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의원 악몽의 82시간-피살공포 한때 의식잃어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구나 하는 생각에 감금돼 있을 동안 줄곧 죽음의 공포와 싸워야 했습니다"지난 5일 이번 사건의 주범인 김주엽씨(34)등 일당 3명에 의해 납치된지82시간만인 8일 오후4시55분 경주 보문콘도 115호실에서 극적으로 구출된 대구시의원 박철웅씨(52)는 구출당시 무척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곧장 가족들이기다리는 집에 도착,가족의 품에 안겨 나흘동안의 납치상황을 비교적 차분한어조로 설명했다.

박씨가 범인들의 전화를 받은 것은 5일 오전6시30분쯤. 범인들은 자신을모지방일간지 정치부기자라고 소개한 뒤 "이번 선거에서 민자당 공천을 받았는데도 당선돼 축하한다며 사진촬영도 하고 취재내용도 검토할 겸 만나자"며박씨를 유인했다.

박씨가 자신의 승용차를 직접 몰고 약속장소인 수성관광호텔 주차장에 도착한 것은 오전6시50분쯤. 범인들은 "비도 오고 하니 신문사로 가서 인터뷰하자"며 박씨가 운전하는 아카디아 승용차 조수석과 뒷자리에 각각 탔다. 이들은 아리아나호텔 부근에 와서 갑자기 드라이버로 박씨의 옆구리를 찌르고전깃줄로 목을 조르며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이때 이들을 뿌리치고 박씨가차밖으로 뛰쳐나갔으나 이내 다시 붙잡혔다. 이어 범인들은 눈과 입을 틀어막고 반항하면 죽이겠다고 위협해 박씨는 "이젠 죽었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처음에는 자신이 납치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주범 김주엽씨의 엘란트라승용차에 실려 지산동의 한 건물지하에 감금당한뒤 "부정선거하는데 돈을 얼마나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사실없다"고하자 박씨를 폭행하기도 했다.

범인들은 또 '경찰을 따돌리지 않으면 박씨의 손가락을 하나씩 자르겠다'는 거짓 내용의 육성을 테이프에 녹음,가족들에게 전화로 들려주는등 치밀한면모를 보였다. 나흘동안 박씨가 먹은 것이라곤 물과 음료수밖에 없었다.범인들은 이어 7일 새벽무렵 박씨가족들과의 몸값흥정이 순조롭지가 않자박씨를 경주 보문단지내 보문콘도로 끌고가 다시 감금했다.박씨는 경주로 옮겨지는 동안 눈과 귀가 가려져있던 탓에 어디로 가는 것인지조차 짐작하지 못했으나 1시간30분가량 달린 뒤 계속 오르막길을 가자자신을 야산으로 데려가 살해하려는 줄로 알고 엄청난 공포를 느껴 의식을잃기조차 했다. 가끔씩 손발을 풀어주기도 했으나 범인들이 "형님이 온다"며다시 손발을 묶었다. 박씨 짐작에 범인이 3~4명쯤 되는 것 같았다.하지만 주범 김주엽씨가 돈을 받으러 혼자 대구로 갈때는 혹시 박씨가 도망갈 것을 우려해 여러명이 박씨를 지키고있는 것처럼 위장,손발을 묶고 가공의 인물인 형님을 들먹인 것으로 범인검거후 수사과정에서 밝혀졌다.콘도에 감금된지 하루반이 지날무렵 지난 8일 오후쯤 갑자기 싸우는듯한고함소리가 들린 뒤 누군가 손발을 풀어주며 "안심하라. 경찰이다"라고 말해비로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박씨는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서종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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