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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선인장이야기(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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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불교 종단의 큰 스님 한분이 딸을 낳아서는 필요치 않은 존재라고 해서그 이름을 불필(부필)로 했다는 일화를 들었을 때 난 그 독단적인 자기중심의 생각에 무척 화를 낸 적이 있었다.그러나 그는 생명을 저버린 적은 없었는데 혜수는 아주 단호한 태도로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하니.... 그 단호한 생각을 나는 너무 자기 중심적인 게 아니냐고 되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사람 생각도 그래? 그렇게 책임없는 태도야?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어?둘이 결혼하는데 무슨 장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왜 이 세상에 너 혼자서만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려 드니?"

"그 사람은 아니야. 그 사람은 아이도 낳고 결혼도 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다고 그래. 언니, 나도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러겠어. 하지만 그를 사랑하면서도 내 속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차 있어. 내가 왜 발작을일으켰는지 언니는 모를 거야. 난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이해할 수가 없어. 아이를 낳고 집을 지키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무엇인가가 내 몸을 억누르는 것만 같아. 학교에 다닐 때도 직장 생활을 할 때도 그랬어. 난 집을 떠날거야. 출가를 하든지 여행을 떠나든지 우선 이 이상한 삶으로부터 벗어나볼래. 자기가 뭘 하기를 원하는지 모르면서,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그저 주어진대로 습관적으로 살아가는데 이젠 지쳤어"혜수는 내가 다그치는대로 내버려두고 제 생각을 숨기지 않고 말하였다. 나는 혜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결코 내가 상상할 수도 없는 생각들을 실제로 하고 있는 사람이 여기,나의 아주 가까운 곳에 있구나 하는 생각만 멍청히 하고있었다.

나는 찬찬히 혜수를 다시 뜯어 보았다. 약간 고집스러워 보이는 짙은 눈썹을제외하곤 하나도 다른 사람들보다 달라 보일 것도 없는 평범한 얼굴이 아닌가. 문득 통도사에서 내게 무엇으로 삶을 견디느냐고 했던 혜수의 말을 상기했다. 글쎄, 나는 무엇으로 이 삶을 견디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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