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사랑했다고 해서 상대를 온전히 아는 것은 아니다. 가족도 친구도 어느 순간 낯선 얼굴로 다가온다. 오철환 소설집 '미궁'은 익숙한 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순간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과 상처를 들여다본다.
책에는 결혼과 이혼, 가족과 유산, 노년의 사랑, 소녀들의 우정을 다룬 중단편소설 여섯 편이 실렸다. 인물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의심하고, 진실을 확인하려다 소중한 것을 잃으며, 뜻밖의 불행을 겪은 뒤에야 곁에 있던 사람을 새롭게 바라본다.
'혈흔'은 오랜 소꿉친구와 결혼한 남자가 첫날밤의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파국으로 향하는 이야기다. '엄마와 딸'은 재벌의 이혼을 계기로 두 여성이 자신의 삶과 정체성을 돌아보는 과정을 그린다. '산지기 전설'은 임진왜란에 의병으로 나섰던 백정의 삶을 통해 전쟁의 공로와 개인의 폭력, 신분의 굴레가 얽힌 인간사를 펼쳐 보인다.
책에 실린 총 여섯 작품의 인물들은 사랑받고 싶고 손해를 피하고 싶으며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기준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 마음이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스스로를 가두는 벽이 되기도 한다. 232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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