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시청과 '조기 퇴근'

토요일 낮12시부터 퇴근시간인 오후1시까지 대구시청 정문에 지켜서 있노라면 거짓말같은 법칙이 발견된다. 수학의 등차수열을 닮은 실국장 과장 계장등으로 이어지는 조기퇴근 또는 조기오찬행의 '나태 순서' 가 바로 그 법칙이다.4일도 예외는 아니었다. 퇴근시간이 정확히 1시간이나 남은 낮12시에 수석국장인 조기현 내무국장이 현관을 나섰다. 10분후에 시정을 기획, 대구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신태수 기획관리실장이 전부시장인 이종주 정책보좌역과함께 식당골목으로 사라졌다. 장성석 건설주택국장은 13분, 이경순 가정복지국장은 17분에 각각 부하직원과 함께 식당으로 갔다.

기업유치와 책임이 있는 이진근 중소기업담당관도 20분께 문을 나서 총총 멀어져 갔다. 그리고 건설주택국 교통관광국소속등등의 과장 계장의 발걸음이이어졌다.

12시30분. 아직 퇴근시간이 30분이나 남았는데도 내무국의 핵심부서인 시정과에는 20여명의 직원들이 다들 어디로 갔는지 서너명만 사무실에 남아 전화를 걸고있는 과장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텅빈 사무실에 카메라를 들이대자 이진훈 시정과장은 "점심시간이라서…" 라며 우물쭈물 했다.지방화를 맞아 역할이 강조돼 기구의 확대 요청을 받고있는 지역경제과도 상황은 마찬가지. 20여명중 2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여직원은 TV를 틀어놓고 누가 왔는지조차 모르는 완전 파장 분위기였다.

권혁도 지역경제과장은 김정규 부시장 및 각 실국에서 차출된 직원들과 함께 버스 5대에 나눠타고 편입된 달성군의 현풍천에 자연보호운동을 하러 갔다. 자연보호래야 쓰레기를 줍는 것이 고작. 김부시장은 대구에 온지 두달도채안됐고 조해녕대구시장마저 중국 상해에 간 마당이니 현안을 챙기고 있어야 할텐데 얼굴내기 행사에 가버린 것이다. '환경이 중요하다' 거나 '금요일까지 열심히 일했다' 고 항변한다면 더이상 하고 싶은 말이 없다. 다만시민의 이름으로 이것만은 묻고싶다. 지체높은 분들은 이날 아침 도하 일간지의 1면을 장식한 '최적의 공장용지를 귀사에 제공하겠습니다'라는 광고를보았는가. 대전시 공업과가 △제2의 행정수도 △교통요충지 △대덕연구단지의 인재등 강점을 내세워 평당 55만원인 73만평의 공장터 주인을 찾고 있는광고 말이다.

내친김에 군더더기로 한두가지만 더 질문하자. 삼성자동차 주력이 부산행 열차를 타려고 바둥대고있는 속사정을 아는가 .

서해와 남해에 무서울 정도로 공장이 들어서고 있다는 것은 아는가. 대구는소비도시를 지나 향락도시로 치닫고 있고 경북도청마저 이전하면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생각이나 해봤는가. 〈최재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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