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의 푸른나무(215)-강은 산을 껴안고(8)

"정선읍이 이제 팔 킬로밖에 안남았군. 마두, 이 부근이 눈에 익지 않아?"짱구가 묻는다. 길가로 이정표가 지나간다.

"눈에 익어?"

"와본 것 같잖냐 말야"

"와본 것 같잖아"

"무슨 소린지. 와봤다는 건지 안와봤다는 건지 헷갈리는군"나는 열심히 바깥을 본다. 짱구 말이 맞다. 산 모양이 와본 것 같기도, 안와본 것 같기도하다. 산이 하늘을 온통가리고 있다. 산이 첩첩해서 밭이없다. 나무만 빽빽하다. 아우라지에는 강이 있고 들이 있다. 그러나 조금만벗어나면 온통 산이다. 산 모양이 그런 산과 닮았다. 나는 첩첩한 그 산 속을 아버지와 함께 다녔다. 그 시절이 좋았다.

"아우라지에는 강이 있어"

내가 말한다.

"여긴 모르겠다는 얘기 아냐"

순옥이가 말한다.

"이 산협을 빠져 나가면 강이 나타나겠지"

짱구가 말한다. 송천과 골지천이 아우라지에서 만난다. 조양강이 되어 흐른다. "조양강이 정선읍내를 거쳐 이 산 저 산을 껴안고 굽이굽이 흘러가지.산이 남성이라면 강은 여성이야. 어떤 이는 이를두고, 이 남자 저 남자를품에 안고 흐른다고 말하지. 난 그렇게 보지 않아. 강은 여성중에도 모성이야. 이 자식 저 자식에게 젖 물리며 그렇게 흘러가지. 자식 굶을까봐 농사지을 들을 만들고, 그 들에 물을 대며, 조양강이 다른 내와 합쳐 동강을 이루어 영월까지 내려가. 거기서 남한강과 합쳐져. 그 어름에 청령포가 있단다.아름다운 곳이지. 삼면이 물로 싸였고 한 면은 벼랑이야. 자연이 빼어난 장소에는 반드시 슬픈 전설이 있어 청령포는 어린 단종 임금이 유배되어 그곳에 갇혀 지내다 끝내 사약을 받았지"아버지가 말한다.

"아우라지가 무슨 뜻이야?"

순옥이가 내게 묻는다

"아우라지? 아우라지는 새총이야"

아우라지 사람들은 두 물줄기가 합쳐지는 지점을 아우라지라고 말했다. 새총은 고무줄 달린 두가지가 손잡이에서 합쳐진다. 어머니가 시애를 데리고가버린 그해 여름이었다. 대학생 여럿이 아우라지로 들어왔다. 여학생도 둘섞여 있었다. 그들 중에하나가 아우라지의 뜻을 물었다. "어원을 따지자면아우라진다는 말에서 생겼을 걸세. 무엇인가 합쳐질 때, 아우라지다라고 말하지 않는가. 송천과 골지천이 합쳐져 조양강이 되다보니, 여기 사람들은 그합쳐지는 지점을 아우라지라고 부른다네"아버지가 설명해 주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