수는 연분홍의 원피스를 입고 파티에 참석했다"는 문장으로 정비됐다. 특정 색깔과 성별 역할을 연결하는 전통적인 관념을 덜어낸 것이다.

단어의 뜻 자체뿐 아니라 예문에 담긴 사회적 인식까지 시대에 맞춰 손질하고 있다. '배타성'의 경우에도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관점이 반영된 예문이 새롭게 추가됐다. "우리 문화만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다른 문화에 대한 배타성을 가지기 쉽다"는 문장을 통해 문화적 다양성을 고려한 의미 활용을 보여줬다.

◆ 언젠가 사전에 등재될지도… 신조어 속속 정착

사전에 아직 오르지 않았지만 이미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표현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답정너'와 '내로남불'이다.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인 이 표현들은 더 이상 특정 온라인 공간에서만 통용되지 않고 방송과 기사, 일상 대화에서도 쓰이고 있다.

게임이나 만화에서 출발한 말이 일상어로 자리 잡은 사례도 있다. '빵셔틀'은 빵과 영어 단어 '셔틀'을 결합한 말이다. 셔틀은 PC 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 병력을 실어 나르는 유닛을 뜻하며 게임 커뮤니티에서 널리 쓰였다.

이후 학교에서 힘이 센 학생 등이 다른 학생에게 빵이나 간식을 사 오도록 시키는 행태가 게임 속 셔틀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데서 '빵셔틀'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후 '담배 셔틀', '가방 셔틀' 등으로 의미가 확장됐다.

'신의 한 수' 역시 만화 '고스트 바둑왕' 등을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진 표현이다. 본래 바둑에서 나온 말이지만 지금은 바둑판을 넘어 어떤 상황을 단번에 유리하게 만든 결정적인 선택이나 기막힌 묘수를 뜻하는 말로 폭넓게 쓰인다.

◆ "자연스러운 변화"

앞으로도 신조어는 사회 구성원들의 입에 오르고 미디어를 통해 반복적으로 사용되면서 우리말의 영역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사전은 우리말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새로운 단어가 생기거나 기존 단어의 뜻이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며 "모든 신조어를 사전에 싣는 게 아니라, 실제로 새 단어가 충분히 이용되는지 등 이용 실태를 꼼꼼히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 등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언어 사용 행태를 꾸준히 살펴, 우리말의 사용 양상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표현을 여러 사전의 용도와 성격에 맞게 수록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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