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쿼드, '연극의 질문들: 진화하는 텍스트' 5인의 대표 연출가로 선정된 장우재 작, 김광보 연출의〈옥상 밭 고추는 왜〉는 십 년 전 이맘때 세종M씨어터에서 초연된 작품인데도, 김광보표 옥상 텃밭은 지금 현실에 딱 맞게 건강해져서 돌아왔다. 재개발 동의서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광자(문경희 분)가 옥상에 심어놓은 고추를 연신 따다가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반찬까지 해 먹는 현자(고수희 분). 옥상 텃밭의 고추를 자식처럼 돌보며 살아가지만 재개발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현자한테 고추 때문애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광자(문경희 분)와 그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둘러싸고 이웃 간 갈등과 진실게임이 벌어지는 이야기다. 돌아가신 광자 할머니한테 사과하라며 정의감만큼은 남부럽지 않은 현태 등 〈옥상 밭 고추는 왜〉에 등장하는 극 중 인물들은 저마다의 삶에 고단함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들을 닮아 있다.
서울 변두리의 오래되고 낡은 다세대 주택이 배경인 작품은 재개발을 통해 낡은 빌라에서 벗어나려는 현자, 옥상 텃밭의 고추를 삶의 희망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광자, 광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현자의 사과를 받아내려는 정의감만큼은 남부럽지 않은 현태, 사회생활에서 겪은 좌절과 불안으로 무너진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현태의 정의로운 행동에 동조하는 동교, 교수 임용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바꾸려는 지영, 요구르트를 배달하며 두 아들의 생계를 걱정하는 재란, 오랜 공무원 시험 준비로 현실의 무기력함에 빠져 있는 현수까지. 극 중 인물들은 빌라라는 공동생활 공간에서 저마다의 생존 방식과 욕망, 삶의 고단함을 드러낸다. 극 중 인물 현태를 통해 그깟 고추 때문에 벌어지는 이웃 간의 갈등이 인간의 존엄과 정의, 양심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매콤한 옥상 밭 고추처럼 다가온다. 옥상에 심어놓은 고추 몇 개를 둘러싼 갈등과 재개발을 둘러싼 사적 욕망, 이웃 간의 폭력과 혐오, 공동체의 붕괴, 정의와 윤리적 문제로 확장되는 작품이다.
◇십 년의 시간, 지상과 옥상 사이에 더 견고해진 욕망과 불신의 경계
이 작품이 2017년도 초연 당시 쓴 리뷰에 이런 문장이 있다. "동네가 재개발되고 옥상도 하나 둘 사라져 갔다. 옥상은 공동 환경이 아닌 소유권을 다투는 장소가 되었고, 놀이는 개인주거환경을 침해하는 공해가 되어버렸다. 고층아파트나 빌딩 옥상은 차디찬 아스팔트가 되어가고 있다. 온기 있는 옥상 공기(空氣)가 그립다. 한국사회가 급속도로 경제성장을 높이고 비대한 도시화가 되면서 육중한 체구로 쏟아내는 공기는 혼탁해지고 탐욕과 욕망의 그늘은 강렬해 지고 있다. 온기가 들지 않는 한국 사회의 골목이 많아질수록 옥상의 경계도 비좁아진다. 희망의 온기는 동네 틈으로 올라오기가 버겁고 힘겨울 뿐이다."라며 옥상의 공동공간이 사라져 가는 현실을 통해 이웃 간의 소통과 포용이 상실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온기마저 식어가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어 "개인주의와 말의 폭력이 난무하고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는 삶의 한 켠 에서 인간사회의 도덕과 윤리정신은 몰락되고 침몰되어 있다. 그 틈으로 억척스럽게 살아가려는 인물들은 여전히 동시대 삶이다. 재개발, 언어폭력, 삶의 불균형, 소외와 가난, 비정규직과 일자리, 노동자, 집회문화, 신상 털기, SNS 소통과 댓글문화, 동원관제집회 등은 여전히 한국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특히, 240번 버스기사 사건은 사실 확인 없는 자극적 정보가 인터넷을 거치면서 33년간 성실하게 운전만을 해온 노년의 버스 기사 이야기는 악성 댓글이 너무 고통스러워 자살까지 생각한 사건으로 지나칠 수 없는 현실이다.(중략) 옥상은 고단함과 상실을 회복하고 내면을 치유할 수 있는 경계가 없는 공동 환경이자, 희망의 공간이다. 공간의 부재는 개인과 타자의 관계가 형성될 수 없는 냉혹한 현실이다. 작가는 이러한 사회의 부재 현상을 연극적 삶으로 이동하면서 차디찬 현실 바닥을 그려내고 있다." (김건표 교수 연극이야기, 「상실된 포용(包容)과 내면의 치유 '옥상 밭 고추는 왜'」 리뷰 중)
