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귀순 북송교포 기자회견

심각한 식량난으로 인해 북한의 일부 주민들은 돈벌이 차원에서 아편을 재배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아편에 중독된 경우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지난 27일 북송재일교포 오수룡씨(61) 일가족 5명과 함께 귀순한 박철만씨(28)는 3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에서식량난이 가장 심각한 함흥과 청진 등에서는 돈을 벌기 위해 산속에 몰래 아편을 재배하는 주민들이 상당수 있다"며 이같이 폭로했다.박씨는 또 "북한에서는 식량사정이 나빠 강도사건도 흔히 일어나고 있으며강도질을 하다가 잡혀 처형당하는 경우도 여러번 봤다"고 말했다.박씨는 또 "쌀을 제대로 배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강냉이로 허기를 채우거나산에 올라가 칡뿌리를 캐먹는 생활도 하고 있다"며 "하루에 두끼를 먹으면잘 먹는 형편인 북한의 현실때문에 차라리 교화소에 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주민들도 많다"고 북한의 실상을 전했다.

박씨는 김일성 사후 북한의 실정과 관련, "애도기간중에는 결혼이나 제사 등개인적인 경조사도 지내지 못하는 등 '슬픈 상태를 유지하라'는 당의 지시로오히려 통제가 더 심했다"면서 "그러나 신의주 지역에서 식품가게가 털리는일도 일어나 실제로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 사망에 대한 애도심을 갖고 있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말했다.또 오씨의 아들 명선씨(31)는 "김일성 사후에먹을 것도 없는 상태에서 김정일은 김일성 숭배를 강요하며 주민동원을 이전보다 더 심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식량을 구하기 위한 갖가지 행각이 벌어지고 있으며 북한 당국은 이를 막기 위해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명선씨는 귀순동기와 관련, "아버지는 북송교포지만 나는 북한에서 태어나김일성·김정일 사상을 배우고 군생활, 노동당원까지 했는데 북송교포의 자녀라는 이유로 사회생활에서 제약을 받았다"며 "북한에서의 생활은 더 이상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던 중 알고 지내던 중국의 조선족 보따리 장사를 통해남한의 실상을 알게돼 탈출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명선씨는 탈출 경로와 관련, 먼저 중국에 건너가 아는 조선족인의 집에 숨어지내다 94년 9월초 밀수배를 타고 신의주에 들어온 뒤 집으로 가 가족들과시간과 약속을 정해 다음날 다시 만나 압록강을 건넜다고 설명했다.오수룡씨는 북송동포의 생활과 관련, 대부분 일본에 있는 친척의 도움을 받지못하면 어려운 생활로부터 벗어날 수없어 도움을 많이 받는 일본인보다는교포들의고생이 심한편이라고 말했다.

오씨는 일본에서 돈을 보내올 경우 세금을 뗀 뒤 엔화가 아닌 북조선 화폐로환전해주고 있다며 북송인들이 불만을 토로하면 수용소 등에 보내져 비참한생활을 면치 못한다고 폭로했다.

또 일본인의 경우 3년마다 1번은 고향에 돌아갈 수있독 돼 있는데도 북한의실상이 알려질 것을 우려,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으며 북한의 민족감정 때문에 더욱고통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오씨는 특히 오페라가수인 일본인 김영길씨(여)가 일본 방문을 막는다는 이유로데모를 시도하다 현재 수용소에 수감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이와함께 오씨는 북송교포들은 이같은 생활고 때문에 불법사업, 강도 등 각종불법행위를 저질러 교도소에 보내지는 경우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고 오씨는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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