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회의장의 중심에서 묵묵하게 그들의 대화를 받아적는 이들이 있다. 수기 속기부터 타자기까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일하는 방식은 달라졌지만, 현장을 생생하게 전해야 한다는 속기사의 책임은 여전하다.
1995년 12월 달서구의회에 입성한 심은주(59) 속기사는 30년 넘게 의회의 기록을 맡아왔다. 당시에는 손으로 쓰는 수기 속기가 일반적이었다. 퇴직을 약 2년 앞둔 심 속기사는 현재 대구 달서구의회에 남아 있는 유일한 수기 속기사다.
심 기사가 쓴 속기록은 일반인의 눈에는 낙서처럼 보인다. 자음과 모음을 단순화한 기호로 표현하되, 정해진 체계에 따라 조합한다. 곡선과 반원, 점처럼 속기사들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기호도 있지만, 오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어 활용하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안녕하세요'라는 다섯 글자를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1초다.
후배인 고준혁(33) 속기사는 심 속기사와 달리 속기 타자기를 이용한다. 수기로 기록한 뒤 일반인이 읽기 편한 문장으로 다시 풀어 쓰는 작업이 필요 없어, 작업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수기 속기로는 꼬박 이틀이 걸리는 일을 하루 만에 마칠 수 있다.
심 속기사도 후배의 모습을 보며 타자기 이용을 고민했지만, 결국 수기로 돌아왔다. 그는 "이미 수기 속기에 익숙해진 데다 일을 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게 쉽지 않았다"며 "수기 속기사가 사라지고 있지만 아쉽진 않고, 오히려 장점이 많은 새로운 기술을 다루는 후배들이 들어와 든든하다"고 말했다.
속기사의 역할은 단순히 들리는 말을 그대로 받아 적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의원들이 사용하는 전문용어나 사업명, 발언자의 이름까지 정확하게 기록해야 하는 만큼 회의가 끝난 뒤에도 여러 차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 차례 아찔한 실수를 겪기도 했다. 과거 회의록을 작성하면서 발언한 팀장의 이름을 정확히 알지 못해 다른 사람의 이름을 잘못 기록한 것이다. 회의 도중에는 모르는 정보가 나오더라도, 회의에 개입해 즉시 확인할 수 없는 탓에 벌어진 일이었다.
녹음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녹취록 작성이 보편화한 시대에도 속기사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언성을 높이는 등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도 회의록에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녹음만으로 모든 발언을 온전히 담아내기 어려운 상황도 있다. 주변이 소란스럽거나 녹음 장비에 오류가 생기면 발언이 누락될 수 있어서다. 이럴 때 현장에서 직접 발언을 기록하는 속기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3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심 속기사는 지방의회가 변화해온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봤다. 지방의회가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벌어진 갈등은 물론, 회의장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속기사에게 커피와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 악습도 겪었다.
후배인 고 속기사는 선배들이 일터의 변화를 이끌어온 데 의미를 뒀다. 그는 "선배 속기사들이 악습을 끊어주고 더 나은 기록 방식을 고민한 덕분에 지금의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며 "속기 방식은 다르지만, 시민들에게 의회의 의사결정 과정을 온전히 전달한다는 사명감은 변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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