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저녁 식탁 위에 오르는 노릇한 고기 앞에서 우리는 흔히 일상의 풍요를 느낀다. 집 앞 마트에서 신선육을 손쉽게 사 먹는 일은 현대 도시민에게 숨 쉬듯 당연한 권리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 뒤편을 지탱하는 생산 인프라의 존재를 떠올리는 이는 드물다.
구미 선기동 도축장을 둘러싼 갈등은 우리 사회의 이러한 이중성을 드러낸다. 지난 8월 복합악취 검사 기준치 초과 논란 이후, 인근 주민들이 겪는 생활권 침해와 주거권 요구는 현장 기자로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분노의 화살이 '도축 시설의 무조건적인 퇴출과 폐쇄'로 향하는 순간, 문제는 단순한 환경 민원을 넘어선다. "냄새나고 기피하고 싶으니 내 집 앞에서는 치워라, 하지만 싸고 질 좋은 고기는 언제든 공급해 달라"는 기괴한 모순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단속 과정의 석연찮은 행정 행태도 짚지 않을 수 없다. 악취 측정 역시 최초 측정에 원하는 결과값(기준치 이상)이 나오지 않자 수차례 민원을 제기해 무려 6번이나 반복됐고, 측정 장소 또한 사업장 배출구가 아닌 도축장 인근 버스정류장 주변 도로변이었다. 버스 매연과 일반 차량 배기가스가 상시 뒤섞이는 길거리에서 기준치를 넘길 때까지 찌른 셈이니, 현장에서 '원하는 결과를 뽑아내기 위한 기우제식 표적 단속'이라는 강한 의심을 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갈등의 기저에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도시계획의 엇박자가 있다. 1994년 축협이 구미시로부터 인수해 30년 넘게 가동해 온 필수 시설 주변에 2000년대 후반 대단지 아파트 인허가를 내준 것은 구미시 자신이다. 제자리를 지키던 시설이 뒤늦게 들어선 아파트에 포위당하더니, 이제는 '집값을 갉아먹는 혐오시설'로 쫓겨날 처지가 됐다.
구미는 전국 최대 한우 산지인 경북 내에서도 사육 두수 2위를 다투는 축산 거점이다. 선기동 도축장은 연간 소 수천 마리와 돼지 20만여 마리를 처리하며 관내 3천여 양축농가의 출하를 책임지고, 30여개 육가공업체와 정육점을 잇는 '지역 먹거리의 동맥' 역할을 해왔다.
만약 대책 없이 이 시설이 멈춰 서면 관내 3천농가는 타지 공판장으로 원거리 이동을 감수해야 하고, 장시간 운송 스트레스로 마리당 10~30kg씩 살이 빠지는 감량 피해와 육질 저하 손실은 농가의 몫으로 떨어진다. 여기에 늘어난 물류비와 유통마진은 결국 구미 시민들의 밥상 물가 상승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내가 밀어낸 기피시설의 대가를 내 식탁의 고깃값으로 치르게 되는 꼴이다.
도축장은 하수처리장이나 쓰레기 소각장처럼 도시 공동체를 지탱하기 위해 누군가는 반드시 감당해야 할 필수 공공 인프라다. 시설을 운영하는 축협 역시 방음벽 설치와 설비 개선 등 엄격한 법적·환경적 관리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인건비와 운영비가 포함된 연 40억원대 도축 수수료 매출에 불과한 조합에 최소 1천억원이 드는 신축 이전을 자체 해결하라며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대안 없는 강요일 뿐이다.
고기는 소비하되 도축장은 배척하는 '배타적 님비(NIMBY)'와 일부 선출직 정치인들의 보여주기식 압박으로는 20년 묵은 갈등의 실타래를 결코 풀 수 없다. 애초에 갈등의 불씨를 지핀 구미시가 부지 공공개발과 국비 연계 등 대안 마련에 주도적으로 나서며 공존의 비용과 책임을 나누는 성숙한 행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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