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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투신 경영권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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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경제를 위해 대구상의가 주도, 설립된 금융기관들이 이미 특정 기업의소유로 넘어갔거나 흡수당할 위기에 빠진것은 대구상의의 책임도 마땅히 크다.물론 지역경제에 끼칠 부작용을 외면한채 자본주의 논리만을 앞세워 이를 흡수하려는 기업에 1차적인 책임이 있을것이다.

그러나 설립만 해놓고 지역경제를 위한다는 설립취지의 보호 노력없이 특정기업의 흡수를 묵인해온 대구상의에도 시민들의 비판이 쏟아질것은 당연한것이다.

88년에 설립된 조선생명의 경우 역외 자금 유출을 막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명목으로 추진돼 근 2년3개월간의 노력끝에 성사됐었다.설립을 주도한 대구상의는 당시 지역의 유력 상공인들로 구성된 설립 발기인22명에게 주식의 2/3, 나머지 상공인 79명에게 1/3을 배정했다.또 한달후 1백% 증자할때는 소주주들에게 많이 배분, 대주주와 소주주의 보유 비율을 5대5로 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경영권 장악을 위한 특정 기업의 주식 매집이 시작돼 설립발기인과 소주주들의 지분 상당수가 갑을로 넘어갔다.

일부 발기인들은 갑을의 주식 매각 요청에 따라 액면가 5천원에 1천~2천원의프리미엄을 얹어 팔아 상당한 이득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갑을이 이같은 수법으로 조선생명의 주식을 어느정도 확보하자 처음에는 지역 경제 공동의 이익이란 설립 취지를 들어 매각을 거부하던 주주들도 "갑을이 사실상 지배주주가 된만큼 더 이상 주식을 가져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판단, 주식을 계속 팔아 넘겼다.

특정 기업의 자금창구가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계속 터져나왔지만 설립을 주도한 대구상의는 줄곧 '꿀먹은 벙어리'로 일관했다. 갑을측 한 관계자도"조선생명의 흡수는 갑을의 잘못 이라기보다 이를 막지못한 상공인과 대구상의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선생명의 경우 22명의 발기인중 대부분이 주식을 팔아버려, 설립취지를살린다며 지금까지도 주식을 갖고있는 발기인은 몇명 안된다"는 변명이다.결국 갑을은 손쉽게 조선생명을 삼켰고, 이 과정에서 발기인들은 설립 발기인들이란 이유 하나로 배당받은 많은 주식을 프리미엄을 붙여 팔아 상당한이득을 거둔것이다.

'제로 섬(Zero Sum) 게임'이란 말처럼 한 쪽에 득이 있으면 손해를 보는곳도 있는 법. 그 피해는 지역 사회·경제가 떠안았다.

조선생명이 특정 기업의 소유로 넘어감에 따라 조선생명의 설립 발기인과 대구상의에 대한 불신감이 지역 사회에 팽배해졌다. 지역 상공인들 사이에도'애써 만들면 뭣하나,특정 기업만 득을 보는데…'란 냉소주의가 짙어졌다.최근 문제가 된 동양투신과 대구투자금융도 조선생명과 똑같은 운명에 처할위험성이 높아지고있다. 특히 주식시장에 아직 상장안된 동양투신은 문제가심각하다.

일부 상공인들은 "지역 경제를 위한다는 설립취지에 동감한다"면서 참여해배당받은 주식을 경영권 장악을 노리는 특정 기업들에 이미 상당부분 팔아넘겼다.

또 이에대한 비난의 눈길을 의식,명의는 이전하지 않은것으로 알려졌다.명목상 50%의 지분을 보유,최대주주인 출자자 조합을 갖고있는 대구상의는지난해부터 이 문제로 지역 경제계가 시끄러운데도 방관을 계속,"무슨 꿍꿍이 속이냐"는 비난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 경제인들간의 반목과 갈등의 골을 깊게할것이라는 우려를 하면서도 동양투신을 흡수하려는 특정 기업들이 모두 대구상의 회원이기때문에 눈치만 보고있다는 것인가.경제인들은 "대구상의가 이제 더이상 방관 할때가 아니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역 경제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중앙정부에 사정해 어렵게 만든 금융기관을조선생명처럼 또다시 특정 기업의 소유로 어물쩡 넘길수 있느냐"는 여론이다.

사태가 악화될 경우 설립을 주도했던 대구상의에의 불신은 물론 지역 경제인들간의 반목과 갈등도 한층 심화될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경제계는 무엇보다도 지역 경제계가 최대 현안문제로 추진하고있는 지방증권사의 설립도 명분이 없어져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있다.한 경제계 인사는 "예전에는 기댈 곳이나 있었지만 지금은 힘을 빌릴곳도 없어 모든 문제를 지역 사회가 힘을 합쳐 해결해나가야 한다"며 "대구상의가시급히 대응책을 내놔야 할것"이라고 지적했다. 〈허용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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