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미국 기술주 조정과 중간선거 등 대외 불확실성에 직면하면서 향후 흐름을 둘러싼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확산한 데다 미국 중간선거 결과와 중동 정세, 주요 경제지표 발표까지 예정돼 있어 투자심리와 외국인 수급의 불확실성이 이어질 전망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는 전주 대비 3.25%(180.44포인트) 오른 5730.74에 거래를 마쳤다. 주간 기준으로는 상승했지만, 주 후반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하며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달 28일에는 SK하이닉스의 호실적과 주주환원 기대에 힘입어 6012.44까지 올라 6000선을 회복했지만, 이후 이틀 연속 하락하며 다시 5700선으로 밀려났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3.63% 하락한 724.38에 마감했다.
주 초반 국내 증시의 반등을 뒷받침했던 반도체주가 주 후반에는 지수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바뀌었다. SK하이닉스가 시장 기대를 웃도는 3분기 실적과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하며 투자심리를 끌어올렸지만,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실망감과 미국 빅테크 실적 발표 이후 불거진 인공지능(AI) 투자 우려가 상승세에 제동을 걸었다.
시장이 주목하는 대목은 AI 산업의 성장 속도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투자 여력이다. 알파벳과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설비투자 확대가 현금흐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투자 규모가 커지는 만큼 이를 회수할 수 있는 수익 구조가 마련됐는지에 대한 검증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빅테크 기업들의 기존 주력 사업에서 창출되는 현금흐름이 AI 설비투자 증가 속도를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라며 "현금흐름 악화가 지속될 경우 향후 빅테크의 AI 설비 투자 증가 속도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중장기 수요 전망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미국 기술주 조정은 국내 반도체주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인텔은 시장 기대에 못 미친 실적 전망과 현금흐름 우려가 겹치며 28.6% 급락했다. 52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하루 만에 7.2% 하락했다. AMD(-10.88%), 퀄컴(-11.12%), ARM(-9.97%), 엔비디아(-4.22%) 등 주요 반도체 기업 주가가 동반 하락했고,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도 7.95% 내렸다.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대형주가 차지하는 비중과 지수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미국발 조정이 이어질 경우 코스피의 반등 동력도 약해질 수 있다. 특히 최근 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반도체 업종에서 투자심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반도체 업종의 주가가 실적 개선 기대에 힘입어 상승해온 만큼, 미국 기술주 조정이 국내 대형주에 미칠 파급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오는 3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도 시장의 관심사다. 상·하원 선거 결과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남은 임기 정책 추진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하원에 이어 상원까지 장악하는 '블루웨이브'가 현실화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와 재정 관련 입법 등 주요 정책 추진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의회 권력 구도 변화가 미국의 대외 정책 전반을 바꿀지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 중국에 대한 견제는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첨단기술 수출 통제 등 압박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선거 결과에 따른 정책 변화뿐 아니라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후 자산시장에 미칠 영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을 동시에 탈환하는 블루웨이브가 현실화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입법 추진이 제약받고 국방비 증액 억제와 복지 예산 확대가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다만 대중국 견제는 초당적 기조인 만큼 첨단기술 수출통제 중심의 압박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동 상황도 변수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을 비롯한 중동 정세 역시 국제유가를 움직일 변수다. 양국 간 충돌이 확대되면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물가를 자극하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워 시장금리와 금리 인하 기대에 영향을 미칠 경우 주식 등 위험자산의 투자심리도 위축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주요 경제지표 발표도 잇따른다. 3일 10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를 시작으로 4일 구인·이직 보고서(JOLTS)와 ADP 민간고용, 5일 ISM 서비스업지수, 6일 10월 비농업 부문 고용보고서가 공개된다.
지난주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이번 지표들은 미국 경기와 고용시장의 흐름을 확인할 단서가 될 전망이다. 고용과 경기가 예상보다 견조한 것으로 나타나면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질 수 있고, 반대로 둔화 신호가 뚜렷해질 경우 경기 우려가 커질 수 있어 지표별 해석에 따라 시장 반응이 엇갈릴 가능성도 있다.
국내 수급은 반등의 지속 여부를 판단할 또 다른 기준이다. 지난주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2조5296억 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2조9711억 원, 2800억 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이 매수에 나서며 지수 하단을 지탱했지만 외국인의 매수 전환은 확인되지 않았다. 반도체주를 비롯한 대형주가 다시 상승하더라도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다면 지수 상승의 탄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반등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거래대금과 수급이 함께 개선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근 코스피가 5000선 초반에서 두 차례 저점을 형성한 뒤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주가 회복이 추세로 이어지려면 투자자금 유입이 동반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나정환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는 5000선 초반에서 더블바텀을 형성하며 반등을 시도하는 모습"이라며 "반등 국면에서는 단순한 주가 상승보다는 거래대금 확대를 동반하며 오르는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거래대금 유입이 뚜렷한 종목을 중심으로 반등의 지속성과 주도주 형성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단순히 저PBR인 기업보다는 저평가 상태에서도 적극적인 주주환원과 밸류업 정책을 추진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리레이팅 기회를 엿볼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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