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 곡식은 수확의 계절을 맞이했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10월에는 도서관에서 저자 초청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전국에서는 북페어 소식이 들려온다.
이전에 개인 에세이와 희곡으로 독립출판물을 만든 적이 있다. 그때는 여러 북페어를 돌아다니며 완판을 꿈꿨지만, 나의 내향성 때문에 손님을 끌지 못했고 수줍게 앉아만 있었다. 결국 남은 책은 온라인으로 팔게 됐고, 지금까지 많은 양이 재고로 남았다.
이처럼 북페어는 나에게 패배감을 안겨 줬지만, 구매자로 가는 일은 언제나 설렌다. 이번 주만 해도 대구인디도서전에 들러 SF소설 당선집을 하나 구매했고, 주말에는 책 나눔마켓에 다녀왔다. 전자는 SF소설이란 장르가 재밌어 보여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기분으로, 후자는 제목을 봤을 때 읽어보고 싶었던 책 위주로 골랐다.
책은 사람의 취향과 성격을 잘 나타낸다. 나는 소설만 유난히 골라 읽는 편식이 있었다. 지금은 에세이도 좋아하지만, 시집이나 자기 계발 서적은 어렵다. 또 책날개를 이용하기보다는 얇은 종이를 책갈피로 꽂고,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으면 따로 옮겨 적는다. 책에 밑줄을 긋거나 모서리를 접지 않는다. 이렇듯 한 사람의 책을 보면 고르는 방식, 습관까지 알 수 있다.
이번에 다녀온 책 나눔마켓은 그런 취향이 한자리에 모였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을 가져가서 다른 사람의 책과 교환하는 방식이었다. 누군가에게 익숙한 장르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도전일 테고, 어떤 사람이 지나친 책은 또 다른 사람이 기다리던 책이었을지 모른다.
나는 책을 고르면서도 내가 가져간 책을 누가 가져갈지 살폈다. 내 손을 떠난 책을 다른 사람이 읽는다면 그 사람은 어떤 부분을 좋아하게 될까.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문장일 수도, 혹은 같은 대목을 좋아할지도 모를 일이다.
마치 책을 처음 만들었을 때의 마음 같다. 처음에는 누군가가 읽기만 해도 좋겠다고 여겼다. 하지만 책을 만들자 막상 욕심이 생겼다. 이 책을 좋아해 줬으면 좋겠고, 나아가 글이 좋아서 내가 쓴 공연을 보러 와주기를 바랐다. 지금 쓰는 칼럼도 마찬가지다. 매주 시간을 내서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오늘 다녀온 책 나눔마켓은 모두가 읽는 하나의 큰 책장 같았다. 앞서 말한 욕심처럼 내 책장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한 권의 책이 누군가의 책장에서 다른 누군가의 책장으로 옮겨가는 건 경험하기 어려운 일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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