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조희대·與 내분·집값·트럼프까지…'사면초가' 복합위기
나라가 온통 사면초가 타령이다. '사면초가(四面楚歌)'는 "넉 사, 방면(쪽) 면, 초나라 초, 노래 가"로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가 들려온다"는 뜻이다. 사방이 모두 적으로 둘러싸여 고립돼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는(=고립무원) 상태를 가리키며, 중국만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서도 애용하는 말이다.
잘 알려진 대로 '사면초가'는 『사기』 「항우본기」에 나온다. 초나라의 항우와 한나라의 유방이 천하의 패권을 두고 최후의 결전을 벌인 해하(垓下) 전투의 일이다. 즉 천하를 두고 다투던 초나라의 항우가 한나라의 유방과 한신의 군대에 포위되었다. 항우의 군사들이 지쳐가고 식량이 부족해지자, 한나라 군대는 초나라 포로와 탈영병들을 시켜 밤마다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를 부르게 하는[四面皆楚歌] 심리 작전을 썼다.
이에 초나라 군사들은 고향 생각에 사기가 꺾여 탈영하거나 흩어졌다. 항우는 놀라서 말했다. "한나라 군대가 이미 초나라를 손에 넣었단 말인가? 어찌 이리도 초나라 사람들이 많단 말인가?" 절망한 그는 노래[=해하가]를 지어 불렀고, 이후 결전을 치러 패한 뒤 자결했다.
초나라 사람을 활용하여 초나라 군대의 기세를 죽이는 식의 전략은 전쟁이나 정치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사면초가 같은, 자신을 위축시키는 비난이나 부정적인 여론을 만날 수 있다.
"사람이 태어나면 우수(근심・걱정)의 짐보따리를 잔뜩 지고 살아간다(人之生也, 與憂俱生)" 인생의 기초 공통 과목이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일 아닌가. 그다음 전공 과목으로 '인간관계, 처세'가 있다. 이를 수료하지 못하면 불안・우울 속에 살아야 한다. 그러니 "자다가 봉창을 두드리는" 격으로 새벽에 벌떡 일어나 SNS로 남들을 귀찮게 하는 사람도 있다.
김정설이란 분은 스무 살 즈음에 '시·공간이 무엇인가?' 등의 철학적 문제로 고민하다 기운이 위로 치솟아[上氣] 4년간 불면증에 시달렸단다. 그땐 "눈만 감으면 쥐가 수백 마리 발밑으로 지나가고 또 머리까지 올라가는 듯했다"고 했다. 그런데 발밑에 시계를 두고, 눈을 감고, 째깍대는 시계 소리를 들으면 잠이 왔단다. 자신만의 수양법을 터득한 것이다. 그는 "언제든지 정신은 비워두어야 한다… 허(虛)하여야 한다"라며 조언한다.
진퇴양난에 이르렀을 땐, 우선 머리에 찬물이라도 내려 상기된 상태를 가라앉히고, 마음을 텅 비우고 냉정하게 '상황 파악'부터 해야 한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라고 했다. 그다음엔 '정면 돌파' '각개격파' '무시' '포기(항복)' '주제 전환(패스)' '외부 지원 요청' 등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말처럼, 사면초가라는 것도 우리가 벗어나야 할 하나의 알=세계이다. 늘 빛과 어둠, 선과 악이 대립하는 번뇌의 터전, '어둠인 동시에 빛'인 이 세상의 온전한 모습이다.
문제는 늘 바깥이 아니라 우리 내면에 숨어있는 '이분법적인 편견'이다. 알을 깬 새가 앉을 자리는 바로 그 날카로운 양날의 마음이 사라진, 텅 빈 마음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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