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북한의 핵문제에 관한 기사가 신문지상에서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12월 2-3일 IAEA 정기이사회가 이 문제를 다뤄 특히국제적인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1월23일 김영삼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앞으로 이문제에 대해 {철저하고 광범위한 대응}을 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그동안 북한의 {일괄타결}방식 제안이나 미국의 일부에서 논의된 {포괄적타결}방식제안등으로 인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양국 정상이 한.미간의 입장을 정리하였다. {철저하고 광범위한 대응}이란 북한의 핵의혹을 제거하기위해 완벽한 사찰제도를 도입하고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도록 다양한 인센티브와 함께 여러가지 압력이나 제재수단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1차적으로 IAEA사찰이 재개되고 남북대화가 이루어진 후 미.북한간의 3단계 회담을연다는 것이다. 결국 {일괄타결}이나 {포괄적 타결}방식 제안에서 나온 내년도 팀 스피리트훈련의 중단, 경수로 지원문제, 미.북한 수교문제등은 북한이3단계 회담을 위해 제시한 2가지 조건을 충족시킨 후에나 논의할수 있게 되었다.지금까지 북한은 IAEA의 {불공정성}을 구실로 사찰 재개를 위한 IAEA와의 협상을 지연시켜 아직 협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지난 11월4일에 개최될 예정이었던 남북간의 특사교환을 위한 4차 실무접촉을 우리 국방장관의 발언을 구실로 삼아 취소하였다.
과연 북한의 핵문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핵문제의 장래를 알아보려면 무엇보다 북한의 핵개발 현황과 의도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은 현재 핵폭탄 2-3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의 플루토늄을 가지고 있으나 아직 핵무기화의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핵무기를 만들려면 적어도 3가지 기술이 필요한데 (플루토늄 재처리방식이나 우라늄 농축방식을 통한 핵폭탄의 원료 제조기술, 핵탄두를 소형화하는 기폭장치 제조기술, 미사일등 핵탄두 운반수단 제조 기술) 북한은 아직 이러한 기술을 모두 갖추고 있지 못한 것으로판단된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이미 갖고 있다], [더많은 양의 플루토늄을 확보하고 있다], [우라늄 농축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기폭장치 실험에 성공했다]등 여러가지 추측이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금년 봄에 미국 CIA국장도 북한이 1개 정도의 핵폭탄을 만들수 있는 플루토늄만을 확보하고 있다고 언급하였고, 우리 안기부도 2-3개정도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확보한 상태라고 추정하고 있다.북한의 핵개발 기술이 이 정도에 불과한데 왜 문제가 되고 있나. 그것은 북한이 그동안 IAEA의 사찰을 받으면서 의혹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단1회에 걸쳐 90g의 플루토늄을 추출한적이 있다고 보고했으나 북한이 제공한 샘플을 IAEA가 조사한 결과 적어도 3차례 이상 플루토늄을 추출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또한 북한은 영변지역의 미신고 시설 2개지역에 대한 IAEA의 추가정보 제공과 사찰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이를 은폐하고 있다. 결국 북한이 핵관련 활동에 대한 투명성을 보여주지 못해 국제사회가 의혹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럼 핵관련 활동에 담긴 북한의 숨은 의도는 무엇인가. 구소련과 동구 공산주의가 붕괴되고 독일의 통일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로인해 군사적 균형이 깨어지고 있는 형편에서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통해 체제를 수호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적인 제재와 감시 속에서 북한은 경제적,기술적 어려움으로 인해 핵무기 개발이 여의치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영변지역에서 플루토늄 재처리 활동은 중단되고 있다) 따라서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체제 유지를 보장받을 수 있는 충분한 반대급부가 주어지는 경우에 대미, 대일 관계개선을 통해 외교적고립에서 탈피하고 또한 서방의자본과 기술을 얻어 심각한 경제난을 해소해 보려는 것이다. 과연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것인가? 필자는 북한의 최고지도자들이 아직 이에 대한결단을 내리지 못하여 핵관련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고 본다. 현재 북한은 핵무장을 하려니 경제적, 기술적 어려움에 부닥쳐 있고, 다른 한편으로 핵무기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협상을 통해 충분한 반대급부를 얻어내려니 쉽지 않아딜레마에 빠져 있다. 따라서 앞으로 남북한 협상과 미-북한 협상여하에 따라북한의 핵정책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럼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포기시키려면 우리들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또한 핵무기 개발이 체제유지에 아무런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이 인식할 수 있도록 협상을 이끌어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강온 정책(~stick and carrot" policy)을펴고 있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핵무기 개을 포기할때까지 다른 나라들이 북한과 관계개선을 하지 못하도록 외교제재를 가하고 있고, 또한 유엔 안보리와총회 결의안을 통해 압력을 넣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이 핵시설과 활동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경우 우리 정부는 남북경협 개시, 팀 스피리트 훈련의 중단, 미.북한 관계개선 지지 등을 약속하고 있으며 이미 미.북한 협상 결과인 핵무기를 포함한 무력의 불사용, 체제 존중, 한반도의 평화통일 등에 관한 합의를 지지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이제 북한이 2단계 미.북한 회담에서 약속한 핵사찰을 위한 북한과 IAEA간의협상, 그리고 남북대화에 진지하게 나설것을 촉구하고 있다. 북한이 여전히NPT에 남아 IAEA 핵안전조치의 계속성을 파괴하지 않고, 또한 플루토늄 재처리 활동을 재개하지 않는 한, 우리들이 너무 조급하게 서둘 필요는 없다. 지연될수록 북한이 오히려 외교적 고립과 심각한 경제난으로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정부는 북한의 지연전술에 무한정 따라 갈 수는 없다. 특히우리들은 앞으로 일어날 여러가지 상황전개에 대비하여 국제적인 경제제재와군사제재의 가능성과 효용성을 검토해야 하겠지만, 이러한 방법을 동원하기전에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당연히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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