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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지자제(5)-내무부 전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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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경북도는 내무부로부터 기구축소 지시를 받고 재무국을 폐지했다.재무국이 없어지면서 재무국내에 있던 양정과의 3개 계(계)도 농림수산국농산과의 양정계와 양곡관리계로 개편됐다. 경북도뿐 아니라 전국의 다른 시.도도 이같은 기구축소를 단행했다.내무부의 시.도에 대한 기구축소지시는 {작은 정부}를 실현한다는 취지에서분명 바람직하다. 문제는 기구축소가 지역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인 것이라는데 있다. 경북도를 비롯, 전남 등 일부 지역은 쌀이 중요한 생산물이다. 그런데 양정과를 일률적으로 없애버려 지역에 적합한 자치조직을 유지할 수 없게된 것이다. 이 때문에 양정계와 양곡관리계에 과부하가 걸렸다고 경북도 공무원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처럼 기구신설이나 폐지가 획일적이다보니 전국 시.도의 조직은 약간씩 차이는 있으나 거의 비슷하다. 덩치에서 경북도와 비교가 안되는 제주도지만 기구와 직제는 유사하다. 광역자치단체만 그런게 아니다.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도 시.도 못잖게 갖출건 다 갖추고 있다.

이 모두가 자치단체들이 자치조직권을 갖지 못한 탓이다. 그래서 민선 시.도지사가 선출되더라도 국조차 마음대로 만들거나 없앨 수 없다. 시.도지사에게위임된 과조직권도 시.도지사가 뜻대로 행사할 수 없다. 과를 만들때 정원을초과할 경우 내무장관의 승인을 필요로 하고 시.도의 계장급인 5급이상 공무원을 배치하려해도 내무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한양대 지방자치연구소장 조창현교수는 "자치단체가 지역특성에 맞는 행정기구와 조직을 자율적으로 설치할 수 있어야 지역 특색을 살린 행정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면서 "지방자치의 근간인 자치조직권을 내무부가 틀어쥐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내무부가 가지고 있는 권한은 자치조직권 말고도 많다. 자치단체의 공무원정원도 내무부령이 정한 기준에 따라 자치단체의 규칙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자치단체의 조직과 정원을 지방의회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돼있는 일본의 경우와 비교해봐도 내무부가 얼마나 자치단체들을 불신하고 있는지 입증된다.현행 지방자치법은 또 단체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해친다고 인정되면 해당 주무장관이 이를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 이와 관련 지방자치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주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된단체장의 권리를 주민의사와 상관없이 임명된 일개 주무장관이 좌지우지하도록 하는 것이 무슨 지방자치냐"고 비판하고 "일본처럼 중앙정부가 관할 법원에 해당 자치단체의 부당한 명령.처분을 취소.정지시키는 소를 제기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자는 것이다.내무부는 자치단체에 대한 감사권도 갖고있다. 이것도 모자라 내무부는 최근민선단체장에 대한 징계제와 이행명령제의 도입을 검토하는 한편 시.도와 시.군.자치구의 부단체장을 국가직 공무원으로 임명하는 자치법 개정안을 내놓고 있다. 민선단체장이라도 중앙정부의 말을 듣지 않으면 해임시켜버리고 국가직 공무원인 부단체장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노골적인 속셈을드러내고있다.

이는 지방자치제는 형식적으로 실시하고 자치조직권및 예산편성.감사권에다인사권까지 모두 가지겠다는 지극히 {내무부다운 발상}이다. 즉 민선단체장은 {얼굴마담}으로 앉혀 {고용사장}으로 만들고 자기들이 임명한 전무나 상무가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도록 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그러나 이에대해 이름을 밝히기 꺼리는 한 고위 지방공무원은 "모든 결재서류에 단체장의 서명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므로 자치법을 개정하더라도내무부 뜻대로는 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인사권을 갖지 못하는 단체장을누가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공무원은 이어 "민선 단체장이라는 강적을만난 내무부가 모래판에서 넘어지기 직전에 씨름선수가 마지막 용을 쓰듯 버텨보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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