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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대지급금, 소송 없이 14일 안에 최대 1000만원…6개월분 확대는 도산 대지급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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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청 체불확인서 한 장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청구, 임금·퇴직금 각 700만원 상습 체불주 187명 명단 3년간 공개…회수율 30% 밑으로 떨어진 기금은 숙제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사장이 월급을 주지 않고 연락을 끊으면 근로자는 보통 소송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법원 판결 없이 노동청 확인서 한 장으로 국가가 밀린 임금을 대신 주는 제도가 있다. 간이대지급금이다. 지난해 전국 임금체불액은 2조 원을 넘어 한 해 전보다 늘었고, 피해 노동자는 26만 명을 넘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체불액은 한 해 전 같은 기간보다 줄었지만, 제조업과 건설업에 체불의 절반가량이 몰리는 구조는 그대로다.

◆ 확인서 한 장으로 공단에 청구

절차는 단순하다. 근로자가 관할 노동청에 진정을 내면 근로감독관이 체불 사실을 조사해 '체불 임금등·사업주 확인서'를 발급한다. 이 확인서를 근로복지공단에 내어 간이대지급금 신청을 마치면 공단이 접수일로부터 토요일·공휴일을 뺀 14일 안에 지급 여부를 정한다. 민사소송과 확정판결은 필요 없고, 소송비용도 들지 않는다.

조건은 있다. 사업장이 산재보험 적용 기준으로 6개월 이상 운영된 곳이어야 한다. 근로자는 퇴직한 다음 날부터 1년 안에 진정을 내야 하고, 확인서를 받은 뒤 6개월 안에 공단에 청구해야 한다. 기한을 넘기면 확인서가 있어도 받지 못한다.

◆ 임금 700만원, 퇴직금 700만원

받는 돈에는 상한이 있다. 임금과 휴업수당은 퇴직 전 마지막 3개월분 안에서 700만원까지, 퇴직급여는 마지막 3년분 안에서 700만원까지다. 두 항목을 합쳐 1,000만원을 넘을 수 없다. 퇴직하지 않은 재직자는 통상시급이 최저임금의 110%에 못 미치는 경우에만 700만원까지 받는다.

한도를 넘는 체불액은 여전히 근로자가 소액소송이나 지급명령으로 받아내야 한다. 대한법률구조공단도 이 점을 제도의 한계로 꼽는다. 지난 8월 회사가 망했을 때 주는 도산대지급금은 지급 범위가 최종 6개월분으로 늘고 상한도 3,150만원으로 올랐지만, 간이대지급금 한도는 바뀌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도산대지급금과 체불청산지원 사업주 융자제도를 대폭 확대했다"고 밝혔다.

◆ 사업주가 부인하면 소송으로 되돌아간다

제도의 약점은 사업주가 체불을 인정하지 않을 때 드러난다. 사업주가 체불액 일부를 부인하자 노동청이 대지급금용이 아닌 '소송제기용' 확인서를 내줬고, 공단은 간이대지급금 청구를 반려했다. 서울고등법원은 공단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0월 집계한 자료를 보면 객관적 입증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발급된 소송제기용 확인서는 2024년 3만 건으로, 한 해 전 2만 건에서 크게 늘었다.

한 노무법인 공인노무사는 "대지급금용 체불확인서 발급의 취지는 생계가 어려운 노동자를 신속 구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은 사업주가 금액에 조금이라도 이견을 보이면 확인서가 나오지 않아 결국 소송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지적한다.

◆ 상습 체불주 명단은 고용부 홈페이지에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 고액·상습 체불 사업주 187명의 성명·상호·주소를 관보와 홈페이지에 올렸다. 명단은 3년간 공개된다. 같은 때 298명은 신용정보원에 등록돼 7년간 대출 등에서 제한을 받는다. 구미에서 여행업을 하며 9명에게 1억2천여만원을 떼먹고 징역형을 받은 사업주도 명단에 올랐다. 그는 주택을 팔아 개인 빚을 갚으면서 체불 청산은 외면했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직전 1년간 3개월분 이상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를 상습체불사업주로 지정해 신용제재를 하도록 했다. 지난 5월에는 대지급금을 받고도 오래 갚지 않은 사업주 2,057명에게 처음으로 신용제재가 내려졌다. 같은 달부터 국세체납처분 방식이 도입돼 대지급금 회수에 걸리던 기간이 290일에서 158일로 줄어든다는 게 고용노동부 설명이다.

◆ 국가는 열에 셋만 돌려받았다

국가가 먼저 주고 사업주에게 받아내는 구조는 뒤가 허술하다. 지난해 대지급금 지급액은 6,845억 원이었고 열에 아홉이 간이대지급금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회수율은 29.7%로 6년 연속 떨어졌다. 간이대지급금만 보면 18.1%로 도산대지급금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박지혜 의원실이 지난달 25일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돌려받지 못한 대지급금은 5조8,558억원이다. 대지급금 306건을 받은 한 사업주는 16년 동안 한 푼도 갚지 않았다. 한국노동연구원은 반의사불벌죄와 간이대지급금이 결합해 악덕 사업주가 세금으로 임금을 때우고 처벌을 피하는 도덕적 해이를 우려한다.

한 대학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장 기간이나 융자 규모를 늘리는 차원을 넘어 보험과 공제 등 사회적으로 위험을 분산하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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