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일 수교협상 재개합의 언저리〉

북한노동당과 일본 연립3당 방북단이 '정부간 국교교섭 무조건 조기재개'에합의함으로써 양측의 교섭은 92년11월 중단이후 2년여만에 재개될 전망이다.30일 귀국한 일여3당 합동방문단은 이로써 일단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그러나 이른바 '3당선언'문제를 비롯, 난항을 거듭한 합의문서 작성과정이말해주듯 양측의 입장과 의도는 물론 교섭방법, 즉 북한측의 전형적인 외교수법도 역력히 드러나 향후 정부간 교섭도 '산넘어 산'임을 확인시켰다는 평가다.

29일 종일 줄다리기를 벌인후 30일 새벽에야 결착된 양측 실무자간 합의문서작성과정의 쟁점은 예상대로 전후보상에 합의했던 90년의 '3당선언'에 대한인식 및 취급과 교섭의 전제조건에 대한 문제였다.

방북전 북한측과의 수면하 절충에서 양측은 3당선언은 일단 보류해두며, 정부간 국교교섭 재개는 아무런 조건없이 하도록 촉구한다는 데 일치한 것으로알려졌었다. 이에대해 사회당은 "3당선언은 유효하고, 북측이 정말 보류에동의하는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제동을 건 바 있다. 이는 북측과의오랜 교류로 그들 생리를 어느정도 알게된 감각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사회당의 이같은 우려는 현장에서 그대로 적중한 격이 됐다. 북한측은 일3당방북단이 도착한 28일 김용순의 언급을 필두로, 29일 일본측을 만난 강성산총리까지 일관되게 '3당선언을 기본으로 교섭재개'라는 중시자세를 강조했다. 북한측은 실무협상에서 이를 다시 주장, 거기에 재개될 국교교섭에서 한국형경수로등 핵관련 문제와 KAL기 폭파 김현희사건의 '이은혜'문제등을 거론치않기로 명기하자고 주장했다. 총단장인 자민당의 와타나베 미치오(도변미지웅)전부총리를 비롯한 일본대표단이 '사전약속 위반'에 당황한 것은 물론이다.

일본측은 사전에 준비한 합의안에서 3당선언과 관련, '양측교섭이 선언을 계기로 시작됐다'고만 표현하고 △전제조건 없는 조기 대화재개 △정부간교섭은 관계개선에 철저 △조기 국교회복 노력을 요청한다는 등으로 만들었었다.따라서 북한측의 '예상됐던'의외의 제안과 태도에 일측은 강력 반발했고, 어떻든 '일본카드'가 필요해진 북측과 시간에 쫓긴 일측 모두 대립·절충끝에적당히 타협, 애매한 표현으로 슬그머니 예봉을 피한 합의문을 작성한 것이다.

관측통들은 북한측이 사전약속과 달리 3당선언을 강조하고 핵불거론 등을 들고나왔다가 다시 물러선 것은 그들 특유의 외교전술이라고 분석하고 있다.즉 애매한 합의후 나중에 트집을 잡아 물고늘어지는 전통적 공산당식 교섭술의 발로라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중대국면에 접어든 경수로제공 협상등 핵문제에 있어 한·미·일 3각공조를 깨고 일본의 경제적 도움이 필요하므로 일단 국교교섭의 테이블은 마련해 놓겠다는 의도가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일본외무성관계자도 "북한의 속셈은 일본의 돈과 한국배제"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한북측의 저의는 '북한문제에의 일정한 영향력확보'를 원하는 일본측 의도와도어느 정도 맞아떨어져 양측은 결국 어떻든 교섭은 재개해놓고 보자는데 맞장구를 친 것으로 관측통들은 풀이한다. 북한이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 쌀원조문제를 전혀 언급치 않은 것도 양측의 '협상이면'에 대한 모종의 추측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일본일각에서는 경수로협상 기한인 4월21일이전 국교교섭 재개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빠르면 4월중 교섭이열릴 가능성도 없지않다.

그러나 이번 합의문 작성과정에서 나온 이견들이 정부간 교섭에서 재연될 것은 뻔하다. 일본측은 특히 한국과 미국의 눈길을 의식해 핵문제의 양보도 촉구한다는 생각이지만 북한이 반발해 난항을 되풀이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번에 통역을 이유로 직원을 동행시켜 북측의 의중파악에 나섰던 일외무성은본교섭 대책을 서두르는 한편 한국등과의 긴밀한 외교협의로 대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한국측이 강한 우려를 표명한데서 예고됐듯이 국교교섭재개의 시기와 의제들, 그리고 양측의 애매모호한 협상태도 등이 앞으로 한국과 미국등 우방과의 크고 작은 외교마찰 대상으로 부상하지 않을까 하는게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