십 년 전 리뷰가 고물이 되어 버릴 정도로 거칠고 감정만 살아 있는 글을 꺼내 든 것은 초연 이후 대한민국 사회가 달라진 것은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크고 작은 사회참사와 재난을 겪었고,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문제는 '혐오의 시대'를 드러내는 단면이 됐다. 갈등과 혐오, 분노의 언어는 일상이 되었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의 경계는 옥상 밭 고추의 소유권 논쟁처럼 냉혹할 정도로 견고해졌다. 옥상은 빌딩 건물을 더 견고하게 쌓아 올리는 공간이 됐다. 이런 현실에서 다시 돌아온 옥상 텃밭의 김광보 표 옥상 밭 청양고추가 다 재공연을 한 것은 의미가 크다. 재개발로 수백억 원대 아파트가 등장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인간의 물질적 욕망은 더 거세졌고, 공정과 상식, 정의는 여전히 길을 헤매고 있는 시대에 옥상 밭 고추로 살아가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가슴에 매콤하게 스며들게 하는 연극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을 쓴 장우재 작가의〈지상으로부터 20미터〉가 김광보 연출의 대학로 데뷔작(1994년)인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두 사람은 지상과 옥상 사이의 20미터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경계를 응시하고 있는 셈이다. 그 경계는 물리적 높이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에 놓인 불신과 갈등, 계층과 욕망이 만들어 낸 사회적 거리이기도 하다.
◇무대 공간에 드러난 사적 소유와 공동체의 경계, 인물들의 욕망과 윤리적 모순
무대 구조도 층의 복도와 각 호실의 내부, 옥상으로 이동하는 계단과 청양고추 텃밭까지 평면도의 벽면을 뜯어낸 것처럼 공간의 구조가 시각적으로 드러난다. 전작 공연과 무대 구조의 시각적인 효과는 객석과 무대의 거리감이 좁아졌는데도 배우들의 사실적인 풍경을 감각하기에 효과적이었다. 초연 때는 다세대 연립주택의 무대 건축물을 받치고 있는 낡은 밑동과 재건축 아파트를 상징하듯 겹겹이 쌓인 낡은 나무 의자들이 세월의 층위를 시각적으로 드러냈다면, 이번 공연은 건물 내부의 공간을 입체적으로 노출하면서 인물들의 일상과 관계의 균열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옥상에서 고추 텃밭을 가꾸고 살아가는 일이 삶의 희망이 되어버린 극 중 광자(문경희 분) 할머니는 재개발 다세대 연립주택에서 혼자 살아가는 인물이다. 이 작품은 소유권이 있는 개인의 주거공간인 연립주택과 공동 주거환경인 옥상의 경계가 공존하는 생활환경이라는 점에서, 사적 소유와 공동체적 삶의 충돌이 공간의 구조를 통해 드러난다. 옥상은 자율과 공유, 소통과 연대, 공동체적 삶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공간이라면, 연립주택의 각 호실은 사적 소유와 점유, 개인의 욕망과 이해관계가 견고하게 형성되는 폐쇄적인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의 대비는 개인의 소유권과 공동체적 권리가 충돌하는 현실을 드러내면서도, 옥상이라는 공동의 공간마저 사적 욕망과 이해관계에 따라 분할되고 점유되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서사 플롯은 이렇다. 재건축에 동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호에서 사는 현자(고수희 분)은 매일 옥상 고추를 싹쓸이 하다시피 따와서 연립주택 이웃들에게 인심 좋게 나눠 준다. 자식 같은 반려견을 키우며 남편 수환( 박상종 분)과 부부 둘이 살아가는 현자에게 재개발은 희망이다. 현자에게 반려견은 고립된 일상에서 정서적 결핍을 채우는 존재이자, 인간관계에서 얻지 못하는 위안과 애정을 투사하는 대상이며, 인간과 동일한 인격적 존재로 받아들이는 가족이자 정서적 동반자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현자는 광자 할머니의 죽음 이후 현태를 통해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행동이 불러온 비극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책임과 진정성 있는 참회의 태도를 드러내지 않는다. 결국 반려견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비로소 무릎을 꿇고 광자 할머니의 죽음에 대해 애도와 사과, 반성의 태도를 보인다. 현자는 반려견에 인간적인 애정을 드러내면서도 타인의 고통과 죽음 앞에서는 관계의 거리를 유지한다. 이러한 현자의 태도는 타인의 죽음보다 자신이 애정을 쏟는 존재의 상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간의 이기적인 감정과 윤리적 책임의 모순을 드러낸다.
