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물업은 70년대 중반이후 '사양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 정부의 산업육성시책에서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래서 직물제조업체는 난립됐고 제직시설의 과잉이라는 필연적인 결과가 뒤따랐다. 급기야 84~85년사이 대구경북지역에서 70여업체가 무더기로 도산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그러나 직물은 사양산업이 아니었다.수출에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낸것이다. 정부가 섬유를 보호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이때문이다. 여기서 출발한 것이 바로 '합리화조치'다. 즉 시설규모를 감축하는데 목적을 두고한계기업을 정리하기위해 직물을 공업발전법상의 합리화업종으로 지정한 것이다. 합리화업종 지정으로 직기등록제가 실시됐다.아무나 직물에 참여할수없게된것이다. 또 어려울때면 언제든지 정책자금이 듬뿍듬뿍 내려와주었다.직물은 그야말로 별신경쓰지않고도 적당히 수익을 올릴수있는 '황금업종'으로 변신했다.대구섬유는 바로 '합리화 조치'라는 큰 보호막속에서 무려 9년동안이나 달콤한 항해를 즐겨왔다. 3년전 2번째 합리화기간이 만료되자 지역섬유업계는"한번만 더 연장해달라"고 정부에 매달렸다. 결국 합리화기간은 3년간 더연장됐고 그 만료시기가 바로 오는 6월말로 다가온것이다. 그런데도 지역직물업계는 그동안 '합리화가 없는 대구섬유'의 앞날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않았다. 일부에서는 합리화기간을 또한차례 연장해야한다고 주장하고있지만WTO로 대표되는 세계화 흐름은 이같은 보호정책을 더이상 허용하지않고있다.직물업계는 스스로 길을 찾아야하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하게된것이다. 보호벽이 깨진것이다. 뒤늦게 "합리화조치는 지역섬유의 질적인 퇴보를 부추겼다"는 자성론마저 대두되고있다.
문제는 지역직물업계가 얼마나 자생력을 갖고있느냐에 있다. 사실 직물업계는 그동안 물량생산에만 치중해왔다. 절대공급 부족상태에서 생산은 수익과바로 직결됐던 것이다. 그래서 홍콩시장에서 인기가 있다고 알려지면 너나없이 같은 물건을 짜기에 바빴다.
특히 90년대들어 고속직기가 속속 수입되면서 며칠만에 엄청난 물량을 쏟아내는것이 가능해졌다. "생산조절이 안되다보니 공급과잉으로 얼마안가 국제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재고가 넘친 업계는 덤핑을 하기시작한다.한달만에 가격은 또 절반으로 떨어진다. 몇달뒤 지역에는 부도업체가 속출한다" 이런 현상을 기업인들은 '악순환'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지금까지도이 악순환은 계속돼왔고 올해도 예외없이 이 악순환은 재연될것이다.왜냐하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줄 '힘'을 스스로 갖고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직물업계의 내부고민은 이보다 더 깊은데 있다. 대부분이 야드당 1달러수준인 중저가품을 생산해내고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제품은 중국, 인도네시아등후발개도국들이 이미 상당수준 따라와있다.게다가 세계시장도 '다품종'시대로 바뀌고있어 지역직물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대체로 해답이 나와있는 상태다. 그런데도 지금 부산항에는 수억원씩하는 외제 고속자동직기 수백대가상륙을 서두르고있다.
이제 대구경제의 첫번째 열쇠를 쥐고있는 직물업은 혼자힘으로 험준한 비탈길을 내려가야한다. 무엇보다 위기 대처능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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