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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기질평가 14개 항목으로…일반견도 물면 맹견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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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동물 상해 땐 시도지사가 평가 명령, 불응하면 과태료 수수료 25만원 견주 부담…입마개 못 씌우면 그 자리서 중단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우리 개는 순해서 안 물어요." 많은 견주가 이렇게 말하지만 법은 품종만 보지 않는다. 사람이나 다른 동물을 물어 다치게 한 개는 도사견이나 핏불이 아니어도 시·도지사 명령으로 반려견 기질평가를 받고, 결과에 따라 맹견으로 지정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8월 반려견 기질평가 가이드라인을 고쳐 모의 평가 항목을 12개에서 14개로 늘렸다.

◆ 품종이 아니라 '행동'을 본다

동물보호법은 도사견·핏불테리어 등 법정 맹견 다섯 종의 소유자에게 기질평가를 거쳐 시·도지사 허가를 받도록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같은 법은 사람이나 동물에게 상해를 입힌 일반견에 대해서도 시·도지사가 기질평가를 명령할 수 있게 했다. 산책로에서 위협 분쟁이 접수돼 기질평가위원회에 회부된 일반견이 실제로 있다.

명령을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평가를 받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문다. 평가에서 맹견으로 지정됐는데 허가 없이 계속 기르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이다. 사고 한 번이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 사고 대부분은 일반견이 냈다

소방청이 국회에 제출한 119 구급 통계를 보면 개물림 사고 병원 이송 건수는 2024년 1천996건이다. 하루 여섯 건꼴이고, 해마다 2천 건 안팎을 오간다. 그런데 소방청 분석에서 법정 맹견이 낸 사고는 한 해 10여 건이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모두 일반견이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를 보면 국내 반려견은 2022년 기준 544만 마리로 10년 새 24% 늘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 열에 여덟은 개를 기른다. 반려견 기질평가 명령이 남의 집 맹견 얘기가 아닌 이유다.

◆ 유모차·택배상자·우산…14개 모의 상황

반려견 기질평가는 접근 공격성, 놀람·두려움 촉발, 사회적 공격성 등 다섯 가지 척도로 개의 반응을 본다. 평가장에서는 일상 장면이 차례로 펼쳐진다. 유모차가 지나가고 퀵보드가 옆을 스친다. 택배 상자가 갑자기 바닥에 떨어지고, 우산을 쓴 사람이 다가온다. 낯선 사람과 작은 개, 큰 개를 차례로 마주치게 해 사람과 동물에 대한 공격성을 가린다.

첫 관문은 입마개다. 평가장에서 입마개를 거부하거나 씌울 수 없는 개는 그 자리에서 평가가 중단된다. 심사는 수의사와 반려동물행동지도사 등 3명 이상으로 꾸린 기질평가위원회가 맡는다.

비용은 견주 몫이다. 농식품부 고시가 정한 수수료 상한은 마리당 25만원이다. 떨어지면 교육과 훈련을 이행한 뒤 최대 두 번까지 다시 응시할 수 있다.

지자체는 이미 평가를 돌리고 있다. 전북은 8세 로트와일러를 상대로 유모차 소음, 다른 개와의 조우 등을 시험해 도내 1호 사육허가를 내줬다. 인천은 고교 실습장에 모의 평가장을 차려 입마개 착용과 군중 속 걷기를 시켰다. 경기도는 시흥·광주·김포 세 곳에 평가장을 두고 사전 신청한 30마리에 무료 모의 테스트를 지원했다.

◆ 평가장 상황을 집 앞에서 미리

14개 항목은 모두 산책길과 아파트 현관에서 매일 벌어지는 장면이다. 둔감화 훈련의 원리도 여기서 출발한다. 개가 놀라거나 짖는 자극을 약하게, 멀리서부터 반복해 보여 주고, 차분하게 넘기면 바로 간식이나 칭찬으로 보상한다. 자극의 거리와 강도는 개가 견디는 만큼만 조금씩 좁힌다.

입마개는 평가 전날 처음 씌우면 늦다. 입마개 안에 간식을 넣어 스스로 코를 넣게 하는 데서 시작해 착용 시간을 늘려 간다. 택배 상자나 우산처럼 집에 있는 물건은 바로 훈련 도구가 된다. 복도에서 낯선 사람과 마주치거나 유모차가 지나가는 상황은 산책 때 거리를 두고 지켜보게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 15분 평가로 가릴 수 있나

반대 목소리도 있다. 견주 단체는 낯선 평가장의 냄새와 소음에 일시적으로 불안해진 반응이 공격성으로 읽힐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동물행동 전문가와 임상수의학계는 15~20분 안팎의 단회성 모의 평가로 집 안에서의 평소 위험성까지 가려내기는 어렵다고 본다.

동물보호단체는 끝내 탈락한 개를 격리·재교육할 전문 인프라가 없어 안락사로 내몰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제도를 손보는 중이다. 농식품부는 외출하지 않는 노령견·환견의 기질평가를 생략하는 대신 사육 장소를 무단으로 벗어나면 5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을 올해 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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