다시, 연립주택 각 호실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301호에는 배우 지망생 현태(장석환 분) 가족이 살아가고 있다. 303호에 살아가는 고학력 실업자 동교(송철호 분)와 시간강사에서 정규직 교수를 꿈꾸는 지영(최나라 분)은 각기 다른 삶의 방식과 현실적 조건 속에서 부부로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동교에게 고학력은 안정된 삶을 보장하지 못하는 현실의 모순이고, 지영에게 정규직 교수라는 꿈은 불안정한 노동의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생존의 목표다. 배우 지망생 현태 역시 자신의 꿈과 현실 사이에서 불안정한 미래를 견뎌야 하는 청년 세대의 모습을 드러낸다. 지하 6호에 살아가는 새벽 청년 성식(이준혁 분)은 연립주택 앞 마당을 몇 번 왕복하는 것만으로도 캐릭터를 보이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101호 성복(성노진 분)은 개인용달을 끌며 연립주택에서 가장 오래 살아온 주민으로 이웃들의 갈등을 중재하고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려 하지만, 재건축이라는 현실적 이해관계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인물이다. 현태의 형 현수(정홍구 분)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가족의 생존을 걱정하는 인물로, 동생의 정의감과 분노를 현실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두 형제는 세상이 잘못되었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도 그 현실에 대응하는 방식에서는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인다.
◇광자 할머니 고추와 현자의 반려견
옥상 밭에서 매일 사라지는 광자의 고추를 둘러싸고 다가구 연립주택의 골목은 시끄럽다. 고추를 누가 따 갔는지를 놓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사소한 말 한마디는 누군가의 가슴을 도려내는 상처로 돌아온다. 현자는 보란 듯이 옥상 고추밭에서 고추를 한 봉지 가득 따다가 이를 목격한 광자와 마주하게 된다. 자신이 심고 가꾼 고추를 왜 그렇게 많이 따 가느냐고 따져 묻는 광자에게 현자는 오히려 옥상 소유권을 주장하며 거친 말을 쏟아낸다. 재건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불만까지 뒤섞인 현자의 폭언에 광자는 충격을 받고 주저앉는다. 이후 광자는 병원으로 옮겨지고, 끝내 죽음에 이른다. 극은 광자가 쓰러진 사건을 계기로 현태와 동교를 중심으로 현자에게 사과받기 대작전이 펼쳐지는 구조로 극 중 장면들이 전환된다.
현태는 광자가 쓰러진 원인이 고추 몇 개의 문제가 아니라 한 인간의 존엄과 살아가는 희망을 짓밟은 폭력에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현태는 현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동교는 시위 경험이 있는 청년 균·구·쏘를 불러 모은다. 현태와 동교, 균은 풋고추 캐릭터 의상을 뒤집어쓰고 연립주택 골목에서 피켓 시위에 나서고, 구와 쏘는 주민들에게 전단을 나눠주며 사과를 촉구한다. 고추 몇 개를 따 간 일이 무슨 잘못이냐며 사과를 거부하는 현자, 고추의 소유보다 타인에게 가한 상처와 죽음의 책임이 중요하다고 맞서는 현태의 갈등은 점차 격렬해진다. 사과를 요구하는 구호와 이를 저지하려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뒤엉키면서 연립주택 골목은 소동에 휩싸이게 된다. 옥상 밭 고추 몇 개에서 시작된 갈등이 개인의 상처를 넘어 공동체의 윤리와 책임을 묻는 문제로 확장되는 극의 2라운드 지점이다.
송곳 같은 현실 풍경들이 풍자되고, 고추 캐릭터를 벗고 나오는 현태의 얼굴에는 정의를 향한 분노와 현실의 좌절이 뒤엉켜 있다. 극은 광자의 죽음 이후에도 사과를 거부하는 현자를 향해 또 다른 방식의 사과받기 작전이 펼쳐지면서 극적인 전환을 맞게 된다. 동교는 광자가 고추를 빼앗겼을 때 느꼈을 상실감을 현자도 경험하게 해야 한다며 자식처럼 아끼는 반려견 하니를 데려가는 계획을 세운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똑같은 상처를 경험하게 해야 한다는 동교의 판단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이면서도 극단적 해결 방식은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는 모순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현태조차 선을 넘는 행동이 아니냐고 주저하지만 동교는 계획을 실행하고, 반려견이 사라지자 현자는 절망한다. 하니를 찾아주면 사과하겠느냐는 요구에 현자는 재건축을 반대하는 광자가 미워 일부러 고추를 더 많이 따 갔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게 된다. 타인의 상실과 고통에는 무감각하면서도 자신의 상실 앞에서는 세상이 무너진 듯 절망하는 현자의 모순된 태도가 드러나는 장면이다. 광자에게 옥상 밭 고추는 고립된 일상에서 삶을 지탱해 온 희망이었고, 현자에게 반려견 역시 정서적 결핍을 채워 주는 가족과 같은 존재였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상실은 다르지 않다.
