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칼럼-개혁은 지금 어디있나

총체적인 부정부패로 중태에 빠진 을 치유하겠다며 출발한 김영삼정부도 어느새 넉달이 됐다. 우리사회 곳곳에 곪아있는 환부를 도려내면서 진행된 한국병치유를 위한 개혁작업은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과거정권에선 생각도 할 수 없었던 군대의 비리를 파헤치고 청와대.안기부등이른바 성역에도 사정하는 속시원한 국정을 폈다. 그래서 새정부는 90%이상의 엄청난 국민지지를 얻었고 신바람속에 개혁을 추진해 나갔다. 국민들은 기대하던 문민정부가 무언가를 곧 보여줄 것이라는 희망으로 부풀었다.뜨거운 성원 식어-그런데 개혁4개월을 맞은 지금은 출발때의 뜨거웠던 성원도 식은 것 같고 아낌없는 박수를 치던 사람들도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성원하며 박수를 보냈던 개혁이 길을 잘못 들어가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개혁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그 실체를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그동안 개혁이 진행되는 중에 여러차례 걸림돌이 돌출해 진로를 방해하기도했으나 그때마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장애물은 제거되고 개혁은 계속됐었다. 이처럼 누가 무어라해도 정부의 개혁정책은 계속돼 왔는데 아직 눈앞에보이는 가시적인 결과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개혁에 대한 희망찬 기대가 실망섞인 회의로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서 새정부의 통치능력을 의심케 하는 일련의 사태들이 계속 일어나 개혁은 국민들의 관심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과격시위에 경관희생-지난달 새로운 전국대학생조직인 이 발족하면서 통일문제를 이슈로 내세워 과격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폭력사태가 일어나고 이를 진압하던 젊은 경관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문민정부에서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못했던 일이다.또한 노동계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현대계열회사들의 노조가 강경쟁의를 벌인 것을 비롯해 적지 않은 노조들이 만만찮은 투쟁을 벌일채비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도 전교조문제로 교육계가 다시 진통을 겪고 있으며 지금은 한의사회와 약사회가 업권문제를 놓고 의료업계로선 국민보건을 생각한다면 할수없는일제휴업까지도 서슴지않으며 강경대결을 벌이고있다.

이와같은 사태들은 지난 정권에선 흔히 보아오던 장면이었지만 문민정부에서는 없으리라고 기대했던 것이고 당연히 없어서야 될 것들이었다. 이제 국민들은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치면서 엄청난 성원을 보내준 새 정부에서도 악몽같은 고질병들이 재발하고있는 현실에 크게 실망한 표정들이다.더욱이 계속 터지고있는 사태들에 대처하는 현정부의 대응능력에 국민들의실망은 말할수없는 것같다. 이런 수준의 능력으로 한국병을 치유할수있는 개혁을 추진할수있을까하는 의구심을 갖지않을수 없다는 것이다.사정이 받쳐준 인치-그동안 새 정부의 통치스타일에 대해 인치냐 민치냐하는논쟁이 있어왔는데 지금의 상황에서 보면 김영삼대통령의 개혁의지에 의한인치였고 국민지지를 업은 사정작업이 인치를 뒷받침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얻고있다.

이같은 전폭적인 국민지지를 업은 인치도 이제 사상한 단계에 이른데다가 앞서 례시한 일련의 악재들까지 겹쳐 새 정부의 혼과 같은 개혁이 국민들이 확실하게 볼수있는 위치를 잡지못하고 표류하고있는 느낌을 주고있다.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이 개혁으로부터 리탈하는 현상이 보이기시작하는데 개혁에서 멀어져가는 국민들을 잡아두려면 지금까지 추진해온 방법을 다시 생각해봐야한다.

어느 정도의 자만까지 엿보였던 인치적 개혁작업은 이제 빛을 잃고있다. 다수국민들의 생각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에 바탕을 둔 이른바 민치적 개혁작업이 요구되고있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국민들이 신뢰할수있는 국정운영으로 국민들스스로가 개혁에 동참할수있는 의지를 보일수있게 분위기를 만들어줘야한다. 지금부터는는 일방적요구에서 겸손히 국민들의 협조를 구하는 통치력으로 개혁을 추진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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