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과 당뇨병으로 내과를 찾고, 무릎이 아파 정형외과에서 진료를 받는다. 잠이 오지 않아 수면제를 처방받고, 속이 불편해 위장약까지 먹는다. 나이가 들면서 하나둘 늘어난 약이 어느새 한 움큼이 된다. 각각의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처방받은 약이지만, 여러 약을 함께 복용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10종 이상의 약을 장기간 복용하는 만성질환자가 5년 새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일수록 여러 종류의 약을 복용하는 비율이 높았다. 전문가들은 약을 많이 먹는 것 자체보다 불필요한 약이나 중복 처방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10종 이상 약 먹는 환자 144만명…저소득층 복용률 높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종 이상의 처방약을 장기간 복용한 만성질환자는 143만8천981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 93만2천731명보다 54.3% 증가한 수치다.
특히 85세 이상 초고령층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10종 이상 약을 복용하는 85세 이상 환자는 2020년 10만7천551명에서 지난해 23만7천611명으로 2.2배 늘었다. 전체 10종 이상 복용자 가운데 65세 이상은 118만2천72명으로 82.1%를 차지했다.
경제적 수준에 따른 격차도 뚜렷하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연구진이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66세 노인 약 340만명을 분석한 결과 2021년 기준 연간 90일 이상 5종 이상의 약을 처방받은 비율은 의료급여 수급자가 69.7%에 달했다. 건강보험 가입자(34.4%)의 두 배 수준이다.
저소득층은 만성질환을 여러 개 앓는 경우가 많고 의료급여 수급자의 낮은 본인부담금도 의료기관 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약을 많이 처방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불필요한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약 먹고 어지럽거나 자꾸 졸린다면? 약 때문일 수도
나이가 들면 젊을 때와 같은 약을 먹어도 몸이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신장과 간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약이 몸속에 오래 남거나 약효가 지나치게 강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 종류의 약을 함께 복용하면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가장 주의해야 할 증상은 어지럼증과 졸음이다. 혈압약을 복용하는 노인이 앉았다 일어설 때 갑자기 어지럽거나 눈앞이 캄캄해진다면 혈압이 지나치게 떨어진 것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수면제나 일부 항불안제는 다음 날까지 졸음이 이어지거나 몸의 균형을 잡기 어렵게 만들어 낙상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평소보다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멍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살펴봐야 한다. 일부 감기약이나 알레르기약에 포함된 성분은 고령자에게 심한 졸음이나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약 때문에 생긴 증상을 다른 병으로 생각해 또 다른 약을 먹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약을 먹은 뒤 어지럼증이 생겼는데 이를 해결하려고 어지럼증 약을 추가하는 식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약은 계속 늘어나고 부작용 위험도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약을 먹기 시작한 뒤 평소와 다른 증상이 나타났다면 단순히 나이 탓으로 넘기지 말고 의사나 약사에게 알리는 것이 좋다.
◆약봉지부터 정리하세요…안전하게 약 먹는 5가지 방법
여러 약을 복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줄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고혈압과 당뇨병, 심장질환 등을 함께 앓는 노인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약을 꼭 먹어야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먹는 약이 모두 필요한지, 서로 겹치는 약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할 일은 현재 먹고 있는 약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이다. 약 이름과 복용 시간, 횟수를 종이에 적거나 휴대전화로 약봉지를 촬영해 두면 편리하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뿐 아니라 약국에서 산 감기약, 진통제, 영양제도 빠뜨리지 않아야 한다.
병원을 여러 곳 다닌다면 다른 병원에서 받은 약을 반드시 알려야 한다. 내과에서 혈압약을 먹고 있다면 정형외과나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을 때도 이를 알리는 식이다. 같은 성분의 약이 중복되거나 함께 먹으면 좋지 않은 약이 처방되는 것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오랫동안 먹던 약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좋다. 몇 년 전 처방받은 약이 지금도 필요한지, 몸 상태에 맞는 용량인지 의사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넘어지거나 심하게 어지러웠던 경험이 있다면 복용약과 관련이 없는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약 먹는 시간을 임의로 바꾸거나 한꺼번에 몰아 먹는 것도 피해야 한다. 식전·식후 복용이나 약 사이의 간격에는 각각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약을 먹는 시간을 자주 잊는다면 요일별 약통이나 휴대전화 알람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약통에 옮겨 담아도 되는 약인지 약사에게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약을 마음대로 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수면제나 일부 항불안제 등은 갑자기 중단하면 불면이나 불안이 심해지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약을 줄이고 싶다면 의사와 상의해 용량을 조절하거나 단계적으로 중단해야 한다.






































댓글 많은 뉴스
소방차 25대 줄이고 순직자 추모 행사 '0'…'재정빨대'라더니 진짜 깎았다
지역 중학교 나왔는데 '지역의사제' 대상 제외?…영남삼육중 학생·학부모들 분통
'전역모' 논란 박승수, 17분뛰고 병역 특례…대표팀 30%, 1시간 미만 출전
'가장 존경하는 영부인' 2위 이희호, 3위 권양숙, 4위 김정숙…1위는?
[TK 홀대 심화] 'TK 패싱→고립' 도넘은 편파·불공정 국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