◇'그깟 고추 때문에', 정의의 모순과 공동체 윤리가 무너진 옥상
경찰이 등장하면서 반려견을 데려간 행위는 절도 문제가 되고, 동교는 하니를 풀어주었다고 밝히며 경찰에 연행된다. 동교의 책임은 단순히 법을 위반했다는 데 있지 않다. 현자에게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광자에게 가해졌던 폭력과 다르지 않다는 데 있다. 정의를 실현하겠다며 시작한 행동이 또 다른 가해가 되고, 타인의 상처를 치유하려던 의도가 또 다른 상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동교가 반복하는 '그깟 고추 때문에'라는 대사는 고추 몇 개를 하찮게 여겼던 현자의 태도가 얼마나 폭력적이었는지를 드러내고 있다.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 갈등이 얼마나 잔혹한 폭력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현자가 사과했지만 진정한 화해에 이르지 못하고, 동교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만 끝내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현실의 모순을 드러낸다. 이러한 극 중 장면을 통해 현자의 이기적인 욕망과 동교의 모순된 정의감이 대비되면서, 옥상 밭 고추 몇 개를 둘러싼 갈등은 결국 인간의 존엄과 책임, 공동체의 윤리가 무너져 가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드러낸다.
초연 때는 재개발에 동의하지 않는 광자 할머니(문경희 분)에 대한 복수심으로, 201호에 사는 현자(고수희 분) 할머니가 매일같이 옥상 텃밭의 고추를 싹쓸이하다시피 따서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광자와 현자의 갈등과 사과할 수 없다고 버티는 현자의 행위에 무게가 실렸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광자 할머니의 죽음 이후 현자에게 사과를 받아내려는 현태의 행동과 공동 시위가 와닿는다. "그깟 고추가 뭐가 대단하다고 사과하느냐"는 현자를 향해 현태는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라고 받아치는 장면이 등장한다. 공동체 정신은 무감각해지고 실종된 시대에 옥상 고추밭의 청양고추는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와 공동체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옥상은 삶의 고단함과 상실을 회복하고 내면을 치유할 수 있는 경계가 없는 공동 환경이자, 희망과 꿈을 품을 수 있는 공간이다. 연극은 낡고 허름한 다세대 연립주택과 옥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배경으로 하고, 김광보 연출은 공동화된 주택에 거주하는 인물들의 삶을 섬세하면서도 위트 있게 풀어내며 '김광보 표 고추 텃밭'을 보여준 작품이다. 연출의 대표 작품답고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버릴 것이 없다.
▲ 김광보 연출은.
김광보 연출은 1994년 장우재 작가의〈지상으로부터 20미터〉로 대학로에 데뷔했다. 1995년 극단 청우를 창단한 후 번역극〈에쿠우스〉와 조광화 작 〈종로고양이〉등을 통해 연출가로서의 존재감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뙤약볕〉,〈오이디푸스, 그것은 인간〉<인류 최초의 키스〉, <웃어라 무덤아〉,〈그게 아닌데〉,〈줄리어스 시저〉등 수많은 창작극과 번역극을 섭렵하면서 한국 현대연극에서 독자적인 연출세계를 구축했다.
2009년 부산시립극단 수석 연출을 거쳐 2015년 서울시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여우인간〉,〈나는 형제다〉,〈헨리 4세〉,<함익〉, <왕위주장자들〉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대중과 연극으로 소통하는 무대를 만들어 왔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을 맡아 한국 연극의 공공성과 창작극의 발전, 고전의 현대적 재해석 등 국립극단의 역할과 방향을 모색했다. 2024년에는 경기도극단 예술감독으로 자리를 옮겨 손턴 와일더의〈우리 읍내〉(2024),〈단명소녀 투쟁기〉(2025) 등을 연출하며 공공극단의 레퍼토리를 확장해 왔다.
2026년에는 대학로극장 쿼드의 '연극의 질문들: 진화하는 텍스트'에 참여해 장우재 작가의 <옥상 밭 고추는 왜〉를 9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렸다. 민간극단에서 출발해 공공극단의 예술감독과 국립극단 단장을 거쳐 온 김광보 연출이 다시 대학로 소극장 무대로 돌아와 한국 사회의 갈등과 인간의 욕망, 정의와 윤리의 모순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할 수 있다. 1994년 〈지상으로부터 20미터〉에서 시작된 장우재 작가와 김광보 연출의 인연은 2026년 〈옥상 밭 고추는 왜〉로 이어지면서 여전히 인간과 인간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계와 한국 사회의 현실을 응시하고 있다.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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