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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마를 두어번 툭툭 치면서 두통을 달랬다.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었다.근래에 시도때도 없이 나는 자주 이런 두통 증세를 느끼곤했다. 심호흡을하거나 조금 걷거나 하다보면 가라앉기는 해도 만성적이 되어 걱정스러웠다.혜수가 그러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나도 혜수의 땀에젖은 얼굴을 향해 마주 손을 흔들었다. 두통이 사라지지 않아 내 얼굴은 이상하게 찡그려져 있을 것이라는 짐작이 들었다.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려는데앞좌석의 여자가 바쁜일이라도 있는지 급히 일어났다. 나는 흔들던 손마저엉거주춤 내리고 의자에 깊숙이 내몸을 파묻었다. 앞좌석의 여자가 움직이자장미향이 짙게 번져왔다. 나는 그 향수 내음을 깊이 훅 들이마시면서 나도가볍게 향수를 뿌리고 다녀야겠다는 엉뚱한 생각에 빠져 들었다.사람들이 극장을 거의 다 빠져 나가자 조금 두통이 가라앉았다. 텅빈 공간에한참 앉아 있노라니까 나의 두통증세는 희한하게도 완전히 사라졌다. 무대뒤로 가서 혜수를 만나 같이 집으로 가야할지, 그냥 나 혼자 가야할지를 몰라망설이며 소극장 입구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았다. 에어콘을 틀어 둔 극장안과는 달리 바깥은 후덥지근한 기운으로 뒤덮여 있을 것이다.바깥은 전형적인 여름날씨일 것이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나는 계절도 시간도 잊어버린 사람처럼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출구쪽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깜빡, 누군가 무대의 조명등들을 모조리 껐다.

어둑신한 실내에 미국의 남부식 주택과 커다란 느릅나무를 꾸며둔 무대를 바라보노라니 묘한 생각이 들었다. 연극 속의 캐버트 일가가 정말로 살았던 집을 지켜보고 있는것 같았다. 어둠에 덮인 집의 거실쯤에 지금도 캐버트 영감이 늙어버린 심신을 하고서도 여전히 질기게도 고독과 엄한 운명을 견뎌내고있을것 같이 느껴졌다. 연극이 그만큼이나 강렬하게 와 닿았다는 것일까.{느릅나무밑의 욕망}같은 것은 내가 그리 좋아하는 소재도 아니고 연극을 보는동안 절반은 내 생각에 빠져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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